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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14
SKIN SPACE
       



정의엽
은 인하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토론토대학 건축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미국의 모포시스와 캐나다 엠제이엠, 그리고 한국의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0년부터 에이엔디를 설립하여 건축과 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홍익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디자인스튜디오에 출강하고 있다. 2011년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요 작업으로는 토포젝트(단독주택), 애그레나드(펜션) 등이 있다.
 
 
 

 
스킨-스페이스와 스킨-스케이프

김태만(해안건축 CDO)
 
건축가의 설계 과정은 건축의 의지, 대지, 프로그램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성공적인 건축에서는 그 대화 과정이 잘 읽힌다. 건축가가 ‘스킨-스페이스’라 명명한 이 작은 건물은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 탓에, 관객에게 뭔가를 숨기기에 불리한 상태로 무대 위에 올랐다. 저예산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관객의 기대치는 이러한 한계조건에서 건축가가 구현하려고 한 것과 해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내・외부 공간의 관입을 연출하는 전면 목재 스킨은 알파와 오메가인 전부다. 건축가는 스킨이 가지는 모호한 공간감을 통해 스킨이 스페이스로 치환되는 것처럼 인식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스킨의 공간 연계 효과를 과대 표현한 느낌으로 작명의 과욕이 느껴진다. 이를 무심코 ‘스킨 스케이프’라고 잘못 읽었는데, 이 정도 작명의 무게감이 더 적당하다.
매싱과 재료_ 단순한 박스의 인상과 대조적으로 평면은 뒷면이 깎인 예각이다. 이는 서쪽에 있는 마을이나 진입 방향으로의 개방감을 요구하는 대지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남향으로의 주향을 갖기 위한 노력이다. 표현의 거의 전부인 파사드가 확대 되어 보이는 효과는 덤이다.
공사비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은 때에 따라 건축 표현에 도움이 된다. 이 프로젝트는 콘크리트와 목재 널의 이중주라 할 만하다. 단순한 재료가 주는 통일감과 그 변화에 의한 풍부함이 심플한 프로그램만큼이나 명료하다. 내・외부 공간의 연속이 주제이고, ‘스킨=스페이스’라는 익숙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고 싶으니 유리는 그저 ‘보이지 않는 경계’로만 머물면 좋았을 법하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아니라면 유리는 반사도 높은 매스가 되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목재 스킨은 결코 다이어그램만큼 유연하게 내・외부를 가로지르지 못한다.
스킨과 관입_ 주인공인 스킨을 들여다보자. 평면의 바닥 레벨차는 주방공간과 작업공간을 구분하고, 관입한 스킨은 평면적인 구획이 분절하지 못한 작업공간과 계단을 공간적으로 정리한다. 도면상의 기능 구분과 스킨의 공간 구분이 유연하게 중첩된다.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니, 그 시점과 종점의 처리가 들어맞아야 한다. 먼저, 박스 안에서 스킨의 시점은 다소 모호하다. 특히 출입구 쪽은 우측 곡면 스킨이 불분명하게 입구 콘크리트 벽과 만난다. 렌더링에서는 이곳까지 연장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비용 문제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연결됐더라도 곡면이 아닌 꺾인 면이라 역시 생경하다. 다음은 종점. 역시 우측 스킨이 난감한 인상을 준다. 평면을 보면 방안에서 원호를 그리며 말려 들어온다. 건물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그 원호의 목재 널이 일부 연속되는 것이 보인다. 거꾸로 방에서 입구공간을 내려다보는 목재+코너 유리의 원호 구성은 조형 논리에서도, 스킨 재료의 적절한 면적 확보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않은 변화로 보인다. 좌측 스킨처럼 건물을 관통해 후면으로 빠져나가도록 원호를 끊는 것이 더 비용과 개념에 맞지 않았을까?

건축가의 조건_ 건축가는 3개 정도의 프로젝트만으로도, 선명한 표현력과 새로운 유형에 대한 도전을 보여준다. 모두 저예산이었을 프로젝트지만 단순함과 아방가르드함이 돋보인다. 그의 건축적 주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건축상을 받은 주택이나 펜션보다 이 작은 작업실 프로젝트에서 더 풍부해진다. 유형적인 모호함에 대한 도전과 성취로 여겨지는 다른 건축에 비해, 여기에서는 현대건축이 끈질기게 시도하고 성취해오고 있는 공간과 형태의 관계를, 스킨 하나의 수공예적인 처리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건축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이러한 면이 자기의 세계를 가지는 건축가의 조건일 수 있겠다. 또 하나. 자기 집을 짓는 건축주가 고민해서 그려온 도면을 “건축학과 1학년생의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주는 유머, 디자인을 흡족해하지 않는 또 다른 건축주에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당신은 모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직설화법. 프로그램을 다루는 이러한 자신감과 역량이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건축가의 조건이다

               

 
 
 
 
 
서로 바라보기를 통한 내면의 투영

우승현(홍익대학교)
 
특정 개인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된 개인주택이나 작업 스튜디오에 대한 비평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면 겸연쩍은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과연 건축주보다 작품을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제3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역시나 지극히 주관적인 작품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특히 결과물에 마냥 행복해하는 건축주를 만날 때 공연히 남의 일에 나서서 따지는 사람처럼 느껴져 그 어색함은 훨씬 더하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작품 자체가 갖는 의미와 별개로, 건축주와 건축가의 바람직한 역할수행의 결과물로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좋은 건축주가 좋은 작품을 만든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건축가로서 건축주를 고르기 힘든 경제구조 안에서 건축가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주’를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건축가는 비용 등의 현실적 제한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우연히 어느 공사현장을 지나다 이루어진 만남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일상과 내면을 공간으로 표현해나간 건축가와 건축주의 작업. 이는 건축가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어쩌면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는 영화의 한 장면만큼이나 로맨틱해 보인다.
내성적인 건축주에게 외향적이고 튀는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건축가의 시도는, 제한된 크기와 형태의 대지 위에 극대화된 건물의 정면과 각기 다른 크기와 각도의 우드패널을 이용한 빛의 필터링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시도는 여느 건축의 진부함을 깨뜨린 참신함과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반면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흐리고자 하는 화가(건축주)의 세계관을 건축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와 달리, 건물은 자연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이질적 재료들의 극적인 조합 방식과 건물의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곡면의 작위적 흐름은 모호함보다는 경계를, 스며듦보다는 분리를 강조한다. 특히 강압에 의한 듯 갑작스럽게 건물을 관통하듯 휘어지다 멈춰서는 우드패널의 제스처는 달리기를 하다 갑자기 길을 잃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건물이 건축주를 묘하게 닮아 있는 건축가의 내면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주의 그림에는 수동카메라의 마이크로프리즘을 통해 보일 법한, 픽셀화된 피사체로 경계를 표현하는 치밀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호함과 함께 공존한다. 건축가의 작품 역시 건축가의 원칙에 의해 콘크리트 박스 속에 갇혀버린 자연이 건물로 표출된 듯, 경계 흐림의 의지와 상충하는 결과물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는 흐려진 경계의 모호함을 표현하기 위해 ‘경계’의 의미를 나름대로 규정하고 이를 다시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두 사람의 작업적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이나 다소 엉성한 마감에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 젊은 건축가의 패기와 더불어 다분히 실험적인 건축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투박한 마무리마저 디자인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보듬는 건축주의 여유가, 서로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료제공 에이엔디│사진 김용관(별도표기 외)

 

설계: 에이엔디(정의엽)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서후리 244-24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590.00m2
건축면적: 112.62m2 연면적: 130.60m2
건폐율: 19.09% 용적율: 22.13%
규모: 지상2층 주차: 1대
높이: 5.4m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구조설계: 장종길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더글라스 합판
내부마감: 합판위 수성페인트, 더글라스합판
시공・감리: 에이엔디
건축주: 정일영
 
 
 
tag.  건축 , 건축사진 , 도면 , 공간 , 주택 , 건물 , Architect , 갤러리
       
월간SPACE 2013년 1월호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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