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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4 / 07
꽃+유치원
       

꽃+유치원
 
 
남정민
 
 
남정민은 연세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OMA, 케네디 앤 비올리치 아키텍츠, 모쉐 사프디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서울에서 OA:Lab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꽃+유치원으로 2015년 AIA 국제지역디자인 시상식에서 명예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Flower + Kindergarten stands like a flower one can light upon amidst high-rise apartment’s complexes that have replaced some areas of natural greenery around Yangjae stream in Woomyeon-dong.


교란되는 건축의 질서
 
 
박성진(「SPACE(공간)」 편집장)
 
작년 한 해 건축가들의 작업 가운데 유치원과 어린이집 설계가 유독 많았던 모양이다. 근래 한 달이 멀다 하고 여러 매체에 작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여기저기 수상 소식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공통적인 수법들이 두드러지게 눈에 읽힌다. 그들 중 상당수는 유아들의 공간 지각능력과 감성에 기댄 건축적 해법을 비슷하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각과 인식, 심리와 행태에 앞서 좀 더 근본적으로 유치원에 자리 잡은 이슈는 인간의 신체이다. 다른 말로, 성인과 유아의 신체에서 출발한 두 질서 간의 충돌과 융합, 수용이 이곳에서 힘겨루기식으로 일어난다. 그것은 꽃+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해 이 두 질서는 충돌이라 할 만큼 대등하지 못하다. 전라의 상태로 가랑이를 쫙 벌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에서부터 외계인처럼 추상화된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까지 성인의 신체는 현대건축에서 공간과 조형의 미학적, 기능적 규범으로 이미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다. 이를 철저하게 학습하고 실천해온 건축가에게 유치원은 고전적인 건축 질서의 교란 상황인 것이다. 유아들이 갖는 공간성과 시간성의 범주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의 문제. 성인과 유아의 신체에서 비롯된 각각의 건축적 질서가 하나의 통합적 질서를 형성하든가, 갈등과 부조화로 치닫거나, 시시하게 일방적인 무시와 강제 수용의 상태로 끝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꽃+유치원은 어떤 교란적 상황 속에 놓여 있을까?

꽃+유치원의 교란은 일단 스케일에서 두드러진다. 유아와 성인의 눈높이 차이를 두 가지 개구부의 질서로 환원하고, 여기에 조망과 환기라는 기능의 분리를 더해 크고 작은 창들의 불규칙한 조합이 입면을 장악하고 있다. 전통적인 건축의 입면은 교란되고, 외부에서 보는 층별 구분과 스케일의 척도는 모호해졌다. 이런 모습은 단일 질서의 무한반복으로 채워진 아파트 단지 속에서 생기발랄한 풍경일 순 있지만, 일면 요즘 유치원 건축에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이중적 질서의 수용 방식으로 이제는 조금 식상한 느낌이다.

내부의 교실에서는 조밀한 공간 구성이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어른들에겐 어림없는 틈새공간이 원아들의 신체에 맞춰 놀이공간으로 변용되는 등 두 스케일 간의 긴밀한 조율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형태와 공간의 문제에서 좀 더 하위로 내려왔을 때 건축가와 관리자에 의해 선택된 부분과 선택되지 않은 부분 사이에서 충돌과 교란이 이런저런 잡음을 내기도 한다. 계단의 경사에 맞춰 계획된 층간 이동 미끄럼틀은 이미 위험 요소로 분류되어 이용금지 상태이고, 그 미끄럼틀 앞에선 어른의 발도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스케일에서 출발한 두 질서 간의 교란이 입면의 창의적 구성을 이루었다면, 직선에 더해진 곡면의 질서는 좀 더 명확하게 평면 구성을 장악하고 있다. 각 교실의 벽을 곡면으로 처리해 내부에 율동감을 부여하고, 복도를 단순한 통로가 아닌 넓은 공용공간으로 쓰임새를 넓혀가면서 곡면의 존재감과 질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건축가는 각 교실의 개체성과 접근을 고민하다 파생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하지만 이보다는 유아라는 주체에 대한 선험적 선택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색채의 질서는 좀 더 복합적인 양상으로 교란을 일으킨다. 현대건축의 순수 미학과 질서를 상징하는 흰색 위에 다섯 가지 색조의 컬러가 입혀졌다. 사실 현장에 가기 전 작품 설명서와 사진만 보았을 때는 매우 세밀한 색채 사용에 감탄했었다. 하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보니 낮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각 교실과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층별로, 그리고 사방의 네 코너별로 모두 15가지 색으로 분리해 놓은 것은 곡면 벽이 갖는 지시성의 부재와 밖으로 돌아가고 있는 직통 계단으로 각 층별 진입축이 계속 회전한다는 매개변수까지 감안하면 성인인 필자에게도 난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좀 더 편안하게 아이들의 생활과 인식, 그리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창밖 프레임으로 공간의 개체성을 맡겨 놓았다면 어땠을까?

꽃+유치원은 전체와 세부 논리 사이에서, 선택된 것과 선택되지 않은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교란이 일어난다. 그리고 건축가는 분명 이 교란을 통해 새로운 도시 경관과 외피의 실험적 면모로 남다른 성취를 이루었다. 이 글에서 중요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매우 중요했던 것이 저층부 벽면에 실험된 수직조경 모듈이다. 이 부분만으로 꽃+유치원은 보육시설이라는 프로그램을 떠나 건축의 독창적 가치를 충분히 이루어냈다. 최초 이 모듈로 4층 건물 전체를 덮을 생각을 했다는 건축가의 무모한 발상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이곳의 작업 요소이며, 평가의 지표가 된다. 그러니 어쩌면 이 글에서 말하는 교란은 이 건축에 대한 종합적 평가라기보다 부분에 대한 사소한 가치판단일지도 모르겠다.
 
The disturbance of the building first stands out in terms of its scale. The difference in the eye levels of children and adults is reduced to the two orders of openings.
 
A rhythmic sense was granted inside by shaping the walls of the classrooms in a curve
 

 
상상을 위한 내러티브


정수진
(건축 에스아이 대표)
 
꽃+유치원은 양재천이 흐르는 우면동의 자연녹지 일부를 깨끗이 밀어버리고 들어선 무표정한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서 한 송이 꽃처럼 서 있다. 꽃+유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일란성 다둥이처럼 생긴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도드라져 보이는 외관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많다. 입면에 만개한 각양각색의 창들, 재크의 콩나무처럼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강렬한 나선형 띠창, 저층부에 붙은 조소적인 입면 재료(제작된 화분형 패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박스로 단순하게 정리된 백색의 매스. 그보다 더한 것은 외관으로 인해 궁금해지는 내부에 관한 기대감이다. 무작위로 뚫린 색색의 크고 작은 창들은 내부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일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하도록 도와준다.

각층은 두 가지 기능, 꽃잎처럼 보이는 둥근 교실들과 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곡선의 복도와 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의 천진하고 자유로운 특성이 공간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외피에 드러나는 기둥 외에는 잘 숨겨진 구조적인 처리 방법 또한 이런 공간적 표현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의 성과일 것이다. 아이들의 스케일을 고려하여 구석구석에 배치된 가구나 작은 공간에서도 건축가의 치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높이의 창들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각각 다른 세상을 상상하도록 한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들을 배려한 기능적인 처리 외에도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위한 공간적인 스케일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못한 점은 다소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미있는 추론 과정을 통해 정리된 평면을 살펴보면 눈에 두드러지는 대조적인 특성, 공간을 만드는 곡선과 동선을 만드는 직선을 찾을 수 있다. 건축가는 “원형의 실들과 곡선의 복도는 공간의 강약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서 실제 공간에서 복도의 깊이감을 형성하고 각각의 실들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도의 곡선은 굴곡에 의한 리듬감 외에는 특별히 놀랍지 않고 교실 또한 원 형태의 제약에 의해 오히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균질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각층마다 평면이 달라지는 수고로운 설계와 까다로웠으리라 예상되는 공사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공간이 반복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을 등분하는 연속된 나선형의 띠창은 내부에서 층간을 이어주는 계단으로 아이들의 주동선이자 놀이터가 되며 계단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외부로 드러나는 소통을 의미한다. 이 계단은 각층의 홀에 이르면 다시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솔직한 직선으로 곡선이 주인 실내공간과 사뭇 대조적이다. 아이들은 층을 오를 때마다 다른 방위에 도달하여 다른 외부 환경을 조망하게 되고 지나가는 행인과 눈인사를 주고받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된 기능의 탁월함에 비해 그곳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은 공간 전체를 흐르는 곡선의 부드러움과 지나치게 이질적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시설들, 특히 유치원이 가지는 강박관념 중의 하나가 노골적인 색채 사용과 과장된 형태적 표현이라면, 꽃+유치원은 그런 공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세련된 색과 형태를 보여준다. 외부에서 살짝살짝 엿보이는 색채들이 실내에서는 그들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층별 코너별로 각기 다르게 사용된 색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문자에 앞서 감성적으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인지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을 지나가는 원생과 학부모들도 자신의 교실을 색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기호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면 이 색들은 어둠이 내려 창문 사이로 인공조명이 배어 나올 시간이 되어야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것 같다. 몇 가지의 주조 색들은 내부공간에서 톤을 변화시키면서 좀 더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빛과 어우러지거나 반사되어 백색으로 남겨진 벽에서조차 색이 묻어나는 효과는 다소 혼란스럽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절제된 재미(곡선, 색, 여백)가 결론이었으면 어떠했을지 잠시 상상해본다. 도시의 아이들에게 건축가가 주는 마지막 선물인 자연은 이 유치원의 가장 창의적인 부분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단지 내 주민들과도 함께 오랜 시간 연구하고 검증하여 완성된 저층부의 패널형 화분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변하는 자연의 섭리를 알려주는 교육적 측면 외에도 이 아파트 단지의 활력과 치유의 상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외부 놀이터와 이어진 실내 놀이터 그리고 옥상에 마련된 정원 등은 어쩐지 사용하기 불편한 요소로 구색 갖추기 정도가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정해진 규모의 필지에 용적률을 꽉 채워야 하는 경제적인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실외기가 들어찬 옥상에 마련된 옥상정원은 이 유치원에서 ‘옥에 티’ 같다. 몇 해 전만 해도 양재천을 따라 가로수가 우거진 이 동네를 항상 지나다녔다. 주변의 자연이 자꾸만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꽃+유치원은 삭막해져 가는 동네에 건축가가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다. 만약 내 아이가 꽃+유치원에서 유년기를 보낸다면, 그 아이가 자라서 이야기하는 유치원이란 경험과 공간에 관한 기억은 꽤 유쾌하고 특별할 것 같다.
 
 
정수진은 영남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파리-벨빌 건축대학교(DPLG/프랑스 건축사)에서 수학했다. 현재 건축 에스아이 대표이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The circular thread and curved aisle are important elements that articulate the dynamics of the space.
 
As a place for kids, it reveals the architect's careful consideration in the small spaces and furniture deployed in each corner to fit the size of kids.
 
Exploded diagram

 
설계: 남정민(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설계담당: 김병수, 서정수, 양근보, 변웅진, 김수현, 채성준
위치: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731번지
용도: 유치원
대지면적: 608㎡
건축면적: 303.44㎡
연면적: 2,165.36㎡
규모: 지상 4층, 지하 2층
높이: 18.5m 주차: 10대
건폐율: 49.91%
용적률: 199.6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석재(크리마 벨라), GFRC 패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지정색 수성페인트, 자작나무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전기 설계: 보우ENG
시공: (주)예미종합건설
설계기간: 2013. 5.~ 2015. 1.
시공기간: 2013. 10.~ 2015. 1.
준공: 2014. 10. 8.
건축주: 예원유치원
 
자료제공 OA:Lab | 사진 신경섭
 
 
tag.  건축 , 건물 , Architect , 꽃+유치원 , 예원유치원 , 남정민 , OA:Lab
       
월간SPACE 2016년 2월호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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