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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4 / 18
루버월
       

루버월
 
 
에이엔디
 
 
정의엽은 에이엔디 대표로,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통해 이질성의 공존과 생성적 차이의 구축을 탐구하고 있다. 문호리 단독주택으로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BEST 7’을 수상했다. 2012년 한일현대건축교류전 <같은집 다른집>, 2014년 <최소의 집> 전시의 초대작가로 참여하였다.

이태경은 에이엔디 연구소장으로,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석사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BEST 7’을 수상했으며, 이후 친환경 건축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주요 연구 분야는 컴퓨테이션과 지속가능한 건축이며, 실무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It is difficult to come across such a pure form of architecture in today’s world where building sites are so closely measured. It is like the Sojoldang, which was built in the 1990’s, with the sole purpose of a living facility. In the same way, the Louverwall is very limited in the sense of unit space.
 
 
Section diagram
 
When an architect decide to design a space like a glass cylinder, it is necessary to set up a Brise Soleil to control the sunlight.
 

 
빛녹음, 건축적 구속을 초월한 현실


송하엽
(중앙대학교 교수)
 
에이엔디의 건축은 건축적 재기를 부리는 데는 절박하며 기하학과 땅, 공간과 표면, 매스와 벽의 관계에 있어서 극한까지 밀어 부쳐보는 방법을 취한다. 이 방법은 종종 전 세계적으로 유행인 부재의 반복을 통한 비정형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서, 일견 차별성이 없고 비슷해 보인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들뢰즈의 차이에서의 생성, 물질 간의 허물어진 경계 등등의 키워드가 에이엔디의 작품세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수직 수평을 거부하는 몸짓은 다른 종의 기하학적 모양으로 땅을 닮거나, 프로그램을 닮게 되었다. 그 몸부림은 닮되 초월하려는 시도이다.

루버월의 오픈과 더불어 기획된 에이엔디의 전시 <Breeding_건축번식>은 지금까지의 작업과 루버월이 탄생된 배경과 더불어 건축가의 내면에 있는 여러 궤를 드러낸다. 그중의 건축 담론에서 지금까지도 유효한 영향을 지닌 알도 로시의 유형학적인 사고가 첫 번째이다. 물론 로시의 유형학은 과거의 익명적인 건축 유형과 현재 적용되는 그 변형에 대한 역사적 맥락의 탐구였다. 이해 비해 이번 전시의 소재는 에이엔디만의 작품으로 되어 작품의 주제와 그 주제에 따른 초기작이 나중에 어떤 다른 작품에서 발전하고 이식되었는지를 밝힌다. 큰 주제는 지형, 오브제, 집합체, 발코니, 벽, 외피, 공간이라는 일곱 가지이며 건축가 정의엽이 생각하는 건축 이슈의 집적이다. 물론 이 주제에 한두 개의 주제를 더 주문하고 싶은 수준이지 굳이 위계를 정할 대상은 아닌 듯하다. 이 주제에서 비롯된 건축 유형들은 차차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적용되며 변형되어 주제의 결이 더해진다. 이 중에서 건축가는 루버월을 외피와 공간의 주제가 탐구된 스킨스페이스(2011)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국내외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스킨스페이스는 나무널의 반복이 외피에서부터 공간을 나누는 장치로 연결된 것으로 달라 보이는 공간감을 만들었다. 루버월은 그 계열의 후속작으로 건축번식이 낳은 결과로 간주된다.

이렇게 본인의 건축을 분류 정리하는 방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통 한 건축가의 작품을 분류하는 데 시기별로 분류하는 방법과 달리 계통분류는 여러 포석을 담는다. 그전에는 동물의 모습과 거주환경에 의해 분류하던 방법과 달리 계몽시대 동물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동물을 신체기관의 구성과 번식하는 방식에 의해 분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며 계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고래와 개가 같은 포유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자연과학에서의 이런 계몽적 접근은 계통에 대한 이해와 분류의 방식에 대한 혁신적인 방법을 사회 전반에 걸쳐 전파하였다. 본격적으로 설립되던 박물관과 여러 사회 기관에도 과학적인 계통분류는 핵심이 되었다. 이러한 분류가 담론적 논쟁거리가 된 건 산업혁명 이후 수정궁에서의 만국박람회의 전시분류에 대한 고프리트 젬퍼의 비판적인 글에서 비롯된다. 젬퍼는 산업생산재를 재료에 의한 분류가 아닌 만드는 이유에 따라 제품을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테면 항아리는 담는 재료이므로 유리, 자기, 철 항아리가 같은 맥락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했다. 과학적인 계통분류를 넘어서는 인류학적이며 보다 현실적인 분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에이엔디의 작품을 논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계통분류에 대한 소고가 주는 장점은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재정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싶어서이다. 또한 건축가라면 스스로 적용하고 있는 자기 작품의 유형학적인 측면에서도 존재하는 목적에 따라 재정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김광현은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에서 이를 ‘시설’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고 있다. 시설에 의한 관점은 현대사회에서는 건축가가 전적으로 다룰 수 없는 건물의 프로그램과도 연결되지만, 긴 시점에서 보거나, 건축을 오랜 시간 향유하는 입장에서 보면 궁극적인 관점일 수도 있다. 에이엔디는 여러 시설들을 ‘문화적 생물’로 보며 종의 다양성을 위해 번식해 가는 산물로 보는데, 과정에 충실한 논리로 현재 다양한 종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문화적 불만에 기인한 논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종의 다양성보다 중요한 것은 시설이라는 종의 존재목적일 것이다. 건축의 여러 종들이 기하적인 다양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설의 종의 존재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제기되어야 한다.

근린생활시설이라는 시설의 종에서 본질적인 종의 목적에 대한 탐색이 루버월로 귀결된 것은 명확하다. 건축주가 독특한 건축가를 수년간 찾은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며, 건축가에게도 근린생활시설 건물에 하나의 궁극적인 종을 더한 경우이다. 루버월은 단연코 임대면적의 계산에 신경 쓰지 않은 시설이다. 지하도 없고 1층의 카페 이외에 주거유닛도 하나밖에 없는, 어찌 보면 저학년 설계에서 현실감 없이 혼자 살며 일할 수 있는 높은 공간을 만든 것에 다름 아니다. 신도시 택지분할에 의해 형성된 택지에서 이런 순수한 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찍이 1990년대에 지어진 수졸당도 용적률을 올릴 수 있는 땅에 순수한 집 한 채만을 지은 것처럼, 루버월은 유닛 수에 있어서 가게 하나와 집 하나로 단촐하다. 이런 좋은 조건을 건축주와 건축가가 합의했을 때, 그 이후의 과제는 무엇일까?

하나의 감동일 것이다. 근생 건물의 보편적 종에 전혀 다른 DNA를 만드는 것. 루버월은 보편적 종들에 둘러싸인 대지에서 태양을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옥상 없는 온실 같은 하나의 유리통을 원형으로 삼고 최대한 1층의 카페 카운터에까지 햇빛을 아침부터 받겠다는 간단명료한 전략이다. 일단 유리통을 선택하면, 태양의 조절을 위해 루버, 즉 브리즈 솔레일(brise soleil)의 설치는 필수적이다. 열고 적절히 가린다는 자세이다. 시루떡처럼 지어진 아파트와 근생 건물에서 우리는 햇빛을 찾는 신체적 본능을 잃은 지 오래며, 사방이 꽉 막힌 먹방문화에도 익숙해진 현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의 궤적을 끌어들이는 유리동굴은 환상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돈을 잠시 잊는다면 매일매일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하루를 영위할 수 있는 일체적인 공간이다. 해가 뜨고 지는 순리에 맞추어 사는 것이다. 동쪽의 지붕부터 서쪽의 벽 아래까지의 유리커튼월 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나름 최적화된 알루미늄 루버가 덮여 있다. 각도를 태양의 궤적에 따라 맞춰가며 여름에는 해를 막고 겨울에는 햇빛을 받게 대응하는 루버들은 어찌 보면 1970년대 장발족의 머리처럼 동쪽에서 시작한 가르마가 서쪽 머리 아래까지 귀를 덮으며 잘 빗어진 형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안에서 압도적인 공간으로 입구부의 휜 콘크리트벽과 상층부 주거를 위한 휜 콘크리트 벽의 사이공간은 오로지 햇빛을 1층 카페에 받기 위하여 벌어져 있는 형국이다. 주 출입계단을 올라가며 그 두 휜 벽을 단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계단에서 돌출된 플랫폼은 손에 닿을 듯한 아침 빛을 쥐어 잡을 수 있는 여유공간으로, 마치 성당의 기도소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입구의 휜 벽은 빛으로 어루만져지고, 위의 휜 벽은 아래의 밝은 빛에 의해 무거운 듯 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어떤 상징이 가능할까? 아마 없는 듯하다. 그저 커피 볶는 향을 밝히는 빛을 떨어뜨릴 뿐, 소소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빛에 놓인 소소함은 종에 대한 반역에서 만들어진 초월이다. 주인의 하루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남이며 또한 겨울의 카페에선 빛을 쬐며 손님을 맞음이다. 건축에 둘러싸여 공간을 바라보며 빛녹음을 받는 초월적인 생활이 만들어졌다. 바람도 불지 않는 인공빛 아래의 생활은 건축적, 경제적 구속을 초월한 종을 통해 빛녹음 안을 유영하는 새로운 인간감(人間感)을 만든다. 전설은 어떻게 쓰여지며 또한 지속될 수 있을까? 올 봄과 여름, 가을을 나며 다시 겨울이 와 봐야 드디어 건축적 구속을 벗어난 초월이 현실화될 것이다.
 
 
 
송하엽은 중앙대학교 부교수로, 서울대학교와 미시건대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 공저로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와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 그룹』, 공동 번역서로 『표면으로 읽는 건축』이 있다. 2014~2015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담박소쇄노들: 여름건축학교>, <한강감정: 한강건축상상전>을 기획했다.
 
Louverwall, surrounded by usual buildings, has selected the sun as its competition. It is a simple strategy of making a glass cylinder like a greenhouse without a rooftop, to receive as much sunlight as possible.
 
 
 
The Louverwall is absolutely a facility that took no consideration of the limitations proposed by the surface. It has no basement, and excluding a cafe on the first floor, there is only one residential unit.
 

 
설계: 에이엔디(정의엽, 이태경)
설계담당: 김연지, 차혜민
위치: 경기도 파주시 안개초길 18-4
용도: 점포주택(1층 근린생활시설, 2・3층 단독주택)
대지면적: 202.9㎡
건축면적: 95㎡
연면적: 188.08㎡ (1층 90.34㎡, 2층 44.65㎡, 3층 53.09㎡)
규모: 3층
높이: 11.95m
주차: 2대
건폐율: 46.82%
용적률: 92.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벽 - 외단열시스템 / 지붕 - 징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레드오크합판
구조설계: 터구조
시공: 건축주 직영, 에이엔디(CM)
기계・전기설계: (주)정연엔지니어링
설계기간: 2013. 6. ~ 2014. 4.
시공기간: 2014. 8. ~ 2016. 1.
건축주: 손인옥, 김성수
 
자료제공 에이엔디 | 사진 신경섭
 
 
tag.  건축 , 건물 , 루버월 , 에이앤디 , 파주 주택 , 정의엽 , 이태경
       
월간SPACE 2016년 4월호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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