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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1 / 20
고덕119 안전센터
       

고덕119 안전센터

 

천장환 + 아이건축

 

천장환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졸업 후 5년간 뉴욕과 보스톤에서 실무를 익힌 후 2009년 가을부터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에서 3년간 조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2년 9월부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고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이머시스를 통해 다양한 리서치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구로구 항동 어린이집으로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2015)을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2013)이 있다.

The white joints crossing up and down the crisp, black exterior are reminiscent of a classic pinstripe suit with white stitching, as if to say that this is the latest fashion trend.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조한
(홍익대학교 교수)


한쪽에는 3~4층짜리 상가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성곽처럼 늘어서 있고, 건너편에는 이제 막 입주하기 시작한 아파트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지난 3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누렇고 불그죽죽한 익명의 상가 건물들에 대비되어, 거대한 아파트들은 선물 박스에서 막 나온 것처럼 브랜드 태그가 선명하다. 그렇게 1980년대에 만들어진 수도권 첫 번째 택지지구의 삶과 2000년대 지구단위계획의 삶이 마주하는 곳의 한 코너에 검은색 건물이 서 있다. 각 잡힌 검은색 외관에 흰색 줄눈이 아래위로 가로지르는 모습은, 흰색 스티칭이 들어간 고급스런 양복 슈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우아함은 갑옷처럼 내면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건물의 용도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건물인지 말하려 하지 않는다. 오피스나 근생건물이 아닐까 짐작하고 다가가면, 그제야 거대한 차고에 자리 잡은 붉은색 소방차와 한쪽에 붙어 있는 119 간판을 보고 ‘소방서’임을 알게 된다. 강동소방서 고덕119안전센터이다.

The wating room corridor in particular allows one to a refreshing view out onto the streets, where pedestrians pass.

The path down to the garage from the transparent day room via the orange staircase serves as yet another ‘street’, which allows the residents and firemen to meet.

 

복층 높이의 차고는 아주 인상적이다. 도로면의 노출콘크리트 마감과 상부의 검은색 컬러강판이 말려들어가 만들어진 차고는, 노출콘크리트 송판 마감의 수평적 움직임과 상부 천창에서 수직으로 쏟아지는 빛으로 인해 더 넓고 더 높게 느껴진다. 특히 차고 뒤쪽 2층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 공간은 차고에 깊이를 더하게 되는데, 이곳에 소방서의 핵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대기실이 있다. 대기실은 소방관들이 평상시 대기하는 공간으로, 차고 바로 위층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아 종종 영화에서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안전 문제로 인해 기둥이 계단으로 대체되면서, 건축가는 차고를 복층화하고 대기실을 2층에 둘러 배치함으로써, 소방관의 안전과 출동시간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묘안을 찾아낸 것이다. 투명한 대기실 복도에 서면 아래쪽 차고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다니는 길까지 시원하게 보이는데, 소방관과 동네 주민들이 오가면서 서로 눈길을 줄 수 있어 한 사람으로서 소방관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층 대기실에서 오렌지색 계단을 타고 차고를 내려오는 길이, 주민과 소방관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가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수 십 년간 이어져온 소방관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건축가가 제공한 새로운 공간과 충돌하며 변형됐다는 점이다. 소방관의 편의를 위한 2인 1실이 아니라 출동의 편의를 위한 하나의 큰 공간을 만들었고, 원래 회의실과 휴식 공간으로 의도되었던 3층 다용도실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제공한 ‘소방공무원 힐링쉼터’로 바뀌어 지하철 쉼터를 연상시키는 나무 마감으로 재포장되었다. 또한 3층 중정을 마주하던 내부의 투명한 유리벽은 숲 사진이 그려진 거대한 필름지로 모두 덮였다. 마치 의미가 소거된 추상적 형태와 재료의 물성 자체의 매력을 강조하는 최근 건축 경향을 거부하고, 연상과 비유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우리 일상의 언어를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About the façade of the building, which was created by delicately folding black steel plates over it, the architect explained that he wanted to ‘create an image of a dynamic 119 Safety Center’.

There is no 119 signboard that can be found at the top of ordinary fire stations. Instead, in its place, holes have been indiscriminately punched into the steel plate to form a ‘119’. LED lights placed behind this surface twinkle like stars at night.

 

현대건축의 ‘언어’와 우리 일상 언어의 충돌은 119사인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건물에는 흔히 소방서 꼭대기에 있는 119사인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강판에 타공된 구멍들이 모여 어렴풋하게 ‘119’라는 형태를 만든다. 후면에 배치된 LED 조명은 밤이면 별처럼 빤짝거린다고 한다. 건축가는 “소방관들이 별처럼 빤짝이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인뿐 아니라 이 공간에 사는 소방관들에게도 그 ‘빤짝임’이 119로 잘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119라는 기호를 건축화하는 일련의 추상화 과정 속에서 119의 의미와 힘마저 잃고, 그저 희미하고 애매하게 빤짝일 뿐이다.
우리는 종종 소방관을 영웅적인 이미지로 그리곤 한다. 하지만 정작 소방서 건물에서 소방관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점점 더 지워지는 것 같다. 소방파출소에서 119안전센터로의 명칭 변경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는 ‘센터’가 참 많다. 서비스센터, 건강센터 등. 심지어 경찰파출소도 치안센터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소방서 관계자는 “친절한 봉사 소방의 이미지를 줄 것”▼¹,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함”² 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런 ‘이미지’에 정작 소방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친절한’ 이미지와 ‘친근한’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소방파출소였을 당시에도 소방차가 들어가고 나가는 차고가 없었었다면, 이곳이 소방서인지, 경찰서인지, 심지어 어느 관공서 건물인지조차도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건축가는 검은색 강판이 접히고 꺾여 만들어진 외관에 대해 “역동적인 119 안전센터의 이미지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역동성만 있고 정작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The building seeks to say neither what its function is, nor who it is for. If you approach the building, assuming that it is an office or neighbourhood facility.


‘말하는 건축가 (2011)’, ‘말하는 건축 시티:홀 (2013)’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전자가 건축가 정기용의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보기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다면, 서울시 신청사가 세워지는 과정을 담은 후자는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건축가가 말하는 것’보다 ‘건축이 말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말하는 건축’³의 계보는 ‘이상도시 쇼’를 제안했던 프랑스 건축가 클로드 니콜라스 르두(1736~1806)까지 올라간다. 그의 이상도시 안은 프랑스 브장송 근교에 있는 왕실제염공장에 일부 구현되어 있는데, 각각의 건물은 끊임없이 누구의 건물인지 말하려 한다. ‘관리자의 집’은 그리스 로마 신전의 건축 요소를 재조합하여 관리자의 권위를 표현하려 했고, 소금을 정제하는 작업 공간은 높고 넓은 지붕으로 노동자의 공간임을 명시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제염공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담장은 암염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축조되었고, 곳곳에 염수가 결정화되기 직전의 모습을 장식화하여 이곳의 용도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표현주의적 경향은 1920년대 에릭 멘델존(1887~1953)의 아인슈타인 탑(1921)과 한스 펠치히(1869~1936)의 대극장(1919) 등을 기점으로, 점차 추상적인 건축언어를 바탕에 둔 모더니즘 건축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우리 역시 1967년 건물의 형태가 일본 신사를 닮았다는 ‘부여박물관 왜색시비’를 기점으로 공간론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말하는 건축’은 거의 멸종된 상태이다.  물론 한국성을 지붕 형태와 기와로 ‘말하려는 시도’는 아직도 가끔 발견되곤 한다. 그렇다면 소방관을 ‘말하는 건축’은 유행을 지난 것일까?
우리나라 소방 조직체제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독자적인 체제를 가져본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과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가 잇따르면서, 소방관서장이 응급구조 및 구난기능의 지휘통제권을 가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04년에는 드디어 행정자치부 외청으로 소방방재청이 탄생하게 된것이 유일하다.▼5 잠시간의 소방방재청 기간을 빼면, 소방조직은 항상 경찰, 민방위 그리고 지자체 하부 조직으로 존재해왔고, 그런 상황에서 건축적으로 소방관을 따로 ‘말하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특별한 ‘소방관의 이미지’가 없는 상황에서, 건축가는 건물을 통해 소방관을 ‘말하기’보다는, 소방관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최신 유행의 우아한 슈트를 입히고, 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종종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히어로 물에 열광하곤 한다. 도시의 짙은 안개를 가르고 나타나는 배트모빌, 햇빛을 후광 삼아 마치 신처럼 공중에 떠 있는 슈퍼맨, 바다 위로 떠오르는 어벤져스의 실드 공중요새 등의 장면은, 스토리에 상관없이 그 장면만으로도 감탄하고 경외하게 한다. 우리의 소방관도 그렇게 등장할 수 없을까? 마치 호머의 서사시처럼, 우리의 소방관을 영웅적으로 읊어내는 그런 건물을 보고 싶다. 이제는 그 유효성이 다해가는 현대 건축의 추상적 ‘언어’도, ‘부여박물관 왜색시비’의 트라우마로 촉발된 공간적 헤게모니도 내려놓고, 다시금 자유롭게 건축적으로 말해보려는 시도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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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9년 젊은 건축가상, 2010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며, 한디자인 대표로서 건축, 철학,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Axonometric diagram

 

1.「거제타임즈」, 2006년 11월 6일, http://www.geoj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339
2.「강원신문」, 2006년 10월 4일, http://www.gw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2223
3. Mallgrave, Harry Francis, 『Architectural Theory: An Anthology from Vitruvius to 1870』, Blackwell Publishing, 2005, p.191.
4. 조한, ‘몸의 공간, 눈의 공간 - 건축가 김수근의 (구) 공간사옥’, 『현대미술사연구』, 제38집, 2015.
5. 소방방재신문」, 2015년 11월 9일, http://fpn119.co.kr/sub_read.html?uid=45394§ion=sc102


 

설계: 천장환(경희대학교) + 아이건축(이태영)
설계담당: 임홍량(이머시스), 최명훈(경희대학교), 장정인(경희대학교)
위치: 서울시 강동구 양재대로 156길 133
용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방서)
대지면적: 660㎡
건축면적: 355.97㎡
연면적: 827.52㎡
규모: 지상 3층
주차: 3대
건폐율: 53.93%
용적률: 125.3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갈바륨 컬러강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지정색 수성 페인트, 노출콘크리트
기계설계: 주성엠이씨건축사사무소단
전기설계: (주)한길엔지니어링
시공: (주)우리경안
감리: 천장환(경희대학교) + 아이건축(이태영)
설계기간: 2015. 2. ~ 6.
공사기간: 2015. 9. ~ 2016. 5.
건축주: 강동소방서


진행 박계현 기자 | 사진 신경섭 | 자료제공 천장환

 
tag.  건축 , 건물 , 소방서건축 , 서울시 소방서 , 천장환 , 아이건축
       
월간 SPACE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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