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Magazine
 
SPACE Magazine
Google
     
 
+ E-SPACE >> E-MAGAZINE >> ARCHITECTURE
2017 / 02 / 16
파이빌 99
       

파이빌 99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

 

위진복은 한국에서 건축학부를 마치고 런던에서 AA School을 졸업한 후 마이클 홉킨스와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2009년부터 서울에서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UIA: Urban Intensity Architects, 도시의 내적 강도를 위한 건축가들)를 운영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는 삼성동 업무시설, 광주유니버시아드 수영장, 독산극장, 광주 운암동 주상복합, 고려대학교 파이빌 99 등이 있다.

 

컨테이너의 무한 변주
최윤경
(중앙대학교 교수)

 

근대건축 초창기에 많은 건축가들은 건물을 표준화하고 기계화하고 그래서 대량생산하기를 꿈꾸었다. 마치 산업혁명을 통해 수공업적 상품생산이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당대의 건축가들은 완벽한 기술에 의한 기계조립과 같은 건축을 상상하고 또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공장에서 동일한 규격으로 양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는 모듈화된 건축 혹은 그러한 건설 방식을 실현하려는 노력은 아마도 그 시대에는 필연적인 요구처럼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특히 세계대전의 참화로 파괴된 도시의 복구와 인구급증으로 인한 주택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의 대량생산이라는 아이디어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건축, 아키그램의 플러그-인-시티, 메타볼리스트들의 캡슐타워 등 산업화된 건축의 꿈은 현실세계에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실현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컨테이너 건축은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넘어서면서 새로운 차원의 건축적 논의를 생산하고 있는 것 같다. 컨테이너 건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동일한 모듈로 규격화된 컨테이너를 겹겹이 쌓아서 건물을 만든다는 발상은 마치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표준화와 대량생산의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20세기 중반에 발명된 컨테이너는 주지하다시피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컨테이너로 인해 물류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전 세계 교역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니, 이는 가히 혁명적 아이디어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화물선에 가득 쌓인 컨테이너들은 우리나라 경제 부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렇듯 화물을 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컨테이너를 가져와서 건축가들은 인간의 삶과 행위를 담아내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무엇인가를 담아낸다는 의미에서는 이러한 변신이 별로 충격적인 일은 아니며, 이미 컨테이너는 공사 현장이나 농촌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임시건물로서 사용되어온 지 오래되었다. 다만, 최근 회자되고 있는 컨테이너 건축물들은 임시성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뛰어넘을뿐 아니라 동일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미학적 논의의 가능성까지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건축가는 일정한 규격의 컨테이너들을 불규칙한 듯 그러나 교묘하게 규칙적으로 쌓아 독특한 적층 기법을 보여준다.

구조적 리스크를 강의동 바깥 외벽에 철골 트러스로 보강함으로써 메워나가는데, 이 또한 건너편 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컨테이너 적층의 새로운 변주 기법을 보여준다.

 

고려대학교 파이빌 99는 이러한 컨테이너 건축이 가질 수 있는 변주의 모습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파이빌 99는 크게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 한 동(B동)은 주로 벤처기업이나 학생들의 창업동아리, 스튜디오, 오픈랩 등 사용자들의 창의적인 작업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들로 구성된다. 또 다른 동(A동)은 대형 강의실과 전시실 및 부속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위진복은 이곳에서 일정한 규격의 컨테이너들을 불규칙한 듯 그러나 교묘하게 규칙적으로 쌓아 독특한 적층 기법의 절묘한 수준을 보여준다. B동의 컨테이너들은 길이 방향으로 한 줄씩 건너뛰는 방식으로 쌓아지면서 사무실, 회의실, 작업실 등의 용도를 소화한다. 그러면서 컨테이너 사이의 빈 곳은 복도, 휴게 공간, 계단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다양한 색을 가진 컨테이너들이 쌓이고 그 사이 공간들이 가로지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변화하는 반복의 알고리즘을 보여준다. 대형 강의실이 있는 A동에서는 컨테이너를 적층하는 방식이 다시 달라진다. 대형 강의실은 부속시설까지 합해서 4개의 컨테이너가 나란히 배열되면서 2층으로 쌓이는데, 강의실 내부는 수평으로 3개의 컨테이너 너비로 그리고 수직으로 2개의 컨테이너 높이로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즉 컨테이너 사이의 격벽이 모두 제거된 것이다. 이로 인한 구조적 리스크를 A동 바깥 외벽에 철골 트러스로 보강함으로써 메워나가는데, 이 또한 B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컨테이너 적층의 새로운 변주 기법을 보여준다.
파이빌 99에는 두 동을 연결하는 브리지가 있고, 브리지의 난간과 오픈된 테라스의 난간, 컨테이너 문을 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발코니의 난간 등이 모두 동일한 철재의 형상과 비례로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 석재로 처리된 일부의 계단이다. 이곳의 실외 바닥은 대부분 목재 데크로 처리되어 있어 철재 난간과 어우러지면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제공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일부 계단이 석재로 처리되어 있어 견고하고 무거움을 주는 상반된 느낌으로 인해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건물 전체가 주는 경쾌함과 변화무쌍함 속에서 눈여겨봐야만 드러나는 극히 일시적인 순간일 뿐이다.
위진복은 컨테이너 건축으로서 전작인 영등포 쪽방촌 임시 거주시설로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쪽방촌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지금은 없어진 임시시설이었고, 그래서 그곳에 사용되었던 컨테이너들은 말 그대로 임시적인 소명을 훌륭하게 완수했고 지금은 사라졌거나 또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이빌 99의 컨테이너들은 일단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파이빌 99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미 폐기처분된 컨테이너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컨테이너 표면의 요철이 고르지 않고 여기저기 우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용하고 난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큰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빌 99의 컨테이너들은 임시적이라기보다는 항구적이다. 적어도 현재 계획은 그렇다. 이곳의 컨테이너들은 이동되지도 않고 바꿔지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이동될 것 같은 느낌과 바꿔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컨테이너들은 그 태생적 소명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리고 숙련된 벽돌공들이 똑같은 벽돌을 가지고 엄청나게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내듯이, 위진복의 컨테이너들도 동일한 요소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형태와 파생되는 의미를 화려하게 그리고 무한하게 변주해내고 있다.

-

최윤경은 연세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조지아텍에서 건축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다. 서울시청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소문역사공원 등 주요한 국제설계공모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오픈된 테라스의 난간, 컨테이너 문을 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발코니의 난간 등이 모두 동일한 철재의 형상과 비례로 일관성을 부여한다.


 

컨테이너의 상상력 보태기

공을채 기자

 

창업. 요즘 대학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12월 발간한 ‘2015 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대학 내 창업동아리 수가 4,380개로 2012년 1,933개에 비해 무려 126.6% 증가했다.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창업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대학은 대학생 창업 기업을 속속 배출하고 있으며, 대학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대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대학생 창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를 반영하듯 고려대학교에서 독특한 형태의 창업지원센터가 출연했다.

새로운 장소의 필요성
단조롭고, 일반적인 건물이 가득했던 캠퍼스에 전혀 다른 형태의 건물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자영(고려대학교 교수)은 “새로운 유형의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교내에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학교 관계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던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빌 99라 불리는 이곳은 개척자를 의미하며, 학생들의 창의와 개척이 끊임없이 뻗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17개의 스튜디오는 창업을 한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스타트업 신청자에게도 완결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체 네트워킹과 멘토링을 통해 창업 준비단계로 나아갈 잠재력을 갖춘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타대학의 창업지원센터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기에 실제 사용하던 컨테이너의 재활용은 고려대학교의 새로운 건축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기에 좋은 계기가 되었다. 김자영은 “색다른 공간에 가면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자극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재활용 컨테이너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친환경적인 측면과 경제성을 고려했으며 학생들의 새로운 콘텐츠를 공유하는 혁신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것이 의미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의 리사이클링과 가능성
일정한 모듈로 구성된 컨테이너는 쌓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다. 위진복은 단순히 컨테이너를 적층하는 방식이 아닌, 캔틸레버로 내미는 형식을 통해 활용도 높은 외부 공간을 만들었고, 컨테이너를 쌓아 복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컨테이너의 건축적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컨테이너의 다양한 형태를 실현하기 위해 컨테이너와 컨테이너가 만나는 지점과 컨테이너를 구조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했다. 정광량(동양구조기술 대표)은 “컨테이너는 일반적으로 외관이 구조가 되는 형태이다. 하지만 해상용 컨테이너는 외관이 곧 구조가 되는 형태로 활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철근 프레임을 설치하고, 구조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가구도 재활용했다. 책상과 의자들은 고려대의 역사가 남아 있는 50~60년 전 집기들을 리폼하여 예전의 낙서들까지 그대로 살려냈다.

학교 브랜드의 확장성
파이빌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역동적인 구조의 기초 유닛을 활용하여 교내와 교외에 설치하여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들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번에 완공된 파이빌 99뿐만 아니라, 2차, 3차를 계획 중이다. 파이빌 148(가칭)은 정문 앞 교외에 지어질 예정이다. 연면적 495㎡ 정도로, 19여 개의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1층을 필로티로 띄워 대지 앞과 뒤를 연결한다. 위진복은 “대학교의 경계가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길을 통해 학교의 영역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파이빌 148의 대지는 좁고 긴 형태로, 건물 하부를 지나가는 묵직한 압박을 피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기계적인 시스템을 이용해 움직이는 컨테이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컨테이너의 건축적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3차는 현재 대지를 물색 중이며, 고려대학교는 파이빌이 학생들의 소통 공간인 동시에 선배들의 경험을 전승하고 확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다.

 

강의실 내부는 수평으로 3개의 컨테이너 너비로 그리고 수직으로 2개의 컨테이너 높이로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B동은 다양한 소통이 가능토록 중정 형식의 동선으로 구성했다.

실제 쓰였던 컨테이너의 재활용은 고려대학교의 새로운 건축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기에 좋은 계기가 된다. 


설계: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주)(위진복)
설계담당: 정선근, 이영준, 성세종, 윤은아, 김복연
총괄 시공: SG신성건설(주)(대표 이명근)
위치: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5가 50-1
용도: 교육연구시설
대지면적: 1,328㎡
건축면적: 539.47㎡
연면적: 999.04㎡
규모: A동 — 지상 4층 / B동 — 지상 5층

높이: A동 — 11.1m / B동 — 14.4m

주차: 5대
건폐율: 46.61%
용적률: 86.31%
구조: 철골, 컨테이너 구조
외부마감: 염화고무계 페인트
내부마감: 내화석고보드
브랜딩/아이덴티티 디자인: 커브(김홍성)
가구 디자인: 이광호
구조설계: (주)동양구조안전기술(정광량)
컨테이너 제작 및 설치: 삼창씨앤에스(주)(최상규)
기계・ 전기설계: 대도엔지니어링
설계기간: 2015. 12. ~ 2016. 6.
시공기간: 2016. 7. ~ 2016. 10.
건축주: 고려대학교(총장 염재호)
총괄감독: 조기찬
파이빌개척마을 촌장: 정석(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부교수)

진행 공을채 기자 | 사진 신경섭 | 자료제공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주)

 
tag.  건축 , 건물 , Architect , 창업플랫폼 , 고려대학교 , 컨테이너건축 , 모듈러 건축
       
월간 SPACE 2017년 02월호 
 
기사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을 달아주세요.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
 
 
+ 다른 기사 보기
매곡도서관
동쯔관 보급형 주택
텅 하우스
보통의 집
청운동 주택
칠보 청소년 문화의 집
보정동 규우주
과거로부터 온 편지 (5)_서현
과거로부터 온 편지 (4)_박길룡
과거로부터 온 편지 (3)_임창복
과거로부터 온 편지 (2)_윤승중
과거로부터 온 편지 (1)_안영배
과거로부터 온 편지
아이들이 찾아오는 레인보우 하우스
레인보우 출판사 본사
속초주택 인 화이트
클럽나인브릿지 파고라
문화비축기지
플레이스 원
멜로워 성수 플래그쉽 스토어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 보이드아키텍트
영주시 권역별 안내서
공공건축 만들기 10년, 영주의 길을 따라
애월 펼쳐진 집
논현동 다가구주택
힐튼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아난티 코브: 감각적 경험을 디자인하다
무엇을 위하여 고가를 걷나: 서울로7017
폴리하우스
 
 ISSUE TO TALK
 E-MAGAZINE
ARCHITECTURE
URBAN
INTERIOR
PEOPLE
ART & CULTURE
BOOKS
ACADEMIA
 DAILY NEWS
 
best tag.
이우환, 무회건축연구소, 김재관, 판교주택, 인물, 도서, 건축사진, 이미지, 음악, 도면, 디자인, 환경, 서평, 서울, 미술, , 아키텍쳐, 단행본, 인테리어, 건물, 도시, 전시, 공간, 건축가
 
 
 
고객님은 안전거래를 위해 현금 등으로 5만원 이상 결제시 저희 쇼핑몰에서 가입한 LG U의 구매안전(에스크로)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결제대금예치업 등록번호: 02-006-00001
사업자등록번호 206-81-40424 | 통신판매신고번호 제2013-서울서대문-0150호 | 대표자 황용철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박성진
㈜CNB미디어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20(연희동) 03781 | 대표번호 02-396-3359 / 팩스 02-396-7331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름 김준 | 소속 공간연구소 | 전화번호 02-396-3359 | 이메일 editorial@space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