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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23
남동 나비집
       

남동 나비집

 

에이치에이치 아키텍스

 

한혜영은 에이치에이치 아키텍스 대표로, 큰 것보다는 작은 것,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중심보다는 주변에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건축가다. 건축은 주변의 아주 사소한 사물과 환경에서 비롯되어 우리의 낱낱의 일상으로 귀결된다는 생각으로 사무실을 꾸려가고 있다. 앞서 원오원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OCA에서 실무를 쌓았고, 스페인에 머물며 마드리드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국민대학교 대학원과 원광대학교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현재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디자인을 오가는 다수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Unlike the name of the house, the first impression of the house at the front is more like a white boat that is about to ascend to heaven.

 

형태의 이유
조성익
(홍익대학교 교수)

 

뾰족하다. 남동 나비집이 주는 첫인상이다. 건축가는 이 집에 ‘나비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평면이 날개를 펼친 나비 모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의 모양이고, 집 앞에서 보는 이 집의 첫인상은 하늘로 올라가려는 백색의 보트에 가깝다. 뾰족한 보트의 앞머리는 집 앞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향하고 있다. 이 집이 위치한 동네에는 대부분 평온한 표정의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남동 나비집은 그 안에서 팔을 활짝 벌리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갈 듯, 우아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왜 집을 뾰족한 나비 모양으로 지었을까?
“처음에 두 가지 계획안을 준비했어요. 하나는 상자 형태의 합리적인 계획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선이 포함된 과감한 (현재의) 계획안이었죠. 의외로 건축주가 후자를 선택해서 조금 놀랐죠.” 건축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선택된 안은 완공될 때까지 큰 변경 없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집은 용인시 중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다. ‘도시와 가까운 전원주택지’를 내세우며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가 조성한 주거단지다. 분양회사는 토지를 나누어 파는 일만 하고 입주자들이 각자 건축사사무소를 찾아 집을 짓는 방식이라, 개성 있는 집들이 들어설 수 있었다. 약 80개 중 60여 가구가 이런 방식으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다만, 이곳의 건축주들이 ‘남프랑스풍 주택에 살아보세요’라는 광고에 마음이 끌려서 전형적인 전원주택풍 집을 많이 지었는데, 그 덕에 남다른 나비집의 형태는 동네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건축주는 독특한 건물의 형태에 매력을 느꼈어요.” 건축가는 초기안을 제안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나비 모양의 평면이 자연스럽게 옆집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하자 건축주가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 마을의 땅은 건폐율 20% 이내로 제한되어 있어 집들 사이의 간격이 도심지 마을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이웃집 간의 시각적 사생활 보호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단지 내 주호 배치를 보면 대다수가 전면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집을 옆으로 길게 늘여서 지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앞뒤로는 여유 공간이 충분하지만, 양옆의 집과는 거리가 가까워진다. 마당을 향해 완만한 각도로 팔을 벌린 나비집의 형태는 옆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적절한 형태였다. 나비 모양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2층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공간이 정남향의 빛을 받아들인다는 합리적 이유가 섰고, 두 아이를 위한 방을 각각 나비의 양 날개에 둔다는 설명이 더해지자 건축주 부부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Many clients chose to build a typical country house, and this has resulted in attracting local people’s attention to the unique form of the house.

 

나비집의 건축주 부부를 만났다. “처음 양가 부모님들께서 모형을 보시곤 집이 뾰족하다고 걱정하셨죠. 그런데 다 짓고 나니, 오히려 주변 지인들을 직접 초대해서 자랑하세요. 저희도 슬쩍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나비 모양 디자인이 좋아 보인다는 거예요. ‘이게 예쁘잖아’ 하고 단순하게 얘기하더라구요. 자기들 살 집이 아니니까. (웃음)”
내부 공간이 뾰족한 모양이라서 생활하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 보니 돌아오는 답은 “짓고 살아보니 더 만족해요”였다. 삼각형 모양의 서재에 애매한 방향으로 놓인 책상을 바라보며 물었으나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중 내외가 가장 만족하는 공간은 주방이라고 했다.
주방은 나비 모양의 평면에서 두 날개가 만나는 부분과 가까이 있다. 부인의 권유로 싱크대 앞에 서 보았다. 창문 너머로 마당이, 계곡 너머 숲이 보였다. 음식을 만들다가 고개를 들면 자연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주방이 거실보다 두 계단 높아 거실도 잘 보였다. 날개가 접히는 각도를 이용하여 배치한 계단실으로 2층을 올려다볼 수도 있었다.
“여기에 서면 집안 곳곳이 한눈에 보여요. 계단 밑에 숨어서 노는 아이도 보이고, 마당의 풀장도 볼 수 있어요.” 부인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건축가가 덧붙였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다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족과 마주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예각과 둔각으로 이루어진 집의 뾰족한 모양 덕분에 마치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한눈에 보는 관제탑처럼 나비집의 주방은 집의 여러 지점을 시선으로 모으는 중심이 되었다.

Butterfly House, opening its arms at a gentle angle towards the yard, has an appropriate form that can naturally block the gaze of its neighbours.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집을 뾰족하게, 나비 모양으로 지었을까? 함께 집을 돌아보며 건축가와 건축주가 들려준 이유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첫째, 건축가는 독특한 형태를 좋아하는 대중의 취향을 언급했다. 둘째, 빛과 조망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빛과 조망에 의해 형태를 만들었음을 다이어그램에서 읽을 수 있었다. 셋째, 부동산 개발회사가 갈라놓은 땅의 모양과 후면의 V자 옹벽에 순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넷째, 건축주는 단독주택의 독특한 형태가 주는 아름다움을 선택했고, 다섯째, 나비의 두 날개가 두 아이를 상징한다는 점에 기뻐했다.
하지만 당시 들었던 이유 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집 구경이 끝나갈 때쯤 별말 없이 서 있던 남편이 덧붙인 말이었다.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사방을 보는 공간, 그리고 아이들이 사방으로 통하는 공간이 된 거예요.”
단독주택의 설계에는 보편타당한 편리함을 만들려는 요구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독특함을 가지려는 욕망이 함께 있다. 단독주택지로 개발된 마을에 각양각색으로 모여 있는 집들은 각자 이 두 가치 사이의 어딘가를 선택한 결과다. 그 균형이 독특함 쪽으로 기울어질 때, 건축가와 건축주의 욕망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이 건물의 외형이다.
그런데 집이 완성되고 그 안에 살게 되면 새로운 가치가 더해진다. 아이들은 자기 방을 놔두고 사선 모양 계단 밑 좁은 구석에 들어가서 행복해 한다. 평면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가족들 사이의 시선 연결이 3차원 공간에 생긴다. 그 연결을 통해 가족은 서로의 기척을 느끼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의 외형이 첫인상이라면 이런 유의 발견은 살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나는 이것을 좋은 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 ‘생활감(生活感)’이라 부르고 싶다. 예기치 않았지만, 살면서 알게 되는 집의 느낌과 가치 말이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가와 건축주가 수없이 고민했던 형태, 빛, 조망, 땅, 상징은 막상 살아보면 그 중요성과 의미가 바뀌곤 한다. 건축가가 공들여 설정한 형태의 이유가 살아본 사람들이 발견한 생활감을 통해 무력해지기도 하고, 혹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기도 한다.
뾰족한 삼각형의 방은 공간의 낭비로 이어지기 쉽고, 기성 제품 가구는 잘 들어맞기 어렵다. 이런 모든 합리적 관점을 넘어서는, 나비집에서 가장 빛나는 장점은 예각의 형태와 공간이 주는 새로운 생활감의 발견이었다. 집의 지휘자를 포디움에 세우고, 가족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생활감을 중심에 두고 집을 계획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비집의 설계 과정을 뒤집어보자. 처음부터 건축주와 건축가가 ‘부인이 관제탑이 되어 집안의 곳곳을 바라보는 집’을 설계 목표로 세웠더라면 어땠을까? 싱크대 앞에 선 부인의 시선을 따라 예각의 벽이 서고, 바닥의 레벨이 조정되고, 가구가 놓이고, 방이 배열되는 과정이 따라왔을 것이다. 조망과 햇빛이 내부의 시선에 맞추어 섬세하게 조정되고, 마침내 최종적으로 건물의 형태가 드러날 것이다. 건축가는 외형이 다른 두 가지 안을 제안하는 대신 설계 과정을 통해 형태를 천천히 빚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결과로 아름다운 숲을 향해 나비가 날고 보트가 나아간다. 혹은 내부의 여러 지점에서 가족의 시선이 교차하는 별 모양이 될 수도 있다.
생활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태는 어떤 모양이 되었든 중요하지 않다. 형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활과 연관된 가치를 찾게 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집의 형태는 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나비집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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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은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서 도시와 건축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TRU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주택부터 단지 계획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의 건축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미국 SOM에서 초고층 건축 및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로 경험을 쌓았다. 대한민국 건축사 및 미국 건축사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 중이다.

Thanks to the sharp shape of the house, with its acute and obtuse angles, the kitchen of the house became the focal point in the sights at various points in the house.

The most brilliant achievement of the house was to realise a sense of life that is given by shape and space by its acute angles.


설계: 에이치에이치 아키텍스(한혜영)
설계담당: 이수민, 김신혜
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286-14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448㎡
건축면적: 89.18㎡
연면적: 268.01㎡
규모: 지상 2층, 지하 2층
주차: 3대
높이: 7.6m
건폐율: 19.9%
용적률: 36.2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스터코 외단열시스템,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수성 페인트, 실크벽지 ,마모륨, 원목마루
협력설계: (주)이우건축사사무소
구조설계: (주)터구조
기계설계: (주)주성엠이씨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주)한길 엔지니어링
시공: (주)씨어스 디자인그룹(허림)
설계기간: 2015. 8. ~ 2016. 2.
시공기간: 2016. 3. ~ 10.
건축주: 최보영

진행 윤솔희 기자 | 사진 남궁선 | 자료제공 에이치에이치 아키텍스

 
tag.  건축 , 주택 , 건물 , 한혜영 , 단독주택 , 용인시
       
월간 SPACE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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