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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8 / 10
논현동 다가구주택
       

논현동 다가구주택

 

오상훈

 

오상훈은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의 AA School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Adjaye Associates, FOA, HOK, Zaha Hadid Architects 등 런던에서 건축실무를 했으며 2009년 영국왕립건축사(RIBA/ARB)를 취득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이며, 건축디자인 연구소인 씨티알폼 건축스튜디오와 함께 꾸준한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귀국하여 건축 설치 전시와 공공 프로젝트 그리고 상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적극적인 간섭을 유도하는, 가변적이며 유기적인 건축적 상상을 펼쳐왔다. 

A white building surrounded by grey that can only be seen from the sky, the entire building becomes an object, standing atop a site that is blocked in on all sides.

 

Air다가구
김재경
(한양대학교 교수)

 

다가구
다가구주택은 존재감이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 유형인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건축가는 물론 일반 사람들도 각자 그것의 장단점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단독주택의 돌연변이인 다세대는 1980년대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거 본연의 문제인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주인을 제외하면 다가구주택에 사는 장점이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어렵다. 다가구의 세입자 중에 자신이 사는 장소가 이상적인 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그곳에서 장기적 거주를 꿈꾸지도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다가구주택은 아파트보다 더 일시적 점유를 위한 장소라 여겨진다. 다가구가 이상적인 도시 주거 유형이라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건축가에게도 다가구주택은 그리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아닐 것이다. 건물주가 개인이니 예산은 적고 욕망은 크다. 학생, 젊은 직장인 등 한시적 거주자들이 세입자인 경우가 많으니 건물주도 건축적 허세보다는 부동산 논리에 따른 설계를 요구한다. 대지도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한 일반주거지역의 작은 필지인 경우가 다수여서 법규 제한이 많다. 건축이 아무리 제약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라 해도 다가구주택은 그것이 너무 많다. 건축가의 이상 실현, 쉽게 얘기해 그럴싸한 것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다가구주택 중 떠오르는 건물은 딱히 없다. 월간 「SPACE(공간)」과 동아일보에서 2013년에 발표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1선’에도 다가구는 없다. 심지어 아파트도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다! 가장 흔한 건물 중 하나지만 대표가 될 수는 없는, 이것이 다가구주택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하지만 다가구주택은 꽤 특별할 수 있다. 서울 연구원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 중 다가구주택 거주 비율은 약 32%로 아파트 43%의 뒤를 잇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파트와 달리 소규모 개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도시를 변화시킨다. 일례로 필로티 법규 완화는 주차 문제 완화라는 현실적 장점이 있지만, 주거지역 이면도로와 골목길을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들이 뛰어놀던 골목을 이제는 다가구주택의 필로티 주차장이 점령하고 있다. 서울 주택의 1/3을 차지하는 다가구주택. 다가구주택은 별것 아닌 존재가 아니었다.

The western perspective of the cantilevered project makes the mass appear as if it were floating when seen from the narrow entrance to the plot.

Airbnb.com
에어비앤비는 요즘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의 전설이다. 세입자가 단기 부재 시 다시 세를 주는 서블렛(sublet)이 흔한 미국에서 자기 집을 공유-물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하는 것은 그리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에어비앤비가 미국 시장에서 건축 유형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를지도 모른다. 서울시가 ‘공유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공유에 인색한 이 도시에서 집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전국의 건축학과 학생들이 그들의 프로젝트에서 소통과 커뮤니티를 끊임없이 외칠 정도로 폐쇄적인 한국에서 사람들이 본인의 집을 외부인에게 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드디어 에어비앤비가 2013년에 한국에 진출했다.

Air다가구
논현동 다가구주택은 계획 초기부터 기존의 중개 시스템보다는 풀옵션 단기임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소유는 모두 건축주이고, 현행법상 외국인 상대로 단기 렌트만 허용된다. 임차인들은 짧으면 며칠, 길어야 몇 달이기 때문에 건축의 평면적 기능보다는 일시적인 경험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일시적 경험이 건축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가 논현동 다가구주택을 바라보는 주된 관전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젊은 건축가들이 다가구에서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평?단면 상에서 다양한 유닛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주어진 볼륨 안에 조합하는 것이다. 최근에 다가구는 물론 공동주택에서도 작은 유닛들의 조합이 테트리스처럼 얽혀 있는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논현동 다가구주택은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건물 높이에 한계가 있어 유닛마다 단면적 변화를 주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에 건축가는 자신의 색깔을 보이기 위해 평면에서 전략을 찾았으니, 그것이 사선 요소이다.
내부에서 시작된 사선 요소는 외부까지 계속해서 평면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서쪽 투룸 타입에 있는 복도의 알코브(alcove)는 사선 요소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알코브로 인해 현관과 연결된 긴 복도는 두 방 사이의 작은 거실이 될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 큰 거실은 필요 없다. 둘이 마주 보고 밤에 잠시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사선 요소는 내부 각 실에 계속 영향을 주면서도 실 배치는 꽤 알차게 해결되었다. 오히려 오각형 침실의 배치는 기능적이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사선 요소는 외벽과 만나며 삼각형의 발코니를 만들어낸다. 굳이 면적을 손해 보면서 발코니를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객에게 서울의 밤 풍경을 보게 하는 작은 장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이 노력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러한 사선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요소들은 일반적인 다세대주택에서는 건축주가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ir다가구이기에 가능하다.

The diagonal element meets with the external wall, establishing a triangular balcony. Such efforts deserve commendation as the architect has established a small space in which travelers can observe the night views over Seoul.

전선에서 알리다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 ‘전선에서 알리다’와 다르게 논현동 다가구주택은 숨어서 현실과 싸운다. 캔틸레버된 건물의 서측 면은 폭이 좁은 진입구에서 보면 매스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건물을 공공 영역까지 어필하고 싶은 건축가의 의도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건물은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 입면이 도시와 관계를 맺을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파사드의 역할은 사라지고 대신에 건물 전체가 오브젝트가 되어 주변이 꽉 막힌 대지 위에 서 있다.
건축가가 말하지 않아도 8개의 이웃 필지와 접해 있는 대지는 많은 분쟁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게다가 폭 10m도 안 되는 좁은 대지에서 일조권 사선제한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건축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보여준다. 3m가 겨우 되는 좁은 진입로는 공사의 난이도를 대변한다. 이러한 물리적 제약들 속에서 건축가는 건축주가 거주하는 4층과 다락층 사이에 보이드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사선을 받아 폭이 좁아지는 상부에서 건축주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호사스러운 내부 공간이다.
하늘에서만 보이는 회색에 둘러싸인 하얀 건물. 누군가는 보이지도 않는데 뭐하러 외장재의 선택과 건물 매스를 다듬는 데 큰 신경을 썼냐 할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라고 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강남은 컨텍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뜨내기들에게 논현동 밤거리를 지나 작은 골목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하얀색의 덩어리와 내부에 들어갔을 때 보게 되는 아기자기한 사선이 만들어낸 내부 공간들, 그리고 그것이 주는 작은 즐거움이면 이 건물의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상층부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건축주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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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은 건축가이자 교육자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며, 김재경 건축 연구소(COUNTERDESIGN)를 이끌고 있다. MIT 최우수 졸업논문상(2012), 아메리칸 아키텍처 프라이즈 골드메달(2017)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다. 그의 설계 및 연구 작업은 영국 「아키텍처 리뷰」와 한국의 「SPACE(공간)」 등 다양한 잡지와 책자에 소개되었다.

The diagonal element continues to influence each of the rooms within, and the arrangement of the bedrooms has been resolved quite effectively. It seems that the choice to install a pentagonal bedroom is quite functional.

Within such physical constraints, the architect has even created an opening between the fourth floor where the client will reside and the attic floor. This is the only element of luxury inside in acknowledgement of a client who must reside in the upper level in which the width becomes even narrower due to the setback regulation.


설계: 오상훈(단국대학교)
설계담당: 정해준, 조현준, 윤장연, 정지훈(씨티알폼 건축스튜디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용도: 제1종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대지면적: 290.5㎡
건축면적: 157.79㎡
연면적: 518.29㎡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높이: 14.14m
주차: 5대
건폐율: 54.31%
용적률: 136.74%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 섬유 시멘트 패널, 컬러강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도장, 타일
구조설계: 파워구조
시공: 코워커스
기계・전기설계: 유성기술단
설계기간: 2015. 6. ~ 2016. 1.
시공기간: 2016. 4. ~ 2017. 5.

 

진행 박세미 기자 | 사진 진효숙 | 자료제공 씨티알폼 건축스튜디오

 
tag.  건축 , 주택 , 건물 , 다가구 , Airbnb , 논현동 , 오상훈 , 씨티알폼건축스튜디오
       
월간 SPACE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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