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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26
플레이스 원
       

플레이스 원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김찬중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한울건축, 챈 크리거 사무실과 우규승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현재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자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 초빙교수다. 2006년 제1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었고 베이징 비엔날레에서는 아시아의 주목받는 건축가 6인에 선정되었다. 대표작으로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연희동 갤러리, 래미안 갤러리, 한강 보행자 터널 프로젝트, 쌍용 파인트리, SK 행복나눔재단 사옥 등이 있다.


플레이스 원: 한국 현대건축의 고군분투기

조항만(서울대학교 부교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건축의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발주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IPD(Integrated Project Delivery)로 불리는 이 새로운 건축 생산방식은 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관련 컨설턴트들의 수평적 협업을 통해 기획, 설계, 시공의 각 단계마다 상존하던 정보의 불일치로 인한 변경의 리스크를 없앰으로써 고품질의 건축물을 짧은 시간에 저비용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방식은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의 작품과 같은 비정형 건물을 구현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이런 디지털시대에 새로운 마스터빌더로서의 건축가는 기획 및 설계뿐만 아니라 재료, 공법, 그리고 조달까지도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당대 최고 기술적, 문화적 역량의 집합을 현대건축의 전제 조건 중 중요한 하나라고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서 현대건축이라 불릴 만한 건축물은 보기 어렵다. 지금 세워지고 있는 서울의 많은 건축물들은 근대 혹은 이전 시대의 철학과 기술에 의지한 것이 대부분이며, ‘마을 만들기’, ‘동네’, ‘보존’ 등 건축과 도시에서 논의되는 담론들도 대부분 회고적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이런 자화상은 식민시대와 전쟁으로 인한 단절,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고도화가 불러온 경제논리의 공고한 지배하에서 건축 관련 종사자들의 인식이 20세기 초 근대의 기능주의 및 국제주의와 1970년대의 비판적 지역주의의 맥락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에 크게 기인한다.
이런 국내외 건축의 두 가지 상황에 비추어 한국 현대건축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찬중과 더시스템랩은 여러 매체를 통해 “재료와 제작방식까지 관심을 두고 산업적 공예로서의 새로워 보이는 건축을 생산하는 젊은 건축가” 정도로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그 위상이 제대로 평가된 적은 없다. 

설계자는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성격의 대지의 집합체로서의 ‘hyper-nature’의 개념을 건물에 담았고, 파사드 셀의 디자인도 자연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형태에서 힌트를 얻었다 말한다.

플레이스 원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지만 짐작컨데 현재까지 김찬중의 완공작들 중 그 규모나 공사비 측면에서 가장 크다. 기존 은행건물의 기본 구조만 제외하고 모두 철거한 뒤 3차원 원형 프리패브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 단위 구조물로 외피를 다시 입히고, 예술과 문화의 복합 콘텐츠로 채워질 슬로우 코어(slow-core)를 이식한 후 모든 내장을 새로 하였다. 이로서 포스트모던 스타일의 기존 건물은 178개의 아트디스크를 품은 하얀 다공질 큐브로 다시 태어났다. 다양한 서비스에 문화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복합 점포인 플레이스 원 건축의 주요한 특징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건축물은 새롭다. 조형에서도, 의미에서도 그 근원을 추측할 만한 원본이나 레퍼런스가 없다. 그리하여 이전의 수사로 묘사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새롭다. 그야말로 건축가가 창조한 작은 대안적 세계라 할 수 있을 만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환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형태적 모호성’▼1을 지닌 하얀 다공질의 외관은 우리에게 어떤 기시감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하는 원초적인 질문만을 남긴다. 설계자는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성격의 대지의 집합체로서의 ‘hyper-nature’의 개념을 건물에 담았고, 파사드 단위인 셀(cell)의 디자인도 자연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형태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추상적이고 과장된 자연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원본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측면에서 플레이스 원은 ‘원본 없는 재현’이라는 현대 예술의 창조 원리를 은연중에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세계는 인식에 주어진다’는 17세기 근세철학의 인식론적 전회에서 ‘인식은 언어로 구조화된다’는 20세기 초 언어학적 전회를 거쳐 ‘세계는 미디어로 구축된다’는 한마디로 요약되는 오늘날,▼2 예술적 이미지가 입혀진 돌아가는 디스크의 파사드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시하는 슬로우 코어를 품고 구축된 이 건축은 현대의 ‘미디어적 전회’를 잘 드러낸다. 계절별로 작가와 작품이 선정되고, 하루 동안 앞뒤의 이미지와 조명이 바뀌며, 시간별로 각도가 변하는 아트 디스크 파사드는 현대의 대표적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동영상처럼 계속 변화하는 건축의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건축과 사용자들 간의 감성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경우에 따라 만져보고 싶은 그런 건축, 인터랙티브한 건축을 좋아한다는 설계자의 취향과 이미지와 영상이라는 현대의 미디어가 이 지점에서 만난다.
셋째, 이 건축은 ‘무엇을 만들 것이냐보다는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설계자는 새롭게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축 생산방식, IPD에서처럼 기획, 설계, 제작 및 시공에 이르기까지 건축이 이루어지는 거의 전 과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하여 건축가 업역의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을 건축의 디자인과 생산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디자인 툴(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툴(3D Printer, CNC Router 등), 그리고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재료(UHPC패널, F.R.P.복합거푸집 등)의 활용이 그것이다. 더시스템랩은 창업 이후 전문 건설사나 CM회사도 잘 해내지 못하는 새로운 재료와 구법의 발굴, 새로운 조형의 구현을 위한 기술 개발과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근 15년에 가까운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지향과 추구는 현재 새로운 현대건축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다. 

계절별로 작가와 작품이 선정되고, 하루 동안 앞뒤의 이미지와 조명이 바뀌며, 시간별로 각도가 변하는 아트 디스크 파사드는현대의 대표적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동영상처럼 계속 변화하는 건축의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건축과 사용자・방문자들 간의 감성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위의 여러 가지 특징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축물로서 아쉬운 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자하 하디드 아키텍트의 파트너인 패트릭 슈마허가 말한 ‘파라메트리시즘’을 구현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해외 현대건축물들과 달리 전체론적 관점의 구현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점이다. 프랭크 게리나 쿱 힘멜브라우의 최근작들에서 보이는 건물 구조와 외피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 일체화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점, 외장 패널이 한 가지 유형으로 반복 사용되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는 현대 디지털 건축의 특징이 약화된 점 - DDP의 외장 패널의 디자인과 그 종류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 그리고 건축물의 디자인과 연계되지 않은 개별 콘셉트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각층마다 다르게 이루어진 점 등이 그 이유인데,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였고 임대 부분이 섞여 있는 복합금융 점포라는 것을 고려하면 온전히 건축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김찬중과 더시스템랩은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열고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인물이자 조직이다. 그의 기술과 제작에 대한 태도와 노력, 디지털 시대의 미학에 대한 이해, 끊임없는 새로움의 추구를 통해 탄생한 플레이스 원은 마치 현대의 전자제품처럼 매끈한 모호함을 지닌 채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그 사용법과 가치가 점점 드러나게 될 것이다.

기존 은행건물의 기본 구조만 제외하고 모두 철거한 뒤 3차원 원형 프리패브 UHPC 단위 구조물로 외피를 다시 입히고, 예술과 문화의 복합 컨텐츠로 채워질 슬로우 코어(slow-core)를 이식한 후 모든 내장을 새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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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축가는 설계소묘에서 그의 전작인 연희동 갤러리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예로 들어 ‘건물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취향, 경험,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을 형태적 모호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2.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1』, 천년의 상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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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만은 서울대학교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고, 2013년 가을 학기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현재 서지영과 함께 TAAL Design Lab의 공동대표이다.


설계: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김찬중)
협력설계: 노드건축사사무소(주)(이종수)
설계담당: 더시스템랩 - 이충렬, 최진철, 박창권, 김소진, 한동수 / 노드건축 - 고대영, 김범주, 오택준, 박준영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9-8, 24 / 169-9
용도: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850㎡
건축면적: 930.11㎡
연면적: 16,295.82㎡
규모: 지하 4층, 지상 10층
높이: 44.65m
주차: 109대
높이: 28m
건폐율: 32.64%
용적률: 280.74%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 UHPC, GFRC, THK3T 알루미늄시트
내부마감: 석재마감, EGI 철판 및 석고보드 위 도장, 목재마감
UHPC 파사드: 형상구현 - 더시스템랩 / 엔지니어링 - 디지털건축연구소 위드웍스 / 모듈생산 - 한필이엔지 / 현장시공 - 알루이엔씨 / 아트디스크 - 링크엔지니어링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 및 전기설계: (주)하나기연
조경설계: 제이더블유엘
조명설계: 이온에스엘디(주)
친환경설계: (주)에스비환경디자인
시공: 두산건설(주)
설계기간: 2014. 11. ~ 2015. 12.
시공기간: 2016. 4. ~ 2017. 4.
건축주: KEB 하나은행 


진행 박성진 편집장 | 사진 김용관(별도표기 외) │ 자료제공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건물 , Architect , 김찬중 , 더시스템랩 , 재료 , UHPC , 파사드
       
월간 SPACE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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