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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28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


허서구 +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

허서구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암스테르담 베를라게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및 건축사무소 허.가.방(許.家.房)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건축가협회상(2002)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원도시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백상진은 건축집단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서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부터 김경도, 이일성과 함께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를 결성하고 다양한 건축 작업을 전개 중이다. 김경도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마을과 숲 건축사사무소를 거쳐, 현재 건축집단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를 함께 이끌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의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이일성은 계원조형예술대학과 국민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했다. 아름건축사사무소, 마을과 숲 건축사사무소, POSCO A&C 등에서의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건축집단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공공건축의 성취와 새로운 공공성의 실험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필자가 처음 문화비축기지를 찾은 때는 2013년 여름이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새로운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심사를 위해 대상지를 방문했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버려진 석유탱크들이 주는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다. 이후 국제현상공모 심사와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문화비축기지의 계획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2017년 9월 1일, 문화비축기지는 문을 열었다.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의 전환은 이 공간의 성격과 가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새로운 공간이 시민 생활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문화비축기지가 어떠한 계획과정을 통하여 태동되었으며, 공공건축으로서의 성과와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마포 석유비축기지 계획구상은 2013년 ‘마포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 및 마스터플랜’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부지였지만, 그 이전부터 공간 활용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센터, 환경 전시교육센터, 영상문화 콤플렉스 등 대부분이 문화적 기능을 매개로 한 개발을 지향했다. 서울연구원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아이디어 공모, 토론회 등을 통하여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계획 비전은 ‘환경과 재생을 주제로 한 시민의 장소, 복합문화 공간’으로 설정했고, 이곳에 ‘공연과 강연, 전시와 체험, 정보 교류’의 기능을 담기로 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2014년 8월, 국제설계경기가 열렸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설계안 중에서 설계지침에서 제시하는 방향인 “5개의 거대한 석유탱크가 매설된 산업유산이 갖는 장소적 가치와 석유탱크 내부의 독특한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었다. 당선안인 허서구+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의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은 가장 주목을 끈 작품으로서,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고, 이 땅이 지닌 지형의 고유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냄으로써 탱크와 풍경이 하나 된 유일한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건축의 고고학’이라고 불린 설계 발상은 프로젝트에 적실한 해법이었다. 유물을 발굴하듯이 석유탱크가 만들어진 과정을 상상하며, 역순으로 원래의 장소에 개입한 흔적들을 찾아내고 이를 드러내며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석유 저장시설을 건설하던 작업로를 복원하고, 이를 새로운 공간의 접근로로 삼으며 다른 시공간을 연결한 점은 독창적이었다. 깊이 있는 디자인 리서치, 강력한 서사, 시각적 레토릭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최근 완공된 대상지를 몇 차례 방문했다. 신축된 6번 탱크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수용하여 다른 탱크에 요구되는 공간 프로그램 수요를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절묘한 선택이었고, 이로써 3번 탱크 하나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나머지 1, 2, 4, 5번 탱크는 지형 조건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공간 설계로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4번 탱크는 장소의 아우라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독특한 공연전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5번 탱크는 탱크와 콘크리트 구조물, 암반 절개지의 내외부 공간이 교차되면서 건축 풍경 산책으로 초대한다. 건축가들은 시공과정에서도 공사 팀과 공사 당시 작업로를 찾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끈기 있는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환경과 재생’이라는 비전은 공간 디테일에서도 일관되게 구현됐다. 장소의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끼가 자란 기존 콘트리트 옹벽과 송유관, 석유의 저장량을 측정하는 게이지 등을 그대로 보존하며 활용하고 있다. 6번 탱크 외관과 실내 벽은 1번과 2번 탱크의 강판을, 3번 탱크의 오르막 돌계단은 4번 탱크의 바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돌을 재활용했다. 친환경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리모델링된 탱크 공간의 냉난방은 기본적으로 지열을 활용하고 있는데, 탱크 진입 공간에서의 공간 배치도 대담한 솔루션이다. 

사진에서 제일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번 탱크, 2번 탱크, 3번 탱크, 4번 탱크, 5번 탱크, 6번 탱크가 위치한다.

1번 탱크 / 기존 탱크는 철거해 6번으로 이동한 후 유리구조물로서의 벽체와 지붕을 신설했다.

2번 탱크 / 기존 탱크는 철거해 6번으로 이동한 후 바닥판을 옥외공연장으로 완성했다.

(왼쪽부터) 3번, 4번, 5번 탱크 / 3번 탱크는 그대로 존치시키고 4, 5번 탱크는 지형 조건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공간 설계로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6번 탱크 / 6번 탱크 외관과 실내 벽은 1번과 2번 탱크의 강판을 재활용했다.

문화비축기지는 문화 공간인가 공원인가? 굳이 둘의 구분을 따질 필요는 없다. 문화 공간이며 공원이자 새로운 유형의 공공 공간이다. 법적 분류에 따르면 현재 공터로 활용되는 주차장 부지를 제외하고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문화공원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도시공원 종류에 문화공원이 추가된 이후 가장 적합한 사례로 등장한 셈이다. 도시민을 위한 문화 콘텐츠를 담는 역할도 해야 하지만, 인근 주민들을 위한 일상적 공원의 성격도 가져야 한다.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산책이나 등산하는 시민의 공원 이용을 유도하고, 방문객이 산 위에 올라 도시풍경을 조망해보는 색다른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건축물의 완성도에 비하면 외부 공간은 보완할 점이 눈에 띈다. 내부 공간의 스토리텔링이 외부 공간까지 확장되지 않은 점은 대상지의 특성상 아쉬운 점이다. 엄격한 내부 공간의 절제미가 외부 공간까지 적용되다 보니 일상적인 공원 이용객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녹지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간 운영자들이 빈 공간을 요구해온 과정상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변적인 공터가 보다 쓸모 있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문화비축기지는 초기 기획에서 시공의 디테일까지 일관된 비전이 구현되면서 최근 공공건축물로서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수준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공모전 기획에서부터 운영, 당선안이 구현되도록 자문회의 등을 조율한 총괄계획가의 기여도 크다. 계획과정에서 시행주체인 서울시를 포함하여 여러 주체들이 협력하여 난관을 잘 극복한 점도 주효했다. 예컨대 현상공모 당시 주차장 부지는 대상지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시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여 공원화 부지로 포함됐다. 이 공간은 장터가 펼쳐지는 열린 마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계획 의사결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안내시설 부지에 거주하던 ‘비빌기지’를 수용하느냐의 문제였다. 비빌기지는 자립과 지속가능성을 꿈꾸며 대안적 삶을 실험하는 열두 팀이 모인 느슨한 자치공동체다. 이들은 공방, 텃밭, 부엌 등의 공유 공간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다르게 사는 방식을 전파해왔다. 문화비축기지를 시민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소통하면서 사회적 참여를 배우고 익히는 실험적 공간으로 가꿀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행정과의 긴 협의를 통하여 공원 일부 공간을 비빌기지팀에 할애하여 이주할 수 있었다. 공적 공간을 점유하며 대안적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을 공공 영역에서 수용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제는 문화비축기지에서 벌어질 새로운 상상과 실험에서 진정한 주체가 되는 일이 남았다.
문화비축기지는 문화를 소비하는 곳을 넘어서 문화를 생산하는 곳을 지향한다. 일방적으로 행정이 제공한 콘텐츠를 시민들이 향유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간의 주체가 되어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적합한 쓰임새를 찾아간다는 의미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발산하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협치위원회를 통해 공간을 운영하게 됐다. 새로운 공공 공간을 어떻게 가꾸고 운영할 것인가? 이곳에서 어떤 가치를 확산하고 전파할 것인가? 새로운 공공성의 실험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4번 탱크 / 장소의 아우라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최소한의 개입으로 독특한 공연전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4번 탱크 / 장소의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끼가 자란 기존 콘트리트 옹벽과 송유관 등을 그대로 보존하며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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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진은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이자, 환경계획연구소 소장이다. 2018년 완공될 예정인 서울식물원의 총괄계획가를 맡고 있으며,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 및 용산공원 시민포럼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설계: 허서구 +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백상진, 김경도, 이일성)
설계담당: 현상설계 - 박정현, 김태형, (주)팀텐건축사사무소 / 실시설계 - 김봉수, 백상미, 김인섭, 김태형, 김형순, 조윤정, 박우진
위치: 1차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 / 2차 - 661번지 일대
용도: 1차 - 관광휴게시설, 문화집회시설, 교육연구시설 / 2차 - 제1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차 - 101,500㎡ / 2차 - 35,212㎡
건축면적: 1차 - 5,324.61㎡ / 2차 - 273.16㎡
연면적: 1차 - 7,256.31㎡ / 2차 - 273.16㎡
규모: 1차 - 지상 2층, 지하 3층 / 2차 - 지상 1층
주차: 47대
높이: 1차 - 15m 이하 / 2차 - 6m 이하
건폐율: 1차 - 5.25% / 2차 - 0.8%
용적률: 1차 - 5.23% / 2차 - 0.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기존 탱크 해체 강판, 커튼월, 마천석, 골강판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기존 탱크 해체 강판, GFRC 패널, 열연강판, 친환경VP 도장
조경설계: 디스퀘어(주)
토목설계: (주)정민지오테크
구조설계: (주)센구조연구소
기계설계: 영동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해월엔지니어링
시공: 1차 - (주)택시빌 / 2차 - (주)SG신성건설
설계기간: 2014. 10. ~ 2015. 8.
시공기간: 1차 - 2015. 12. ~ 2017. 9. / 2차 - 2016. 7. ~ 2017. 8.
공사비: 1차 - 257억 원 / 2차 - 29.4억 원
건축주: 서울특별시

진행 박계현 기자 |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건물 , 마포 , 문화공간 , 공공건축 ,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
       
월간 SPACE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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