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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0 / 30
과거로부터 온 편지 (1)_안영배
       

반세기를 지나온 잡지가 선사하는 기억들

 

안영배 (도성건축사사무소 회장)

 

안영배는 1932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다. 1958년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종합건축연구소, 한국산업은행 ICA주택기술실 등에서 일했다. 1961년 ICA의 후원으로 미국 미시건 대학과 워싱턴 대학에서 수학했다. 1959년 ‘국회의사당 설계경기(남산)’ 2위에 입상했으며, 1968년 여의도에 세워진 ‘국회의사당 설계경기’에서 1위에 입상해 설계에 참여했다. 저서로 『새로운 주택』, 『한국건축의 외부 공간』이 있다. 서울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여러 후학들을 양성했다.

「SPACE」100호 중 안영배의 '대화의 광장' 지면 일부


To. 월간 「SPACE(공간)」 편집부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고령기에 들면서 한동안 건축잡지를 멀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SPACE(공간)」를 보니 판형도 크고 사진을 편집하는 방식도 시원합니다. 다루는 내용도 시기에 적절하고 매우 충실해 보이고요.

   「SPACE」는 원래 건축・도시 및 예술 종합지로 시작되었지요. 건축을 예술문화의 한 분야로 인식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술과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까지 다루었던 것은 그 성과가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각 전문 분야가 분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과거와 연계성을 가지고 지금도 각 분야의 기사들을 간략하게 실을 수는 없는지, ‘건축’이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만 갖기보다 각 분야들이 모여 같이 호흡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건축계를 회고하며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습니다. 과거 건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부족과 관주도로 이루어지는 건축 일들은 우리에게 큰 시련이었습니다. 특히 전통성 문제는 한 번쯤 겪어야 했던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전통성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중국과 일본도 겪었던 과정이었습니다. 1960년대 초기에는 경복궁의 국립박물관(강봉진 설계)이 옛 건축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서 논란의 효시가 되었지만, 중견 건축가들의 작품들 - 예를 들어 경주박물관, 장충동 국립극장, 광주박물관, 독립기념관 등- 역시 기대할 만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지요. 참으로 풀기 힘든 과제였습니다. 제가 「SPACE」에 1974년 3월부터 8회에 걸쳐 연재했던 ‘한국 건축의 외부 공간’이라는 글은 건축계로 하여금 ‘전통건축’과 ‘외부 공간’이라는 과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1975년 95호지에서는 장충동의 국립극장(이희태 설계)이 크게 다루어졌는데, 이에 대한 논평으로 김원의 ‘한국 현대건축의 위기’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그 당시로는 전통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시도한 이 작품에 대해 매우 힐난한 혹평이 획기적이었습니다.

   또한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김중업 씨와 김수근 씨가 자주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건축가 김중업이 파리에서 귀국 후 설계했던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그 당시 젊은 건축가들에게 매우 큰 자극을 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 영향이 너무 큰 탓인지 이후 작품에서는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올림픽 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문은 그의 좋은 유작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편, 김수근 씨는 남산의 국회의사당 현상설계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비록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이른바 행운의 건축가였습니다. 특히 「SPACE」을 창간하고 지속시켰던 일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공간사로부터 윤승중, 김원, 류춘수, 승효상, 유걸 등을 배출했다는 점도요. 한때 부여박물관의 왜색 시비로 큰 수난을 겪었지만 그는 그것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1971년에 지어진 그의 공간사옥을 보면 자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지요.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항상 찬반의 대조적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경동교회는 특색 있는 벽돌의 매스감과 함께 접근 과정의 변화 있는 공간감으로 높이 평가되기도 하는 반면, 주변의 도시환경을 등지고 고대의 고성 같은 육중한 이미지로 느끼게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말을 조금 보태자면, 아직도 한국 건축에는 외부공간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에서의 외부 공간은 ‘공공성’이라는 개념과 함께 중요한 이슈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처럼 대규모 행사나 시위 현장으로서만 외부 공간을 인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건축물이 개체로서의 형태에서 벗어나 환경을 조성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지요. 그것은 ‘군집형태’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에서도 배울점이 있습니다. 내·외부의 교류와 유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시와 호흡하는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겁니다.

   1960~70년대를 열정적으로 지나온 저로서는 회고가 길어졌습니다만, 앞으로도 「SPACE」 편집진영이 잘 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시주택의 활성화를 위해 고층 지향에서 벗어나 중층이나 저층으로의 유도, 도시건축의 윤리성과 공공성 문제, 외부 공간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두기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건축가의 작품 성향은 큰 빌딩보다 작은 작품에서 잘 나타나기 마련인데, 적절하게 내용 구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논현동 d’A사옥(594호), 초량도시민박(594호), 틈품집(595호) 등 작은 건물을 자주 다루는 것은 잘 하는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점은 어떤 화두나 작품에 대해 세대간의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설계 현장에서 물러난 지난 세대와 지금 막 현장으로 진입한 세대가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시행착오가 훨씬 줄어들어 한국 현대 건축의 진보가 한 걸음 더 빨라질 것입니다. 편집구성에 관한 작은 잔소리라면, 건축도면을 표기하는 데 있어, 도면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곳에 모은다면 도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tag.  건축 , 건축잡지 , 편집 , 한국건축 , 전통성 , 공공성
       
월간 SPACE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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