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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1 / 02
과거로부터 온 편지 (4)_박길룡
       

우리는 여전히 당신에게 길을 묻습니다

 

박길룡(국민대학교 명예교수)


박길룡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에 재임하는 동안에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장, 건축대학장, 박물관장을 지냈다. 『한국 현대건축 평전』, 『세컨드 모더니티의 건축』, 『한국 현대건축을 위한 9개의 탐침』(공저) 등의 저술을 통해 비평적 사관을 펼쳤다. 문화교차의 관점에서 『시간횡단, 건축으로 읽는 터키 역사』와 『남회귀선, 라틴아메리카의 문명기행』을 출판했다. 한국건축가협회상(1995), 서울시건축상-연구부문(2008), 한국건축문화대상-올해의 건축문화인(2011) 등을 수상했다.

'한국현대건축의 유전자' 글 박길룡, 「SPACE」400호


To. 한국 건축 저널리즘

 

돌아보니 한국의 모더니즘이 그러했듯이, 우리 저널리즘의 뼈를 저미는 성장통도 대단했습니다. 몰라서 지척거리고, 국가에 관리되고, 자생이 어렵고, 콘텐츠 빈곤에, 시장과 싸워왔습니다. 「공간」 또는 「空間」 또는 「SPACE(공간)」 당신의 600호 나이가 대단한 것은 그만큼 일천한 한국의 건축 저널리즘에서의 역할 때문일 겁니다. 1966년 11월 「공간」이 창간될 때 일본의 월간 「建築文化」는 251호를 발간하였지요. 그것이 한국이 따라잡아야 할 시간 거리였습니다.

   한국 건축의 저널리즘은 단체지로 시작하는데, 모두 어눌했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지요.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가」는 소식을 전하는 데 급급하지만 그것이 계간이면 참 느슨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는 단체의 권익 옹호에 바빴고, 대한건축학회 「건축」은 건설과 기술연구로 근근이 쪽수를 채웠었지요.

   그러니까 국가주의의 복판에서 「공간」의 탄생은 한국 건축사에서 혁명이라 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은 건축을 언어문화로 채근하는 역할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초기 모더니즘에서 말할 줄 모르는 건축도 문제이지만, 말을 걸줄 모르는 잡지는 더 곤란했지요. 「공간」 이후 그 많은 건축 저널들이 창간했다가는 곤궁한 숨을 쉬며, 그야말로 ‘어려운 게 힘’이 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간」 100호 기념에서 김수근이 ‘등사판을 밀어서라도…’ 잡지를 지키겠다고 한 천명은 한국 저널리즘의 영원한 명오(明悟)로 기억됩니다. 물론 「공간」도 지치고 여러 위기와 맞닥트렸지만, 여태 생명하고 있음은 그것이 단순한 경영의 일이 아니기에 그리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한국 건축문화사를 위한 숙명, 아니 업보와 같은 것이지요.

   불편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정부가 언론의 목줄을 죄던 시절, 또는 문화가 프로파간다로 휘둘릴 때, 건축저널의 존재감은 흐릿했지요. 대신 운동권 비정규 저널이 그 자리를 비집고 목청을 돋우고, 손톱으로 책을 썼습니다. 언어는 거칠고 편집은 조잡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겁니다. 진보 건축이 왼쪽으로 건축을 보았으며, 모더니즘의 틈을 따고 민족예술을 끼워 넣었습니다.

   「꾸밈」이 한국건축의 역장(力場)을 확장하며, 「플러스」의 날개도 다채로웠습니다만 모두 역사적 사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건축문화」가 이제는 아카이브로 효용되고 있습니다. 「건축과 환경」-「C3」가 럭셔리한 저널리즘을 이루었고, 건축문화의 서울 편재를 염려하던 중 「이상건축」에 안심이 좀 되었지요. 「간향」-「POAR」-「와이드AR」은 잡지 역량 이외에 여러 프로그램으로 젊은 건축가를 찾아내는 노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건축과 사회」가 단체지의 대안이고, 「건축평단」이 고급 저널리즘을 도모하고 있습니다만 걱정 반 염려 반입니다.

   아무튼 당신이 숨이 차면 한국 건축문화는 괴사하며, 당신의 심성이 흐트러지면 불한당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지식의 앞잡이여야 할 저널이 쪼잔한 비평으로 종이를 낭비하던 일도 많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인 사신(私信)이니, 이참에 저에게도 자탄할 일이 많습니다. 「공간」에도 글을 올리며 줄곳 바보 같았던 것은 ‘건축을 해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졸렬한 지식으로 현학衒學하고, 계몽하려고도 했습니다. 글은 조미료 범벅이었습니다. 다행히 이후 젊은 건축 문예인들이 이 사정을 보충했습니다. 저널은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이 아니지요. 사유와 이지, 서사와 서정의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요즈음 시정(市井) 나들이에서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이한 현상을 느낍니다. 제 주변에 부쩍 많은 「공간」 기자 출신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주연과 전진삼은 「간향」을 거쳐 「와이드AR」에서 자주 만나고 있고, 박성태의 정림건축문화재단 포럼에 드나들며 김상호의 도움을 받고, 정다영과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일이 많았고, 박성진 덕분에 졸저 『한국 현대건축 평전』을 출판하였습니다. 아마 「SPACE」 400호 기념호에서 ‘한국 현대건축의 유전자’ 연재를 시작했을 겁니다. 김혁준(픽셀하우스 대표)과 심영규(프로젝트 데이 대표)의 기획 일도 거들고, 심미선의 건축 정보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월간 「SPACE」는 출판 말고도 한 일이 많으니, 사회문화의 사관(士官) 양성소처럼 여겨집니다. 오늘 이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건축이 ‘집 짓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곧 건축의 의미를 확장하는 증거들입니다.

   건축이라는 물산이 생산되었다고 해서 문화가 되지 못하지요. 어떤 이들이 이들을 꿰고 엮고 말이라는 호흡을 넣어 사회의(社會意), 곧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무릇 건축이 이리저리 길을 묻습니다. 저널이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이들 사회지(社會知)를 한군데 담으면 거기에서 우리는 길을 찾아봅니다. 그 소쿠리가 저널리즘이지요.

   600살이 되는 「SPACE」는 비록 종합예술지로서 무거움을 내려놓았습니다만, 「SPACE」로서 국제화와 전문저널 A&HCI 등재는 또 다른 성장태입니다. 2013년 아픈 가족력을 이겨냈습니다만, 그만큼 지적인 성장이 튼실해졌습니다.

   아무쪼록 내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두서없이 썼습니다.

 
tag.  건축 , 저널리즘 , 건축문화
       
월간 SPACE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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