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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1 / 08
보정동 규우주
       

보정동 규우주

 

유타건축사사무소

 

김창균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건축사로, 여러 곳의 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09년 유타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젊은건축가상을 2011년 수상한 바 있다. 손에 닿는 중소 규모 건축물과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도시 안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The grey stone wall parallel to the road was longer and the red brick triangular roof was higher than I thought.

From the back road, Kyuwoozoo looks like a small single-storey house.

 

‘규’ 동사의 우주
김종진
(건국대학교 교수)

 

“물건을 표시하는 말은 명사다. ‘테이블, 의자, 집, 책,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과정과 능동성을 나타내는 말은 동사다. ‘나는 있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원한다’, ‘나는 미워한다’로 쓴다. 그런데 어떤 행동을 소유한다라고 표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난다. 동사 대신 명사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을 명사와 연결된 ‘소유하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일은 언어의 오용이다. 왜냐하면 과정과 능동성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에서 지난 수세기 동안 서양 여러 언어에서 동사 대신 명사를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프롬이 이 책을 출간한 해는 1976년. 약 40년 세월이 흘렀는데 그간 동사 사용 횟수는 회복되었을까.
프롬이 한 말은 건축에도 완벽하게 적용 가능하다. 건축은 삶을 담기 위해 지어진다. 삶 없는 공간 형태는 순수 조형예술에 가깝다. 삶은 당연히 동사다. 삶을 마치면 마침표가 찍히고 누군가라는 명사가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죽음으로서의 삶이 이어진다. 무기물이 아닌 이상 우리는 대자연 속 삶을 이어나간다.
동사로서의 삶을 담아야 하는 건축에 너무 많은 명사가 사용된다. 거실, 침실, 식당, 부엌, 욕실 모두 명사다. ‘거실’에서는 ‘실(室)’보다 ‘거(居)’가 중요하다. 휴식하고, 대화하고, 전화하고, 숙제하고, 신문보고, TV보고, 말다툼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행위가 핵심이다. 동사로 표현하는 행동, 경험이다. 하지만 설계하는 입장에서, 주인 입장에서 ‘거실이란 이러한 것’이라고 못 박으면, 더구나 그것이 형태나 스타일에 관한 집착이라면 이미 거실은 하나의 명사로 결정되어버린다. 공간은 행동 방식을 유도한다. 의자 하나 있고 없고, 어떤 자세로 앉느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강하게 사용자 행위를 조율한다. 거실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이 마찬가지다. 만약 어린아이들까지 있다면 집은 행위의 정글이 될 터인데 이를 명사로 규정해버리는 일은 삶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랜만에 동사가 만들어지는 집을 만났다. 

The landscape of yard beneath bright and warm sunlight

There were various dimensions co-existing including the independent realm symbolised by the triangular roof, the dispersed public realm within the building, the intersection between the inside and the outside, the completely different landscape portrayed by the front and the back of the house.

죽전역 번화가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얕은 언덕길로 올라섰다. 신문 광고란에서 보았던 연립 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김창균이 설계한 주택 규우주는 단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답사하기 전 미리 받아 본 사진자료와 다르게 집은 커 보였다. 길과 평행한 회색 돌담은 길고, 붉은 벽돌 삼각지붕은 생각보다 높았다. 보통 답사를 하면 사진보다 실제 건물이 작아 보이는데 반대였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집은 까다로운 경사 대지에 지어졌다. 100평 남짓한 대지의 전면과 후면 사이에 8m나 되는 고저 차가 있다. 분명 건축가에게 난해한 숙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건축가는 전면도로 쪽 낮은 곳에 조그만 주차장을 만들고, 같은 레벨 나머지 대지는 원래의 땅으로 남겨놓았다. 현관은 외부계단을 통해 한 층 올라가야 만난다. 외부계단은 대지가 가진 고유한 경사를 체험하는 기회를 준다. 현관으로 들어가면 유리창 너머 마당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아담한 가족 공간이, 왼편으로 주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족 공간에는 TV와 미니 소파가 있지만 거실이라 부르기에 애매한 크기다. 반대편으로 건너가 주방을 끼고 돌면 테라스 카페가 펼쳐진다. 그랜드 피아노, 원목 테이블, 흔들의자, 담요, 쿠션, 사진액자가 햇살 가득한 마당 풍경 속에 놓였다. 때마침 ‘규’ 자매의 엄마가 폴딩창을 활짝 열어 놓아 반 외부 공간이 되었다. 도면에는 이곳을 AV룸이라 표기했는데 어울리지 않는다. 가구, 집기, 분위기의 밀도에서 가족 행위가 집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네덜란드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설계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계단, 벤치, 수납이 하나로 결합된 ㄷ자 모임 공간이 나온다. 아이들과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마음대로 눕고 앉아 책보고 놀기 좋아 보였다. 삼각지붕까지 천장이 닿은 이곳에서 아이들방, 부부방, 다락으로 동선이 이어졌다.
규우주에는 긴장감을 가진 이질적 구조가 내재한다. 삼각지붕 두 개가 만드는 집합 형태는 부부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과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주택의 형태 질서와 상관없이 가족 공간은 여러 곳에 퍼져 있다. 이 집에는 이렇다 할 거실이 없다. 아파트 거실에서 흔히 보는 거대한 평면 TV와 스피커, 반대편 벽에 놓인 기다란 가죽 소파가 없다. 아래층 작은 가족 공간과 테라스 카페, 위층 ㄷ자 공간과 다락이 온 가족의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무대다. 집은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생활의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사실 생활의 흔적은 집에서 무척 소중하다. 건축 잡지에는 주로 입주 전 촬영한 매끈한 빈 공간의 건축 풍경을 싣지만 집주인의 삶과 함께 늙어가는 집이 만드는 날 상태의 풍경은 조화를 이룰 때 참으로 멋지다.
부부방 옆에는 밖으로 나가는 또 다른 현관문이 있다. 조그만 뒷마당이 나오는데 여기서 후면 도로로 나갈 수 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 앞뒤에 도로 두 개를 접한다. 후면 도로로 나가 집을 되돌아보니 왜 크게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미리 받아 본 자료에서 집 뒤쪽 풍경이 뇌리에 뚜렷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후면 도로에서는 아담한 단층 주택으로 보인다. 이를 기억하고 있던 나에게 전면 도로에서 올려다본 3층 높이의 건물은 순간 커다랗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규우주에는 여러 차원이 공존했다. 삼각지붕이 상징하는 독립 영역, 그 속에 흩어진 공동 영역, 내부와 외부의 교차, 전후면의 전혀 다른 풍경.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규우주의 문제가 아니라 집합과 공동의 문제다. 집 한쪽에는 빌라 단지가, 다른 쪽에는 거의 5층 건물로 보이는 주택이 있다. 모두 나름의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지어 올렸다. 하지만 보정동 거리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집합으로서 조화로운 풍경이 없다는 점이다. 단독주택이 많이 들어선 서울 인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독립한 닫힌 세계들이 주변과 상관없이 모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규우주의 뒷모습은 자신의 일부를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공동의 가치를 제안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대지 안에서만 머무른다.
물건을 표시하는 말은 명사다. 과정과 능동성을 나타내는 말은 동사다. 규우주도 테이블, 의자, 집, 책,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있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원한다, 나는 미워한다, 나는 … 한다, 너는 … 한다, 우리는 … 한다로 가득한 ‘규’가족의 우주, ‘규’동사의 우주가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집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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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학과에서 공간설계, 공간조형, 공간미학을 가르치며 교육, 연구,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011년 첫 책 『공간 공감』을 출간했다. AA스쿨과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한 후 런던과 뉴욕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Though there is no room specifically designated as the living room, the family space is dispersed throughtout.


설계: 유타건축사사무소(김창균)
설계담당: 최병용, 신상현, 권혁철, 김영진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215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47㎡
건축면적: 124.84㎡
연면적: 251.84㎡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2대
높이: 10.2m
건폐율: 35.97%
용적률: 59.3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골목구조
외부마감: 고벽돌, 시멘트벽돌, 유리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마루, 타일
구조설계: 하이구조
기계·전기설계: 코담기술단
시공: 자연과우리(박욱진)
설계기간: 2015.11. ~ 2016. 7.
시공기간: 2016. 8. ~ 2017. 5.

 

진행 김나래 기자 | 사진 진효숙 | 자료제공 유타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주택 , 유타건축 , 용인 , 보정동 , 가족공간
       
월간 SPACE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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