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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2 / 01
보통의 집
       

보통의 집

 

리을도랑

 

김성률은 동서대학교 건축학과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0년의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2013년 리을도랑 아틀리에를 개소했다.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생활건축실험실 라라’ 창립멤버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 방법론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건축 언어를 실험하고 있다. 근작으로 청도 바오마루 주택과 범어리 상가주택 등이 있다.


건축의 바깥에서
오신욱
(라움건축 대표)

 

주변과 맥락에 대한 무관심
바깥은 역설적이고 심술궂은 특이한 장소이다. 바깥쪽에 있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의 안쪽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무언가의 외부에 있다는 것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축의 바깥은 우리가 온전히, 완벽하게 차지할 수가 없는 장소이다. 바깥은 우리와 항상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안과,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서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이 집은 바깥에서 보면 2층 높이의 벽돌 입방체가 강력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어, 주변과 관계 맺기는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집은 일반적으로 건축이 맺어오던 주변의 맥락, 풍광, 지형, 스카이라인 등과는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건축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관계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방형 볼륨에 뚫어둔 몇 개의 개구부가 언뜻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장치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경험하면 관계를 거부하는 힘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주변과의 관계는 결국 건축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건축가가 이를 모르지 않을 진데, 왜 관계 맺기를 거부했을까? 이 집에서 건축가는 대지 형태나 도로의 축, 그리고 마을의 흐름과 자연 지형 등을 이용한 설계를 하지 않았다. 주변으로부터 차용해온 요소들을 이용해서 디자인과 형상을 결정하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형상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축가가 주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악동처럼 풀어 간다. 그래서 집은 건축의 바깥에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관계 맺기의 관점에서는 폭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집은 만들어진 이후부터 건축가가 말하는 ‘보통의 집’에 대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건축의 바깥이 된다.
외부의 구축물과 내부의 집 또한 시공과 기술, 재료, 디테일의 관점에서는 무관심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많은 건축가가 집착하며, 고민하는 디테일이 이 집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외피의 벽돌과 내부 공간을 만든 재료의 접합부나, 그것들이 만나는 접점의 다듬기, 비례감, 내부의 창에서 보이는 외피의 벽체, 내부의 창에서 보이는 외부의 구조물, 그리고 외피에 만들어진 큰 개구부의 위치 등은 섬세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내부 공간과 외피 사이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지 않고, 건축의 바깥에서 보이는 것을 강조한 결과가 아닐까? 건축가가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철저히 거부한 것일까? 의문이 남는다.
‘보통의 집’을 이야기하는 건축가는 결국 이 집을 통해 보통이 아닌 차별화를 이루었다. 차별화 속에서도 치밀한 관계 맺기가 유지되었다면 건축의 바깥에서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의 바깥에서 보이는 것과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것, 또한 인위적 외피와 내부 공간이나 내부 볼륨 사이의 관계를 더 세밀하게 설정했더라면 더 큰 감동과 역설을 자아냈을 것이다.

이 집은 일반적으로 건축이 맺어오던 주변의 맥락, 풍광, 지형, 스카이라인 등과는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정방형 볼륨에 뚫어둔 몇 개의 개구부가 언뜻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장치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경험하면 관계를 거부하는 힘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스키마로서의 ‘보통의 집’
디자인 사고 과정에서 완성되지 않은 정신적 형상들의 집합체라는 의미를 갖는 스키마(schema)는 ‘개념’과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다. ‘원’의 개념은 2πr(중심에서 같은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고, 원이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원들의 이미지들이 뭉쳐진 것을 스키마라 한다.
‘집’의 개념과 스키마를 찾아보면, 집은 원의 개념처럼 단정 짓기 어렵다. 그래서 집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이라는 스키마는 무엇일까. 집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어렴풋이 떠오르는 집과 관련된 형상이 다양한 이미지들의 집합체로 등장한다. 어떤 이는 뾰족지붕, 어떤 이는 옥상, 아니면 오두막이나 동굴 등 다양하게 즉각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 중 한 가지가 다듬어지고 확정된 하나의 결과물이 될 때, 집에 대한 스키마가 비로소 현실에서의 다양한 집으로 완성된다. 많은 건축가가 이런 사고과정을 통해서 건축설계를 진행한다. 김성률의 ‘보통의 집’은 이런 사고체계 속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에서 집에 대한 일반인들의 스키마와 건축가가 갖고 있던 ‘보통의 집’에 대한 스키마를 추정해보면, 이 집의 형상과 그에 관계된 공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대지 주변을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집들이 열거된 마을”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주변의 집처럼(보통처럼) 만들고, 외부를 모두 기하학적 형태의 벽돌벽으로 감쌌다”고 설명한다.
‘보통의 집’이 가진 형상에 대한 스키마는 무엇일까? 앞선 건축가의 설명을 통해 건축가가 가진 집 형상에 대한 스키마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업에서 건축가는 일반적인 집에 대한 스키마를 건축가라는 차원에서 학습되고 지향하는 ‘보통의 집’ 스키마를 이용해 가두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강력한 형상을 보통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률은 일반인이 갖는 집에 대한 형상과 이미지를 자신만의 스키마(강력한 2개 층의 기하학적 외벽)를 이용해 새로운 형상과 이미지로 조작하면서 차별화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실제 ‘보통의 집’은 건축가의 열망이 담긴 강력한 집이 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보통의 집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축된 외벽의 안쪽 레이어는 일반적인 집이라고 에둘러 설명하는 것을 보면, 건축가의 내면에서도 외부 구축물이 보통스럽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다.

건축가는 구축된 외벽의 안쪽 레이어는 일반적인 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독특한 보통
일반적인 집과 보통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관계 지으려는 노력이 작업의 곳곳에 보인다. 이 집의 강력한 박공 형태(집에 대한 일반인의 스키마)의 오프닝 진입부와 중정은 일반적인 집의 형상과 이미지이지만 건축가의 조작과 생각이 보태져 음각의 지붕으로 변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로써 일반적인 박공의 형태는 건축가만의 독특한 형상과 공간으로 ‘보통의 집’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건축가와 일반인들의 집에 대한 보통의 의미가 다름을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실제화하려는 외부 형상(보통이기를 거부하는)과 내부의 일반적 관습의 집을 더 명확히, 세련된 건축 어휘와 디테일, 관계로 설명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건축가는 오히려 그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간격을 이 ‘보통의 집’에서 민낯으로 드러내면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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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욱은 라움건축의 대표 건축가이며, 건축설계에서 스키마의 의미와 작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으로 반쪽집, O+A, 인터 화이트, 초량도시민박 등이 있다. 2015년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건축가는 일반인이 갖는 집에 대한 형상과 이미지를 자신만의 스키마(강력한 2개 층의 기하학적 외벽)를 이용해 새로운 형상과 이미지로 조작하면서 차별화해내고 있다..

이 집의 강력한 박공 형태(집에 대한 일반인의 스키마)의 오프닝 진입부와 중정은 일반적인 집의 형상과 이미지이지만 음각의 지붕으로 변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설계: 리을도랑(김성률)
설계담당: 이한새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418㎡
건축면적: 83.43㎡
연면적: 144.25㎡
규모: 지상 2층
높이: 7.7m
주차: 1대
건폐율: 19.96%
용적률: 34.51%
구조: 목구조
외부마감: 시멘트 벽돌마감, 플렉시텍스 외단열 마감
내부마감: 원목마루, 에덴바이오벽지
기계·전기설계: JS ENG
시공: 만불건설
설계기간: 2016. 7. ~ 2017. 4.
시공기간: 2017. 5. ~ 9.
건축주: 배성재

 

진행 박성진 편집장 | 사진 윤준환 | 자료제공 리을도랑

 
tag.  건축 , 주택 , 건물 , 스키마 , 박공 , 개구부 , 외벽 , 리을도랑
       
월간 SPACE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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