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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2 / 08
매곡도서관
       

매곡도서관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이승환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건축학과,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뜰리에 17과 해안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9년 런던으로 이주하여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Tony Meadows Associates에서 BIM 전문가로 활동했다. 2014년 귀국하여 전보림과 함께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201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와 디지털 텍토닉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전보림은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건축학과,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M.A.R.U.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9년 런던으로 이주하여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Smal & Partners, Young In Architects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 귀국하여 이승환과 함께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기초설계 스튜디오를 담당했다.


책의 숲과 화이트 콘덴서
유명희
(울산대학교 교수)

 

책의 숲 - 방치된 경계를 일상의 흐름으로 변곡하다
울산광역시 북구는 현대자동차 관련 중소업체 근로자들이 거주하고 타 지역에 비해 젊은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다. 지자체는 지역의 정주율을 높이기 위하여 열악했던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시설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매곡도서관 신축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지는 북구의 매곡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이 ‘오토벨리로’라는 도로로 예리하고 비일상적으로 나누어지는 경계부에 방치되었던 자연녹지지역의 좁고 긴 땅이다. 대지의 전면으로 매곡천이 평행하게 흐르고, 대지 후면과 속도감 있는 폭 20m 매곡로 사이에는 주유소를 비롯하여 시가화되지 않은 전형적인 도시 변두리 필지들이 면해 있다.
건축가는 남북으로 길고 완만한 경사를 지닌 대지의 지형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가족과 함께 책의 숲을 거닌다’는 도서관 전체를 관류하는 설계의 주제는 대지 경사의 적절한 조작을 거쳐 1/12의 경사도를 기준으로 건축의 내외부를 관통하는 질서와 흐름의 시스템으로 구축된다. 긴 대지 전체를 장변 방향으로 진입광장, 도서관, 후면광장, 주차장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되,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바닥과 건물의 주 입면을 따라 건물의 안과 밖을 관통하는 긴 경험의 과정적 연결체로 엮는다.
‘책의 숲’이라는 주제는 또한 ‘숲의 나무’라는 메타포를 담은, 단순하지만 복잡한 파사드의 전략으로 물질화된다. 수직 방향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와 더불어 건물 외피에 설치된 나무무늬 피막의 수직 알루미늄루버는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과 내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고려된 영역 분절, 각도와 간격, 두께와 폭의 매개변수로 정의된 외부의 표정을 만든다. 복잡성이 추가된 입면의 자연스러운 수직성은 시간, 일조와 기후, 주체와 속도 등의 변수를 만나 변화무쌍하게 경험된다.

화이트 콘덴서 - 지적 경험과 상호작용의 응축기
대지 내외부의 장변 방향 경사도의 흐름은 대지의 단변 방향의 분절과 교직되며 완성된다. 외부에서부터 흘러들어온 경사도는 북카페와 로비, 열람홀을 지나 내부로 연장되어 중앙의 어린이 열람실을 중심으로 감아 돌며 흐름과 멈춤을 반복한다. 경사로의 고리는 안쪽으로는 어린이 열람실의 세 레벨로, 바깥쪽으로는 유아 열람실, 이야기마당(중정), 프로그램실, 디지털 열람실, 그리고 크고 작은 덩어리로 분절된 종합자료실과 접속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중첩은 물론, 머무름과 이동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느슨하고 유연한 몸의 경험을 조직한다. 이로써 도서관의 영역 전체는 중앙의 어린이 열람실 공간을 휘감는 하나의 진동하는 덩어리로 감지된다. 어린이 열람실을 둘러싼 10개의 둥근 기둥과 책꽂이 두께의 난간벽으로 통합된 흰 피막은 중심의 높은 천장과 상대적으로 납작한 경사로 높이의 대비와 조우하면서 집중감과 개방감의 담백한 균형을 이룬다. 집중감과 개방감의 적절한 균형은 도서관 전체 공간의 구심성과 원심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면서 집단과 개인의 경험을 모이게도 흩어지게도 하는 다중적인 감각 전략이 된다. 어린이 열람실 중심에 담담하게 자리한 흰 계단은, 작은 마을 언덕 광장의 파사드를 상상하게 하는 동시에 완만한 동선과 시각의 흐름을 가진 경사로의 역동성을 가속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마을도서관의 중심이 내부인 듯 외부인 듯 느껴지는 장면을 통하여 개인이지만 마을 주민이기도 한 다중적인 사람살이를 중의적으로 느끼게 하려는 듯이 보인다. 특히 중앙계단의 참은 높은 공간을 수직으로 분절하는 일종의 캐노피 역할을 하면서 그 아래의 계단은 벌써 어린이들이 선점한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방사하는 동선으로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공간의 분위기 연출에 있어, 창백하지 않도록 고심해 고른 듯한 흰색의 사용과 편심으로 구성된 서측 경사로 상부 천창, 동측의 중정을 감싸는 창가 공간의 내향적인 구성은 바깥으로 시선을 투영하기보다는 차분히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도서관의 분위기를 만든다. 넓은 어린이 열람실의 개방성과 대조되는 아지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이야기마당의 나무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창가 소파 자리를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디지털 열람실 옆 창가 벤치에는 아저씨 한둘이 잠시 오수를 즐기고 있다.
처음 도서관에 방문했을 때, 동네 도서관으로서 지나치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크기를 가진 높고 네모지고 흰 동굴과도 같은 어린이 열람실의 퍼스펙티브를 마주하면서, 막연히 ‘마을의 심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곳에서 자랄 마을 아이들은 장차 책 읽는 장소로서의 스키마(schema)를 품을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책의 숲’은 마을로부터 매곡천을 거쳐 대지로 연결되고, 건물 안으로 파고들어 아이와 어른, 독서와 놀이, 진지함과 재미, 조용함과 소란함, 개인과 집단이 서로 함께 공진하는 열린 열람실을 완성한다. 프로그램의 중첩, 행위의 역동적 공존을 촉진하고 그들의 충돌을 통한 전례 없는 사건의 발생장치로 소셜 콘덴서(social condenser)를 들 수 있다면 이곳은 이미 마을의 잠재력과 상호작용을 응축하고 발산하는 화이트 콘덴서가 되기 충분하다.

외부에서부터 흘러들어온 경사도는 북카페와 로비, 열람홀을 지나 내부로 연장되어 중앙의 어린이 열람실을 중심으로 감아 돌며 흐름과 멈춤을 반복한다.

집중감과 개방감의 적절한 균형은 도서관 전체 공간의 구심성과 원심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면서 집단과 개인의 경험을 모이게도 흩어지게도 하는 다중적인 감각 전략이 된다.



도서관이 가져온 마을의 변화
여러 차례 도서관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궁금증을 초기 계획안을 들여다보면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설계과정 중에 예산 등 현실적인 이유로 변경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실시설계 중 시청각실의 위치와 후면광장의 형태 변경 등에 의해 장변 방향의 긴 루버 파사드의 길이가 다소 짧아져 선형의 비례감이 원안에 비해 아쉽다. 대지 후면의 서비스 차량 통로가 기존 1층의 레벨에서 후면 지형을 따라 2층 레벨로 조정되면서 서비스 입구의 위치가 도서관 내부 경사로 사이에 어정쩡하게 자리 잡은 것은 마을도서관이니까 허용될 만한 작은 기능적 허점으로 보인다.
초기에 표정을 가졌던 대지후면(서측면)을 무심하게 처리하고 전면에 집중한 태도도 동의하기가 좀 어렵다. 나중에라도 후면부의 무질서한 필지들이 정리되고 이웃의 대지 경계의 변화와 접근의 가능성이 달라질 때, 최소한의 표현이라도 추가되길 바란다. 또한 건물 북쪽의 이벤트 광장은 계단식으로 감아 올라가 3층 다목적실과 연결되는 개방적인 흐름을 가졌는데, 기존 2층에 개방형으로 계획되었던 일반열람실이 3층 끝단으로 옮겨가면서 다른 상황을 보이고 있다. 옥상으로의 연결과 동선을 폐쇄하면서 모든 순환의 마무리가 닫혀버리고 3층의 옥상부와 주변 마을과의 시선을 교류하는 산책의 순환로가 사라렸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물리적인 흐름이 프로그램의 변경에 따라 지워져버린 듯하다.
또한 서측 경사로의 창가 레이어가 삭제되면서 중앙의 열린 큰 열람실과 대응하는 창가의 작은 개인화된 장소의 주제가 축소되었다는 점이 아쉽고 공간 구석구석 몸의 감각과 경험을 연장해줄 수 있는 적절한 가구 선정과 배치의 섬세함도 조금 더 있었으면 싶다. 그러나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도서관은 지혜롭고, 적절하다.
늦은 오후, 책을 반납하고 가벼워진 에코백을 흔들며 천변으로 걸어가는 엄마와 아들의 쾌활한 두 개의 그림자, 매곡도서관이 이 마을에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다. 가까운 미래, 근거리의 아파트단지 완공으로 인한 인구 증가, 매곡 천변 조경과 보행로 정비, 그리고 건너편 주거지와 매곡 중고등학교에서 도서관을 연결하는 인도교 설치는 ‘책의 숲’을 주변 지역으로 연장하는 동시에 지역주민들과 도서관의 일상적 연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마을 도서관의 진화는 지금부터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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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는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홍익대학교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정림건축과 모이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박사논문 주제인 ‘자기조직화 이론과 현대건축 공간구성의 상관성’을 설계작업과 연구를 관류하는 중심 테마로 삼아왔다. 놀이, 학습, 마을, 도시 프로젝트 등 건조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하여 행위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건축 공간의 작동원리, 과정지향적 설계방법론 등을 탐구하고 있다.

복잡성이 추가된 입면의 자연스러운 수직성은 시간, 일조와 기후, 주체와 속도 등의 변수를 만나 변화무쌍하게 경험된다.


설계: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이승환, 전보림)
설계담당: 최정석, 차주협, 정동욱, 서세희, 이유미
위치: 울산광역시 북구 매곡로 138-19
용도: 교육연구시설(공공도서관)
대지면적: 3,787㎡
건축면적: 731.34m㎡
연면적: 2,103.77㎡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높이: 12.75m
주차: 20대
건폐율: 19.31%
용적률: 43.80%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알루미늄루버,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외단열미장마감
내부마감: 콘크리트 면처리 위 수성페인트, 알루미늄루버 천장
구조설계: 하모니구조
기계·전기설계: 하나기연
시공: 미건종합건설
설계기간: 2015. 8. ~ 2016. 2..
시공기간: 2016. 4. ~ 2017. 4.
공사비: 46억

건축주: 울산광역시 북구

 

진행 박성진 편집장 | 사진 전영호 | 자료제공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건물 , 도서관 , 공공시설 , 공공건축 , 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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