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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1 / 09
VT 하가이스케이프
       

VT 하가이스케이프 


피그건축사사무소 + 에그플랜트 팩토리


김대일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범건축과 아뜰리에 17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5년 김한중, 이주한과 함께 피그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한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희림건축과 삼성물산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5년 김대일, 김한중과 함께 피그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소장 및 가천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김한중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범건축과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5년 김대일, 이주한과 함께 피그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현재 생산실험집단 베이스먼트워크숍의 디렉터 및 그라운드 아키텍츠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한메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범건축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3년부터 에그플랜트 팩토리에서 공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정주와 유목 사이 시대적 표상

양건(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제주현상

제주는 지난 몇 년간 문화이주민들의 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최근 들어 매년 2만 명 가까이 늘던 인구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지금도 제주에는 문화이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동반되어 밀려오는 신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은 기존 제주민들의 생활과의 갈등 요소로 잠재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제주의 동시대성을 가늠하는 ‘제주현상’의 하나로 이해한다. 이 차이는 제주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적 유전자를 정의하는 방식에도 나타난다. 하나는 영속적이고 불변하는 생물학적 유전자인‘진(gene)’의 관점으로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관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유의 것이 변형되었다 할지라도 제주에서 벌어지는 문화현상 전반을 문화적 유전자 ‘밈(meme)’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의 다름은 오히려 제주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발산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제 제주 건축과 도시의 미래는 문화적 다양성을 통하여 공존의 혜안을 열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 위에 서 있다.

중산간 마을, 하가리 풍경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제주 고유의 가치를 찾아 내밀한 마을까지 들어온 문화이주는 연이어 개발의 광풍을 몰고 와서, 원풍경을 망가뜨린다. 이제 제주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 되었다. VT 하가이스케이프가 위치한 하가리도 제주의 서쪽 중산간 마을로 전형적인 전원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 내부의 올레길과 울담은 지방문화재등록의 논란이 일 만큼 원형적 가치가 있다. 더불어 민속자료인 전통 민가와 마을 중앙의 연자방아 등 마을 공간 구조가 잘 살아있어서 제주의 전통건축을 외지인에게 소개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곤 했다. 그런데 하가리의 현재는 마을 외곽지역에 신축된 카페가 즐비하고, 오버스케일의 공동주택으로 고즈넉했던 수평의 풍경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북으로 한라산과 원경의 바다를 받쳐놓고, 애월지역의 상징적 오름인 고내봉을 배경으로, 역사적 장소인 연화못을 마주하여 제주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주변의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이 건축가들에겐 이 집을 짓는 단서가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건축에 다가선다.

담장 내부의 각 영역은 콘크리트 벽과 철저히 의도된 높이의 제주석 담장에 의해 자기중심성을 유지하면서도 긴밀하게 엮여 있다.

도상조우(圖上遭遇)

VT 하가이스케이프는 2017제주건축문화대상 수상작 전시회에서 도면으로 먼저 만난 인연이 있다. 도상으로도 제주석의 돌담에 의한 공간의 유기적 조직화가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었다. 아마도 젊은 건축가가 제주의 마을 구조나 전통 민가의 일반적인 형식인 안·밖 거리 살림집에 대한 리서치를 열심히 하여, 제주 건축의 지역성을 담아낸 모범적 작업으로 이해했다. 단지 오픈플랜으로 계획된 별동의 주거는 진입부의 두 동과는 달리 오브제적 태도로 계획되어 작업의 세련됨에도 불구하고 일관되지 않은 양면적 태도에 의문이 있었다.

정주와 유목 사이

실제로 방문한 VT 하가이스케이프는 연화못이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어 한눈에 집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볼트 지붕을 한 카페 공방이 제일 앞에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작은 스케일의 지붕과 제주석 담장(울담)에 의한 건축의 짜임이 강력하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첫 번째 건축물(House A)에 들어서게 된다. 한길에서 올레를 따라 올레목을 거쳐 현관에 이르는 일련의 시퀀스가 흡사 길 건너의 하가리 마을과 유사하다. 이때 담장의 높이는 건축가가 사성과 공성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추리하는 단서이다. 담장 내부의 공간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나 위압이 되지 않을 높이로 연계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 더구나 건축의 주공간은 올레에서 조금씩 내려앉아 있다. 제주어 표현으로 ‘옴팡’져 있는 것인데, 이는 거센 바람에 대처하고 투수성의 토질에서 가능한 제주 민가 특유의 방식이다. 담장 내부의 각 영역은 콘크리트 벽과 철저히 의도된 높이의 제주석 담장에 의해 자기중심성을 유지하면서도 긴밀하게 엮여 있다. 침실과 주방만이 지붕에 덮여 내부화되었으나 무위계의 조직화에 의해 전체성을 달성한다. 마치 기존 마을의 일부인 듯 정주의 풍경을 그려낸다. 반면 큰길에서 안쪽 집(House C)은 앞선 두 집과 전혀 다르다. 두 집(House A, B)을 외면하듯 등을 돌려 넓은 공터와 원경의 바다 조망을 차지하고 앉았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콘크리트의 건축은 제주 땅에 낯설다. 오픈플랜에 걸맞게 전면을 최대한 개방하고 구조를 창호 프레임에 숨기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외부계단을 따라 옥상에 올라서면 열림은 무중력의 수준이다. 더구나 옥상에 모래를 깔아 원경으로 보이는 바다의 연장선상에 시선을 이어놓는다. 일상적 공간에서의 탈주다. 대지의 역사성이나 장소성에 기대지 않는다. 노마드들의 일시적 거처이기를 자처한다.

비일상성의 콜라주

VT 하가이스케이프는 이주민의 정착을 위한 주거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비일상적 체험을 위한 스테이 시설이다. 이 순간 정주와 유목의 경계는 사라진다. 제주 전통 마을의 풍경, 세상에서 고립된 유배의 감성, 중산간에 떠 있는 백사장의 생뚱한 이미지들은 비일상성의 목표를 위해 콜라주되어 건축의 태생적 목적을 이룬다.

전시회에서 품었던 의문의 답을 찾은 듯하다. 건축가는 정주와 유목 사이에 놓여 있는 제주의 시대적 표상을 의도한 것이라 이해했다. 동시대적 제주현상에 공존의 해법을 제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유리되어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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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부터 10년간 제주대학교 건축학전공 겸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가우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제추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을 지내고 있다. 다수의 작품으로 제주시 건축상,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최근작으로는 탐라문화광장 전망대, 신도리 N씨 단독주택 등이 있다.



유폐의 시간, 결계의 집

김주원(하우스스타일 대표)


이 집은 건축의 전통적 축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공간, 형태, 재료, 빛, 시간 혹은 맥락. 전통적으로 건축을 설명해온 이들 단어에 기대지 않고도 홀로 존재하는 장소를 만났다. 그곳에는 천지에 넘쳐나는 빛을 괜스레 옥죄고 흩뿌리는 장난질도 없었고, 인상적인 형태나 공간의 구축논리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제주석을 이용한 돌담만이 이곳이 제주라는 점을 환기해줄 뿐이었다.가장 놀라운 사실은, 향, 축, 조망, 장소의 맥락 등 전통적 대지분석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근대의 이상과 동떨어진 완전히 현대적인 접근법이랄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 무관심한 건축일수록 주변을 지배하는 힘도 크다.

완전한 고립 Vol.1

건축가의 관심은 철저하게 프로그램에 맞춰져 있었다. 도시를 떠나 제주를 찾는 사람들, 그들이 찾아온 곳이 과연 장소로서의 제주일까, 이런 물음이 건축에 앞섰다.건축가는 여행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유폐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라 생각한 듯, 이 공간을 완전한 고립과 마주하도록 몰아나갔다. 연속된 시간이나 시퀀스 같은 아카데믹한 건축의 논리는 뒤로 하고, 여행의 시간을 모두 분절한다. 그 하나하나의 행위조차, 시간 속에서 다른 행위로부터 고립되어 분절된 공간에 담겨져 있다. 다른 어떤 의미에도 종속되기 싫다는 의미로 읽히는, 무미건조한 이름의 house type 1(House A, B)의 내밀한 이야기다.

완전한 고립 Vol.2

첫 번째 만난 집이 벽을 똘똘 말아 속살을 만들어냈다면, 두 번째 집, house type 2(House C)는 대범하게 벽 하나를 펼쳐 집을 만들었다. 절대로 지나온 길에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옹골차게 뒤돌아 앉아 무심한 벌판을 마주하는 결계의 집이다.

세련되게 구성된 공간이나, 들판을 마주보며 치켜올라간 유려한 지붕선 같은 것이 이미 칭찬의 덕목에서 비켜난 것은, 이미지 과잉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이다. 이 부분에서 건축가보다 건축주의 과감한 결단이 놀랍다. 건축가가 프라이빗 팜이라고 부르고 있는, 도로와 접하지 못해 농지로 남겨진 커다란 땅. 얼마든지 대지가 되어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들판을 오로지 house type 2(House C)에 하룻밤 머무는 여행객의 완전한 고립을 위해 내어준 거다. 이 땅이 ‘개발’될 여지를 원천봉쇄함으로써, 고립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였다. 이것이야말로 결계의 행위 아니겠는가.


첫 번째 집(House A,B)은 꼭 필요한 단위 공간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거주 공간을 외부에 두고 있다.

이 외부 공간들은 실내 공간에 딸린 마당이 아니라, 거주를 위한 실로 계획됐다.

야생의 시간

집에서 살아간다, 라는 어쩌면 뻔한 프로그램을 놓고 아직도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모든 새로움이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있을 뿐. 인류는 실내 공간을 가짐으로써 문명화되었다. 바깥에 거주한다는 것은 반문명적인 행위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명인에게는 매력적인 일탈행위가 된다. 첫 번째 집(House A, B)은 꼭 필요한 단위 공간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거주 공간을 외부에 두고 있다. 이 공간들은 실내 공간에 딸린 마당이 아니라, 거주를 위한 실로 계획되었다. 천연덕스럽게 주방 앞 마당에 식당이라고 이름 붙인 것을 보면, 의도는 명백하다. 두 번째 집(House C)은 모든 공간의 구획을 없애버림으로써, 더 나아가 실내 공간과 바깥의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의도하였다. 실내 공간에 사용된 재료라고 하기에는 거친 목재와 돌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을 보면, 의심은 확신이 된다. 건축가는 반문명적 공간을 통해 떠나온 문명을 반추하는 야생의 시간을 기획하지 않았을까.

VT 하가이스케이프는 이주민의 정착을 위한 주거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비일상적 체험을 위한 스테이 시설이다.

현실과 맞선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를 위한 집이 아니므로 이 모든 장치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가 쌓여 세월이 되지 않던가. 하루를 이런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다면, 이틀을 못살 것이며, 석 달은 어떨 것이며, 오 년인들 무방하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보편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될 때다.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 필요없는 것을 덜어내기도 하고, 작은 불편을 감수해 잃어버렸던 더 큰 어떤 것을 되가져오기도 한다. 이 집에서 보내는 하루는 아마, 지나온 일상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이 장소에 머무는 당신, 편리와 효율이라는 근대적 가치 속에 묻어버렸던 야생의 시간을, 수많은 의미와 관계와 계산을 가뿐히 뛰어넘어 오롯이 나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떠나는 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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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은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3년 실내건축가협회 신인상과 2006년 협회상을 수상하였다. 2012년부터는 24명의 건축가와 함께 올바른 삶의 방식을 지원하는 ‘유쾌한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현재 (주)하우스스타일의 총괄 코디네이터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기찻길옆 9평집, 산.들.바람집, 동고동락, 토방집 등이 있다.



설계: (주)피그건축사사무소(김대일, 김한중, 이주한) + 에그플랜트 팩토리(최한메)

설계담당: 김동현, 유지민(피그건축사사무소) / 정희진, 서문경(에그플랜트 팩토리)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하가로 184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649m2 

건축면적: 416.58m2

연면적: 400.64m2 

규모: 지상 1층

높이: 6.2m 

주차: 3대 

건폐율: 25.26% 

용적률: 24.3%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제주석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제주석, 무늬목, 페인트

구조설계: 터구조 

시공: 하마팩토리(이승열)

기계설계: 타임테크 엔지니어링 

전기설계: 신한전설주식회사

조경: 그린샐러드플라워 

스타일링: 차리다 스튜디오

설계기간: 2015. 8. ~ 2016.3. 

시공기간: 2016. 5. ~ 2017.6.

건축주: 정철



진행 박세미 기자 │ 사진 이승희 │ 자료제공 피그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건축사진 , 공간 , Architect , 제주도 , 하가이스케이프 , 피그건축사사무소 , 에그플랜트 팩토리
       
월간 SPACE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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