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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02
청운동 붉은 벽돌집
       

청운동 붉은 벽돌집


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 + 민현준


민현준은 (주)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의 대표이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U.C. 버클리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미국 샌프란시스코 SOM에서 실무를 익혔다. 대표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및 대한민국건축문화제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상을 수상한 바 있고, 헤럴드 신문사 사옥은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그 밖에 환경디자인으로 2007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 국제공모 입상, 2009년 공주 국고개 환경디자인으로 2010년 공공문화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물은 도로 쪽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 지하층과 뒷동네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3층이 ‘ㄴ’자형의 1, 2층 평면 위아래로 엇갈려 있는 모습이다.

건축의 힘

손진(이손건축 대표)

정수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의 관찰에 의하면 “지금의 청운중학교 정문에 서서 정면으로 인왕산을 바라보면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사진을 보듯 생생히 접할 수 있다.” 인왕제색도는 겸재가 76세 되던 해 이병연의 집 뒷동산 남서쪽 산록에 올라 인왕곡 일대를 바라보며 인왕산의 비가 개는 정경을 담아낸 것이다.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백미로 꼽혀 한양의 우백호 인왕산을 강렬하게 우리의 인식에 심어준 작품일뿐더러 “대상의 본질만을 명료하게 추출하여 대담한 생략과 단순한 색조”로 그려낸 수작이다. 단단한 화강암이 골격을 거칠게 드러내고 있고 그 표면에 간간이 형성된 토양에 수목들이 뿌리박혀 있는 모습이 인왕산 일대의 지형과 토양을 잘 말해주고 있다. 청운동 붉은 벽돌집은 인왕제색도를 살짝 벗어난 오른쪽 아래쯤, 그리고 인왕산(우백호)과 북악산(북현무)을 잇는 한양도성의 풍수지리적 환형대의 북서쪽 중간에 있다. 이곳 청운중학교를 나온 민현식은 1960년대 초 이 지점이 전차의 북쪽 종점이었다고 말한다. 경복궁역에서 자하문 터널에 이르는 도로에 면한 켜 중에서는 가장 끝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즉 인왕산의 북동 자락을 등에 업고 전면에는 북악산의 뾰족한 봉우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형국이어서 자못 센 지형적 흐름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인왕산의 강한 형상적 제시를 읽는 이에게 각인하기 위해 인왕제색도에 관한 다소 장황한 서두를 얹었다.)

건축가는 치장재로써의 벽돌 조성 방법을 의식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것이 빗살무늬 문양의 장식적 조성 방법이다.

건물의 앉음새는 인왕산 자락 발치의 지형을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모양을 취한다. 크게는 자하문 터널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 레벨에 맞추어진 지하층과 바로 뒤 4.5m의 단차를 갖는 암반 위에 지상층으로 되어 있다.

건물의 산쪽 경계는 화강암 견치석 축대를 기조로 하여 근대의 토목 행위들이 암반과 얽히고설킨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복잡한 층위의 토목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건물의 앉음새는 인왕산 자락 발치의 지형을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모양을 취한다. 크게는 자하문 터널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 레벨에 맞추어진 지하층과 바로 뒤 4.5m의 단차를 갖는 암반 위에 지상층으로 되어 있다. 반면 건물의 산쪽 경계는 기존의 인접 건물들의 화강암 견치석 축대를 기조로 하여 근대의 토목 행위들이 암반과 얽히고설킨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복잡한 층위를 드러내주고 있어 풍부한 토목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종단면은 도로에서 산쪽으로 타고 올라가는 형식이다. 도로 쪽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 지하층과 뒷동네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3층이 ‘ㄴ’자형의 1, 2층 평면 위아래로 엇갈려 있는 모습이다. 중간 공용 부분의 동서로 정방형과 장방형의 방이 이어져 있고 정방형은 안쪽으로 장방형은 북악산 쪽으로 배치되어 있다. 내밀하게 인왕산 자락의 속살에 면한 서쪽 날개와 북악산과 극적으로 대면하는 동쪽 날개의 시각적, 공간적 경험은 매우 다르다. 각 개구부의 위치도 주변의 상황에 정교하게 대응하며 변화하고 있어 만약 이 건물에 처음부터 끝을 아우르는 프롬나드가 있었다면 그 경관적 경험은 각별한 것이리라.
건물은 인왕산의 단단한 암반 덩어리를 몸으로 암시한다. 견고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붉은 벽돌로 싸여 있고 도로에 접한 지하층에서 비로소 모습을 밖으로 드러낸다. 상층부에서는 반대로 내부에서 전면적으로 콘크리트를 드러내 보여주는데,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외장재라는 형식은 오늘날 지극히 일반화된 축조 방식이지만 그 형식이 토양과 지형의 은유로 읽힐 수 있다면 그 진부함을 이 건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건물에서 외장재인 붉은 벽돌은 가장 가까이 있는 경기상고의 교사들을 비롯하여 주변에 산재한 붉은 벽돌 건물들과의 연계성을 의식하였을 것이다. 동시에 그 선택이 위에서 언급한 암반과 그 위를 덮고 있는 흙에 대한 은유적 접근이라면 붉은 벽돌에 인문적 힘이 더해진다. 로마 건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구조재로써의 벽돌 축조 방식이 이 건물에서 더 이상 성립되기 어렵다면 벽돌이라는 재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요구되는데, 민현준은 치장재로서의 벽돌 조성 방법(modus operandi)을 의식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것이 민현준에 의하면 빗살무늬 문양의 장식적 조성 방법이다. 빗살무늬가 꺾이는 부분은 금속 조인트를 두어 규칙적인 리듬을 만든다. 지하층과 상부층에서 드러나는 콘크리트와의 역전도 벽돌의 ‘표피적 사용’을 보여주는 데 일조한다.

청운동 붉은 벽돌집은 인왕제색도를 살짝 벗어난 오른쪽 아래쯤, 그리고 인왕산과 북악산을 잇는 한양도성의 풍수지리적 환형대의 북서쪽 중간에 있다.

우리는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건축가 민현준이 그 자리와 주변의 역사성에 마주하는 태도를 경험한 바 있다. 지형과 역사성에 순응하듯 ‘무난함’을 지녔으나 그 의식적 ‘무난함’은 곧 힘이 된다. 이곳에서도 역시 곡면으로 켜진 얇은 돌이 열린 줄눈으로 반복적으로 처리되어 치장재로서의 표피성을 드러냈다. 이 경우 대형 구조물의 스케일을 일거에 증발시켜주는 마술적 도구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비잔틴 건축의 내부에서 황금색 모자이크가 거대한 공간의 중압감을 일소해주는 극적 반전을 만들어주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건축에서 개념적 도구 사용이 이러한 경험적 반전을 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단 그의 청운동 붉은 벽돌집의 경우 아쉬운 점은 그 ‘표피성’의 표현이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처럼 극적인 인식의 반전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방식이 재료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에서 우러나온 것 같지 않다. 이 지적은 만약 필자가 가정한 바위와 흙의 은유가 맞다면 그 은유에 걸맞는 구조틀의 형식—이를테면 콘크리트의 견고성이 의식적으로 더 표현된다든지—에도 해당된다. 좀 더 치열한 내용과 형식에 대한 성찰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바위와 흙의 은유는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 해석이다.
민현준은 강한 건축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한 건축의 강인함이 물리적 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제스처와 극적인 반전으로 건축을 강하게 만드는 자가 있다면—이 세상에서 날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건축적 담론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건축이 강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전제하에—내적인 성찰의 견고함으로 강인함을 유지하는 건축가가 있다. 건축가 민현준은 후자에 속한다. 만약 건축에 모종의 문법이 있다면 그 존재를 믿고 있는 그리 많지 않은 건축가 중의 하나이다.
그의 석사 논문 제목이 ‘건축 형식의 개념적 원시에 관한 연구’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청운동 붉은 벽돌집을 바라볼 때 그 논문 중 특히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에 주목해 달라는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민현준의 건축에서 구축성이 읽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젬퍼가 어떤 건축적 문법을 제시한 사람은 아니다.
난 지금도 민현준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축가가 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울관이 서울의 도시와 문화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그릇이기 때문에 강한 형식의 그릇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즉 민현준의 건축이 무난하여 그 발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무난함은 주변 맥락이나 역사적 흐름과 갈등 관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선택이기도 하다. 지금 서울관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미술관으로서, 그리고 서울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도시적 아이콘으로서 말이다. 이는 건축의 중요성을 담기 위해 그 건축이 꼭 세야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민현준의 건축이 갖는 묘한 구축성이 더 잘 작동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민현준 건축의 무난함과 묘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청운동 붉은 벽돌집에서 역시 이 두 요소는 한곳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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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스튜디오 프란체스코 베네치아와 스콥피예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7년 이손건축을 설립하여 작업을 이어왔으며 대표작으로 운문유치원, 천사유치원, 손정완 패션사옥, 아라재 갤러리, 역삼동 Y빌딩 리모델링 등이 있다.


설계: (주)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 + 민현준(홍익대학교)

설계담당: 손석계, 홍준, 최현성, 송혜수, 홍준영

위치: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38-1외 2필지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114.9m2

건축면적: 321.28m2

연면적: 998.3m2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높이: 11.58m

주차: 7대

건폐율: 28.82%

용적률: 74.44%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적벽돌 치장쌓기(돌출)

내부마감: 콘크리트폴리싱, 콘크리트 노출

구조설계: 윤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정인엔지니어링

전기설계: (주)대경전기설계사무소

시공: 공정건설

설계기간: 2015. 4. ~ 11.

시공기간: 2015. 12 ~ 2017. 9.

건축주: 정병훈 외 2인

진행 박성진 편집장 │ 사진 김종오 │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

 
tag.  건축 , 주택 , 건물 , 벽돌
       
월간 SPACE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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