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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05
양산 어린집
       

양산 어린집

 

라움건축사사무소

오신욱은 동아대학교에서 건축설계 과정의 스키마 작용에 대한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모교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라움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작은 전시 공간을 유지하면서 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 공공건축가이며, 대표작으로는 반쪽집, 마로인사옥, 옥상라움, O+A 빌딩 등이 있다. 2013년 부산신인건축가상, 2015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공간의 측면에서 비록 좁은 부지이나 건폐율과 용적률에 충분한 여유를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주거를 위한 내부 공간을 구축하였다.


어린집의 퍼스낼리티와 성장 이야기
이인희
(부산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근대도시의 많은 면적이 택지개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이렇게 분할된 터에 부동산으로서의 도시 건축이 이루어지면서 도시 공간들이 채워져왔다.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분할되고 배열된 토지에는 맥락이 존재할 수 없었고 기능적으로 조합된 인위적 환경에서는 시간과 지속의 관계 또한 존재할 수 없었다. 이 황량함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공간들을 채워나가고 거래가 증가하면서 짧은 시간에 도시화가 진행됐다. 택지개발식 공간배치와 토지분할 방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음에도 신개발 지역에는 많은 도시 주택이 들어서게 되었고 획일적인 부지의 도시 주택이 한국 근대도시의 독특한 주거 유형으로 정착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맥락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주택들 중에서도 대상화된 조형으로서의 외관과 가족들만을 위한 내부 공간에 집중하게 하는 경향이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의해 추진된 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은 물금읍 중산리 일원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지 그리고 주상복합 및 상업지역을 구획하고 개발하는 사업으로 16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1994년 택지개발지구 지정 후 단계별로 순조롭게 건설이 진행되어왔으며 현재 10만여 명의 인구가 들어왔고 앞으로 6만 명 이상의 시민이 이주해올 예정이다. 물금신도시라고 부르는 이 지역은 향후 양산의 대표적 도시지역이 될 것이라고 한다.

나무는 이 집의 아이와 같은 나이로 함께 자라면서 작은 영역을 상징화한 울타리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다.

‘어린집’의 부지는 2016년 말에 준공된 택지개발지구에 속해 있다. 어린집은 건축가가 명명한 이름이라고 한다. 필자는 처음에 이 집을 ‘어린이집’으로 기억했다. 아마 어린이집이라고 하는 기존의 유형에 익숙해온 터라 별생각 없이 성급하게 속단했었던 것 같다. 어린이집은 어린이를 위한 탁아시설인 반면, 어린집이란 가족의 성장과 함께 커가야 할 만큼 미래의 시간을 품고 있는 미완의 집으로서 이 둘은 전혀 다른 성장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건축가 오신욱이 이 어린집의 성장에 대해서 생각한 부분은 공간과 이미지의 두 가지 측면에서였다고 한다. 먼저 공간의 측면에서 비록 좁은 부지이나 건폐율과 용적률에 충분한 여유를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주거를 위한 내부 공간을 구축하였다. 특정되지 않은 실과 사이 공간, 벽과 담장 사이의 여유 공간 등 건물 내외부의 다양한 반응적인 공간들을 두었다. 이러한 공간은 집주인 가족의 장래 생활의 변화에 따라서 다양하게 확장되고 변용될 수 있도록 고안된 완충적인 공간장치이다. 젊은 가족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집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차고의 표면과 앞마당으로 연결되는 외부의 울타리 장식과 작은 나무는 성장의 공간 이미지이다. 나무는 이 집의 아이와 같은 나이로 함께 자라면서 작은 영역을 상징화한 울타리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다.

어린집의 1층은 가족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 활동적 공간들로 채워져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마당이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어린집에서 성장의 이야기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퍼스낼리티는 내면화된 공간의 위계 속에 숨어 있는 듯 보인다. 근대도시 신개발지 환경에서 시공간적으로 건조한 익명의 건축물들이 줄지어 들어설 불특정 토지들의 외부 공공 영역은 거주자에 의해 철저하게 사유화된 내부의 사적 영역과 명확하게 구분된다. 거리의 공공영역에서 볼 때 모든 집들은 대상화된 객체이다. 그러나 입구를 통해서 집의 내부로 들어서는 찰나 집은 가족만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개인화된 공간으로 전환된다. 공공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의 이행 과정이 유연했던 종래 우리 마을의 주거 공간과 달리 개발택지의 집들은 고립된 개별적 섬으로서 대문과 현관에 경계의 역할을 내어주고 내부는 삶의 공간들로 채워진다. 어린집의 1층은 가족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 활동적 공간들로 채워져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마당이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자연스럽게 가장 사회적인 공간들로 채워지고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동시에 차고는 외부화된 상업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하였다.

2층은 2개의 침실과 서비스 공간이 있으며 작은 가족실이 있어 가족들만의 주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어린집의 보석 같은 공간은 이보다 높은 아주 작은 다락층에 숨어 있다.

2층은 2개의 침실과 서비스 공간이 있으며 작은 가족실이 있어 가족들만의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영역이다. 보편적으로 보면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가족들의 공간인 셈이다. 그러나 어린집의 보석 같은 공간은 이보다 높은 아주 작은 다락층에 숨어 있다. 다락에 이르는 작은 계단이 2층 공간의 벽을 타고 설치되어 있으나 아담한 크기라 방문자는 다락의 존재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비켜갈 수도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가족에게는 내밀화된 생활공간이자 안락한 장소를 연결하는 계단인 동시에 아이에게는 자신에게만 최적화된 비밀장소에 이르는 길이 된다. 아주 작고 천장 또한 매우 낮은 극소의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가족 모두가 다락에서 이번 겨울을 나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 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며 그 안락함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집 가족에게 집의 가장 높은 곳에 숨겨진 2층 다락의 장소성은 그 외의 어떤 공간들을 합친 것들보다도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 오신욱이 의도한 어린집의 성장에는 이러한 내면화된 공간의 퍼스낼리티가 크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이 보인다.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는 『내 마음의 집』(2009)에서 유년기 집에 대한 애착과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삶의 장소에 대한 감성을 담아내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건축이론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패턴랭귀지의 확장된 이론서인 『영원한 건축』(1979)에서 인간과 건축과 자연이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면서 형성되어가는 공존의 건축 속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폴 앙드뢰는 어린 시절 공간과 장소의 기억을 감성적 이야기로 드러냈으며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건축의 완성에 이르는 시간을 주제로 건축의 본질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듯 삶의 장소와 시간의 가치에 대한 글은 수없이 많이 생산되었으며 두 건축가의 글에서도 어린 시절 집의 공간과 장소가 가진 건강함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공간과 장소의 반응적인 변화는 건축적 환경이 가져야 할 소중한 가치 중 하나임을 읽어볼 수 있다. 평범하게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성장과 함께 변화되어온 장소와 공간의 흔적들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성장 이면에 있었던 수많은 장소와 공간들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자신의 성장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되어온 이들 장소와 공간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를 공유해온 사람들과 사건까지 포함하여 모두 자신의 집 이야기 속에 담아놓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비록 메마른 택지개발의 환경이지만, 어린집의 이야기는 가족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이제 막 시작되었고 가족과 함께 자라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다락에서 삶의 실존적 공간을 경험하고 성장하며 나무와 함께 자라면서 이미지화된 공간에 투영된 자신을 찾게 될 것이다. 내면화된 생활공간의 성장과 변화는 마음의 풍경이 되고 기억의 배경이 되어 언젠가는 가족의 성장 이야기가 완성되는 날이 올 것이다. 주변에서 어린집을 모방한 집이 보인다는 집주인의 얘기가 남다른 조형의 우수함을 드러내지 않은 어린집이지만 이웃의 경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흐뭇한 이야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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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는 부산대학교 교수로, 계명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하이 통지대학교 방문교수이며 부산 국제건축디자인워크숍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 및 도시 설계 분야에서 공간론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설계: 라움건축사사무소(오신욱)
설계담당: 노정민, 안신, 유성철, 박규현, 윤정옥, 최윤정, 임아현, 김다영
위치: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1781-8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19.9㎡
건축면적: 97.78㎡
연면적: 164.66㎡
규모: 지상 2층
높이: 8.3m
주차: 1대
건폐율: 44.47%
용적률: 74.8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스터코,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비닐페인트
구조설계: 인 구조
기계설계: 신흥ENG
전기설계: 영신ENG
시공: 콘크리트공작소
설계기간: 2016. 9. ~ 2017. 2.
시공기간: 2017. 2. ~ 8.
건축주: 변인환, 이호정

 

진행 박계현 기자 | 사진 윤준환 | 자료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주택 , 건물
       
월간 SPACE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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