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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4 / 02
판교 K&L 주택
       

판교 K&L 주택

김태영+김현준


김태영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런던에서 거주하며 겐슬러에서 프로젝트 디자이너로서 활동하였고, 동시에 바틀렛대학교 디자인 박사 과정 수학과 그리니치대학교의 설계스튜디오 운영을 병행하였다. 201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현준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대림산업 근무 이후 런던 AA스쿨에서 디플로마 및 영국왕립건축사를 취득하였다.이후 SOM 런던, TMA, 겐슬러 런던에서 프로젝트 아키텍트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2013년부터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태영과 김현준은 디자인 협업그룹 어반토폴로지의 자문으로 활동하며 공간 위상에 대한 관점을 예술, 건축, 도시 디자인 분야에 걸쳐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 은혜공동체협동조합주택, 푸른마을협동조합주택, 성동구청 책마루, 정선 토속음식 전수관 등 다수의 공유주택, 문화공간, 공간재생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판교 다가구주택의 가능성


이중원(성균관대학교 교수)


판교 주택단지는 지역 특성상 어린 자녀를 둔 3인 이상의 가구가 대다수를 이룬다. 70평 판교 필지에서 3인 이상의 가족을 수용하는 다가구주택의 설계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밖으로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안으로 건축주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 가치 있는 다가구주택을 뽑기란 수월하지 않다.

판교에 존재하는 다가구주택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수직분할과 수평분할의 유형이다. 통상 수직분할은 두 가구가 독립된 지하층-1층-2층-다락층을 가지는 유형이고, 수평분할은 지하층-1층이 한 가구, 2층-다락층이 다른 한 가구인 유형이다. K&L 주택의 경우는 수평분할 유형이었고, 시공비를 줄여 달라는 건축주 요구 조건으로 지하층을 넣지 않았다.

건축주의 요구는 시공비 절감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었다. 하나가 프라이버시 확보였고, 다른 하나가 거실(L)-다이닝(D)-부엌(K) 외에 2개의 화장실과 3개의 방을 넣어야 하는 빡빡한 프로그램이었다. 프라이버시 확보 요구는 남향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큰 창을 내지 못하는 제한 사항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도 주차대수 3대 확보도 제한 사항으로 작용했다.

대지 조건도 K&L 주택에는 제한 사항으로 작용했다. 보통 판교 단독주택 필지는 모양과 블록 형식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본 필지는 다가구주택설계에 다소 유리한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이었다. 필지블록 형식은 단지 내 보행자 도로가 연접해 있어 개방형 정원을 가지면서 프라이버시 확보가 다소 수월한 종 방향 필지블록이 아니라 횡 방향 필지블록이었다. 건축가가 판교에서 설계한 첫 번째 작품인 P하우스는 대지 조건 측면에서 K&L 주택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K&L 주택이 판교에서 다가구주택으로서 가지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건축주 요구 조건과 대지 조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축가는 북서쪽으로 집을 바짝 붙여서 정사각형 필지에서 흔히 보이는 ‘L’자형이 아닌 ‘F’자형 평면을 구성했다. ‘ㄷ’자형 집에 딸 방이 남쪽으로 뻗어나왔다. 집을 ‘F’자형으로 형상화한 것은 주차대수 3대와 1층 방 3개를 확보하려는 합리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렇다고 건축가는 평면의 기능적인 해결에만 천착하지 않았다. 집을 북쪽으로 깊이 후퇴시켜 1층과 2층 입구를 동일한 옥외 계단에 두는 사회적인 해법을 제시하여 다른 단독주택들과 차별화되도록 했다.

K&L 주택 대지는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다. 건축가는 북쪽을 기준 삼아 1층 바닥 높이를 잡았다. 그 결과, 남쪽 지면에서 1층 바닥 슬라브가 높아졌다. 옥외 계단 4단을 올라가면, 1층 입구와 만나고, 4단을 더 올라가면 2층 입구와 만난다. 8단의 옥외 계단은 1층과 2층 가족이 만나는 사회적 공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 거리와 개인의 건물 사이에서 깊이 있는 경계를 형성하면서, 공유와 사유 사이에서 깊이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이 점이 K&L 주택이 판교에서 다가구주택으로 가지는 첫 번째 가치이다.

K&L 주택의 두 번째 가치는 내부에서 작동한다.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본다면 본주택의 방들 폭은 ‘F’ 자형 평면 구성때문에 넓지 않다. 또한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건축주의 요구 조건은 공용 공간 남향창 면적을 최소화하게 했다. 다소 답답할 수 있었던 공간을 건축가는 디자인으로 풀었다. K&L 주택은 폭의 한계를 높이와 깊이 방향으로 극복했다. 그리하여 건축가는 ‘외부로 팽창하는 집’이 아닌 ‘내부로 확장하는 집’을 만들었다.

2층 주인집은 L-D-K 중 거실과 다이닝에서 높이 방향으로 확장했고, 다이닝과 부엌에서 깊이 방향으로 확장했다. 거실에는 거대한 책장을 짜서 상승감을 더했고, 다이닝에는 측창을 두어 쏟아지는 간접광으로 상승감을 더했다. 부엌 북면에는 싱크대 위로 전면창을 두어 판교로 너머에 있는 집까지 차경토록 하여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 따라서 본주택의 클라이맥스 공간은 거실보다는, 거실, 부엌과 접속하고 있으면서 상승감과 깊이감이 교차하는 공간인 다이닝이다.

다이닝을 체험하면서 필자는 19세기 건축가 존 러스킨이 『건축의 일곱 등불』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처음 보았을 때 꽤 괜찮은 건물이라고 우리 마음에 새겨질 만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수 일반의 건물 속에 묻히고 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받은 인상이 그렇게 지속성을 가질 만큼 고결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값비싼 재료, 장식의 누적, 구조적 독창성 등이다. (…)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보잘것없는 디자인이 고상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크기가 증가할 때마다 일정 부분 고귀함이 더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외장을 백색 스터코와 알루미늄 골판 패널로 쓴 점으로 미루어 볼 때 K&L 주택은 값비싼 재료로 마감을 한 것도 아니고, 과도한 장식도 없다. 집의 높이가 시공비 증가와 연동이 되어 있어 내부 공간의 높이나 깊이를 무한히 늘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한치의 크기 증가를 위해 건축가가 씨름한 흔적은 K&L 주택 L-D-K 와 각 방들에서 보인다.

다이닝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옥상 레벨에 2개의 하늘 정원과 2개의 보이드와 2개의 다락방이 있다. 옥상 레벨에 올라서서야 집이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다락방에 들어가서야 3개의 경사면으로 이루어진 집 지붕 풍경의 원인을 이해하게 된다. 다락 가중평균을 충족하면서 한치라도 높게 천장고를 확보해주려는 의도에서 다락 지붕의 경사가 나왔다.
K&L 주택에서 건축가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그들만의 주장을 펼쳐나갔다. 주어진 조건은 제한 사항이었을지언정, 그 주장은 판교 다가구주택 시장에 새로운 실험으로 나타났다. K&L 주택은 전면 외부 공간의 깊이감과 옥외 공유 계단을 통해 사회적 주장을 판교에 선보였고, 밖으로 팽창하는 집이 아닌 안으로 확장하는 집이다. 폭의 한계를 높이와 깊이로 극복한 다가구주택을 판교에 선보인 것이다. 이 점만으로도 K&L 주택은 판교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설계: 김태영(한국예술종합학교) + 김현준(강원대학교) 

협력설계: 종합건축사사무소 온고당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용도: 2세대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230.6m2 

건축면적: 115.18m2 

연면적: 184.4m2 

규모: 지상 2층 높이: 8.98m 

주차: 3대 

건폐율: 49.95% 

용적률: 79.96%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외단열 시스템, 알루미늄 판넬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비닐페인트, 강마루 

구조설계: 건축구조연구소다우 

기계설계: 한일엠이씨 

전기설계: 성지이엔씨

시공: 제이아키브건설 

설계기간: 2015. 10. ~ 2016. 2. 

시공기간: 2016. 5. ~ 2017. 2.

 

진행 이지윤 기자 | 사진 이재성 | 자료제공 김태영, 김현준

 
tag.  건축 , Architect
       
월간 SPACE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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