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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6 / 01
KB 청춘마루
       

KB 청춘마루

이영수 + 이현호 + 장용순 + 이경선 + 김수란

이영수는 파리 올리비에 뒤가(AAU)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으며, 1988년 귀국하여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0년 이후 대한건축학회 부회장과 한국건축설계학회와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 저서로 『건축콘서트』가 있고 주요 작품으로는 홍익대학교 산학협력관과 홍대 앞 인포메이션센터 등 다수가 있다.
이현호는 뉴욕의 제임스 폴섹과 피터 마리노의 사무실에서 8년간 실무를 하고 키아즈머스를 설립하여 북경과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 인천아트센터, 포레스트퀸텟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대표건축가로서 의료원, 종합체육관, 한의대, 이과대, 기숙사 등을 설계하였다.
장용순은 파리 자크 리포 설계 사무실과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고, 파리 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현대건축과 도시론의 철학적 토대’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1~4권이 있고, 주요 작품으로 세운상가 공공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가 있다.
이경선은 무어 루블 유델, HLW 인터내셔날, 과스메이 앤 시겔 어소시에이츠 등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태안도서관, 서울 NPO센터, 안암동 주민센터, 공주시 정티리 마을회관, 다트머스 컬리지 기숙사, 암젠 연구소 등이 있다.
김수란은 KPF, OMA, SO-IL, 토요 이토 등 세계 유명 건축회사에서 설치예술, 인테리어, 건축, 조경, 그리고 도시설계 등의 스케일을 아우르며 건축실무를 경험하였다. 근래에는 국립세종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한국은행 분수광장 등의 설계경기에 참여하여 입상하였다.

위상학적 공공성

장용순(홍익대학교 교수)

KB 청춘마루는 1968년 공간건축에서 설계한 국민은행 서교지점 건물을 청소년 문화시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건물의 대지는 홍대입구역과 홍익대학교를 연결하는 동선과 걷고 싶은 길(주차장길)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이곳은 특히 밤과 주말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로, 과거에 인디문화의 중심지였다가 현재는 점차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온 젊은 층과 외국 관광객 등의 소비 계층을 따라서 상권이 발달해 있는 지역이다. 설계의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공공성_이 설계는 홍대지역을 산책하면서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돈을 내지 않고서는 앉아서 쉴 장소조차 사라져버렸다. 유럽의 도시에는 광장들이 있으며, 광장을 만들 수 없는 공간에서는 로마의 스페인 계단이나 파리의 몽마르트르 계단처럼 계단이 광장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뉴욕 타임스퀘어의 티켓 오피스는 계단 모양으로 설계되어 단순한 건물이나 계단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런 계단 광장은 도시를 바라보는 객석이자 도시의 무대로서 작동한다. 홍대 앞의 국민은행이라는 작은 사적 건물에 공공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계단이라는 요소를 건물 안쪽으로 끼워 넣는다는 생각을 했다. 새롭게 제안한 청춘마루의 공간은 폐쇄적인 공간이 되기보다는 도시를 향해 열린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금융기관에서 축적한 자본이 일부 개인이나 멤버들을 위해서만 사용되기보다는 공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도였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 광장은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고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적 장소다. 건물의 프레임을 통해서 이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계단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천장에 설치된 거울은 도시를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의도로 설계되었다. 계단 광장은 3층의 데크와 옥상 계단 광장으로 이어진다. 옥상 계단 광장을 올려다볼 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계단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때에는 가로수와 도시의 파사드가 보인다. 도시를 바라보는 옥상 공간이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이다.

위상학_형태보다는 관계에 대해 사유하는 위상학은 오일러, 푸앵카레 등의 현대 수학자들이 발견하고, 라캉, 들뢰즈 등의 구조주의 철학자들이 여러 학문에 적용했으며, 공간을 유연하게 사고하고 연결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 건물에서 위상학은 공공성을 실현하는 공간 구조를 만들어내는 도시 건축적인 방법론으로 사용된다. 건물을 파고들어간 계단 광장의 판이 1층부터 차례로 접혀 올라가며 판의 크기를 줄여서 계단 동선을 만드는 연속적인 발생적 다이어그램을 스케치업으로 모델링하면서 설계되었다. 계단 광장은 접혀져 올라가면서 2층으로 연결되고, 다시 옥상까지 접혀 올라가면서, 2개의 내부 계단 공간과 2개의 외부 계단 광장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다. 이 계단은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연속적인 동선을 만들고, 도시적인 동선을 건물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층의 구분이 애매해지면서 공간이 서로 섞이고 도시와 건축이 위상학적으로 하나가 된다. 이 아이디어는 클로드 파항의 경사판에 대한 생각과 렘 콜하스의 쿤스트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계단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도 내부와 외부 공간으로 교차되어 사용된다는 점은 위상학적으로 만족스러운 개념이다. 지하의 공연 공간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계단 광장을 마주한다. 다시 계단 면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내부 공연 공간이 나오고, 다시 3층까지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가 나오고 계단 면은 다시 돌아서 옥상 계단 광장을 만들어낸다. 도시와 건축을 연결하는 위상학적 공간이 사적 용도가 아니라 시민과 도시를 향해 열리면서 위상학적 공공성이 실현된다.

© Chang Yong Soon
KB 청춘마루는 1968년 공간건축에서 설계한 국민은행 서교지점 건물을 청소년 문화시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이다.

역사_이 건물은 건축가 김수근이 이끄는 공간건축에서 설계한 건물로서, 공간건축에서는 그 당시 국민은행 건물 여러 채를 설계했다고 한다. 설계자의 이름을 모른다 할지라도 홍대지역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기억이 남겨져 있는 기억의 장소이다. 김수근의 공간건축에 의해 설계된 건물이라는 사실은 안이 채택된 후에 알게 되었지만, 건축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근대건축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건물이라서 외관과 흔적을 살려야 한다는 개념으로 설계했다. 20세기 개발의 시대에 근대 도시 개발자들은 건물을 허물고 기억을 제거해버리는 과오를 저질렀다. 과거가 깨끗하게 지워져버린 신축된 건물 앞에서 도시민들은 기억을 제거당한 사람처럼 허탈해한다. 더 이상 그런 기억상실증의 과오를 거듭하지 않고, 가능한 한 역사의 흔적을 존중하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했다. 도시의 기억이 담긴 건물의 파사드를 그대로 남긴 채 도시 조직을 끌어들이고, 공간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역사를 존중하고, 도시의 기억을 보존한다. 사람들은 역사의 흔적과 프레임을 통해서 도시를 바라본다. 내부의 직통 계단, 기둥, 벽돌벽과 바닥판도 일부 그대로 보존하여 과거의 흔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형태뿐만 아니라 문화 자체를 보존하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밀려나고 있는 홍대의 인디밴드들의 문화, 예술가들의 전시, 공연, 버스킹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역사를 보존하고자 했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 광장은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고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적 장소다.

이 계단은 지하에서부터 옥상에까지 연속적인 동선을 만들고, 도시적인 동선을 건물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프로그램의 가변성_ 계단은 공연, 강연, 세미나, 북카페, 휴식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고, 뒤쪽의 평평한 공간은 사무실, 세미나실, 강의실, 회의실, 전시실, 카페 등의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연속된 계단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계단은 매우 강한 요소이기 때문에 평평한 부분에는 가능하면 기능적이고 가변적 성격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단 부분이 아닌 건물 왼쪽 부분에는 기존의 ATM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여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작은 사무실 공간을 두었다. 그 위 2층의 평평한 곳은 아카데미실, 세미나 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계단 광장이 돌아 올라가는 건물 뒤쪽의 평평한 공간에는 1층에는 카페와 리셉션, 2층에는 2개 층고를 갖는 전시 공간을 두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지하에는 칸막이벽 등 가변적 요소를 활용하여 세미나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내부 계단 공간은 가변식 스크린을 설치하여 공연, 상연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북카페, 휴식, 독서 등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외부 공간인 계단 광장과 옥상 공간도 사색, 휴식, 공연, 버스킹, 파티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서, 홍대지역의 활기를 그대로 건물 안쪽으로 흡수한다는 개념을 실현한다. 계단 공간은 역동적인 공간으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옥상 계단 광장을 올려다볼 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계단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때에는 가로수와 도시의 파사드가 보인다. 도시를 바라보는 옥상 공간이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이다.

이 건물은 광장을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계단 광장을 만들고, 도시적인 길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사적인 은행 건물을 도시를 향해 열어젖히면서 공공 공간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이 건물을 통해서 건축의 사회적 공헌, 도시 공간의 연속적인 전개, 역사와 기억의 존중, 사적 공간의 공공성, 자본주의 도시의 공유화라는 생각들이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설계: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 이영수 + 이현호 + 장용순(건축계획) + 이경선 + 김수란
실시설계: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 - 김시원, 김태호, 이웅재, 전병철, 정유진, 임제균, 김수연
인테리어설계: 스튜디오사이 - 유상희, 송은영
현장책임: 추지인(KB국민은행)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5-9
용도: 업무시설
대지면적: 921.3㎡
건축면적: 521.45㎡
연면적: 1,261.83㎡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높이: 12.95m
주차: 4대
건폐율: 56.6%
용적률: 104.5%
구조: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STO, 본타일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감리: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김시원)
구조설계: 씨지스플랜
기계전기설계: 성우이엠이
시공: (주)이안알앤씨
설계기간: 2016. 12. ~ 2017. 3.
시공기간: 2017. 5. ~ 2018. 4.
공사비: 39억 9천만 원
건축주: KB국민은행

 

진행 박성진 편집장 | 사진 이남선(별도표기 외) | 자료제공 장용순

 
tag.  건축 , 건물 , 계단 , 광장 , 공공공간
       
월간 SPACE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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