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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6 / 05
깍지집
       

깍지집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전상규는 2013년에 개소한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대표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간삼건축, 매스스터디스 건축사사무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였다. 2016년 서울시건축상 우수상과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황은은 대한민국 건축사이며,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와 (주)오월건축 등에서 실무를 익혔다. 건축을 비롯하여 인테리어와 도시재생 등에서 폭넓은 경험이 있으며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넓혀가는 보편성의 윤곽

천경환(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대표)

 

일반적으로 보건소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적은 부담으로 널리 보급하는 곳이지만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를 줄인 말이기도 하다. 줄여서 만든 이름이 건축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엉뚱한 단어가 되니,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기 힘들 정도로 각인이 된다. 이 이름에는 건축설계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정말로 ‘보건소 같은 건축사무소’라면 속칭 ‘구청 앞 허가방’을 연상할 수도 있겠는데, 지향하는 바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머물고 말 것이었다면, 이렇게 눈에 띄는 키치 스타일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전상규는 매스스터디스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닦았다. 매스스터디스의 전위적인 스타일과 ‘보편’이라는 얌전한 단어가 겹치는 지점에서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의 색깔이 드러난다. 재기 넘치는 디자인 실험을 추구하되, 받아들이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고 만들기에도 그리 까다롭지는 않은 어느 일정 범주 안에 들어오게끔, 그래서 보편이라는 굴레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게 하고자 한다는 포지셔닝. 더 나아가 보편성에서 찾아낸 문제의식을 디자인의 실마리로 삼되, 결과적으로는 보편의 영역을 보다 넓게 만들고 싶다는 야심. 보건소라는 재치 있고 함축적인 이름과 전상규의 실무 이력, 그리고 그의 차분하고 소박한 표정과 말투에서 대략 이 정도의 지향점을 짐작해본다.
은평 뉴타운의 깍지집은 ‘와이드벽돌’을 전면적으로 사용한 프로젝트이다. 이 벽돌은 요즘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얻은 두라스택의 콘크리트 블록으로 가로 방향으로 기다란 비례감과 함께 같은 질감의 다양한 색깔을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깍지집은 단순하고 매끄럽게 연출된 덩어리 안에 세 가구가 마치 퍼즐처럼 입체적으로 얽혀 있다. 세 가구는 각각 다른 색깔의 블록으로 마감됐다. 그래서 가구와 가구가 접하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색깔의 블록들이 맞물리게 된다. 이렇게 맞물리는 모습에서 ‘깍지’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일반 벽돌이었다면 신경질적으로 얄팍하게 맞물렸을 텐데, 와이드벽돌 특유의 길쭉한 비례 덕분에 다소 느슨하고 여유 있게, 이어지듯 맞물리는 연출이 되었다. 콘크리트라는 공통된 질감 안에서 조금씩 변주되는 색깔 차이이기에 조잡한 느낌도 크지 않다. 옥상 발코니에는 이 벽돌을 얼기설기 쌓아서 투과율이 높은 벽을 만들었다. 긴 벽돌을 사용해서 투과벽을 이중으로 쌓다 보니, 높은 투과율에 비해 시선은 의외로 많이 차단된다. 세대별로 다른 색깔의 벽돌을 사용하기에 세대를 구분하는 투과벽 역시 두세 가지 색깔의 벽돌들이 빈 공간을 매개로 입체로 얽히는데, 아주 간단한 발상과 명쾌한 규칙으로 생성된 디자인이지만 제법 풍성한 효과를 빚어낸다. 앞서 언급한 깍지와 더불어, 그토록 널리 쓰였으면서도 이제껏 활성화되지 않았던 와이드벽돌의 잠재력이 비로소 제대로 드러나는 듯한 장면이다. 뻔한 정답을 뒤늦게 발견한 기분이 든다.

 

 

                     복도와 계단을 따라 다양한 채광과 조망, 풍부한 건축적 산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계획했다.

 

한편 출입문 위에 붙은 날렵한 철판 캐노피 위에 무거운 벽돌을 굳이 얹은 것은, 루이스 칸의 저 유명한 ‘아치가 되고 싶어 하는 벽돌 이야기’에 비추어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와이드벽돌은 자신이 캔틸레버 철판 위에 위태롭게 올라타게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물 전체의 디자인 일관성과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고, 거리에 접한 건물의 표정을 한결 상냥하게 꾸며준다. 철판 위에 놓인 벽돌 마구리는 의외로 눈에 잘 띄는데, 물론 그 집 고유의 색깔을 띤 벽돌이다. 뭔가 간질간질하고 귀여운 제스처인데, 앞으로 펼쳐질 집 앞 거리의 풍경을 좀 더 밝고 훈훈하게 연출하는 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사실, 본래의 디자인은 요양원을 등지는 부분의 건물 외벽이 그대로 휘어져 올라가 지붕으로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시공사의 역량 부족과 그로 인한 불신 때문에 건축주가 추가부담하여 지금의 모습인 칼라강판 지붕이 되었다고 한다. 원안처럼 지붕까지 벽돌로 마감되었더라면, 철판 캐노피 위에 얹혀진 벽돌과 함께 한층 더 일관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구현되었을 것이다.
이제껏 거론한 몇몇 장면들을 통해,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법론을 짐작해본다. 큰 획으로 굵직하게 설정한 단순한 디자인 개념을 경쾌하게 밀어붙이는 즐거움. 작은 부분까지 일관되고 끈질기게 연출하려는 노력. 재료의 고유한 특징과 잠재력을 끈질기게 찾아내는 동시에 고정관념과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집요하지만 경직되지 않은 태도.

 

                     전면 보이드를 통해 다락 공간의 채광과 조망을 확보했다.

 

                     옥상 발코니에는 와이드벽돌을 얼기설기 쌓아서 투과율이 높은 벽을 만들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건물을 이루는 일부 요소들은 건물 본체에 긴밀하게 결합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추가된 해프닝처럼 보인다. 길에 면해 드러나는 건물의 얼굴은 실내에서 요구되는 창문의 크기와 배치가 다듬어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서 자동적으로 생성되다시피 빚어진 디자인이다. 지금의 이 모습으로는 갈고 닦여 빚어진 ‘예쁜 얼굴’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인상의 원인은 앞서 짐작한 굵고 대범하게, 그리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보건소의 디자인 태도에 닿아 있고, 그래서 이런 식의 몇 가지 장면을 통해서 디자인의 완성도를 논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임의로 설정한 디자인 주제를 일관되게 끌고가는 데에 집착하는 한편으로, 특정 시점이나 장면에서의 고정된 아름다움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에는 그만큼의 관심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매스스터디스, 더 나아가 오엠에이의 작업에서 가끔 엉뚱한 허점 같은 것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지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일이라 생각한다. 쉽고 명쾌한 개념을 직설적으로 경쾌하게 전개하는 만큼, 기왕이면 세부적으로 예쁘게 다듬어지기도 하면 더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인데,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습관이나 가치관의 차이일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결코 강요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찌하였든,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는 동료 건축가가 쉽게 활용할 수 있고 건물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는 보편성의 윤곽을 꾸준히 야금야금 넓혀가고 있다. 나를 비롯한 동료 건축가들은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의 소박한 작업들을 양분 삼아, 또 다른, 더 넓은 보편을 만들어낼 것이다. 디자인 열심히 하는 소규모 건축사무소가 생존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들 중 하나가 이것이다.

 

 

천경환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다양한 유형의 도시건축 설계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프랑스 대사관 주관 김중업장학제 제1기 수혜자로 선발되었고, 2005년 건축학회 주관 무애건축상을 수상하였다. 2004년부터 일상 디자인 관찰 및 탐구를 내용으로 하는 블로그(jaeminahyo.com)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2007년 단행본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2009년 단행본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를 발표하였다. 2010년 독립된 실무를 시작하였으며, 2018년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였다. 편견의 틀이 될 수 있는 스타일이나 트렌드 대신, 소박하고 즉물적인 관찰의 결과들을 고유한 맥락과 구조적인 배경에 결부하여 디자인의 실마리로 삼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있다.

 


 

 

설계: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전상규, 황은)

설계담당: 최준원, 이지혜

위치: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20-14

용도: 단독주택(다가구주택)

대지면적: 330m2
건축면적: 163.79m2

연면적: 274.63m2

규모: 지상 2층

높이: 9.61m

주차: 4대

건폐율: 49.63%

용적률: 83.22%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벽돌
내부마감: 유로폼노출콘크리트, 친환경페인트

구조설계: 은구조

시공: 염성운

기계 및 전기설계: 아이에코 ENG

설계기간: 2016. 6. ~ 2016. 10.
시공기간: 2016. 10. ~ 2017. 5.

건축주: 염성운

 

 

진행 이성제 기자 | 사진 남궁선 | 자료제공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tag.  건축 , 건축사진 , 공간 , 건물 ,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월간 SPACE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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