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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6 / 05
건축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건축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What Learning Architecture Means

 

인터뷰 김광현(서울대학교 명예교수)×박성진 편집장 | 진행 이성제 기자
interview by Kim Kwanghyun (emeritus professor) × Park Sungjin | edited by Lee Sungje


건축을 배우고 수행하는 이에게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의 건축 여정에서 나침반과도 같다. 김광현은 지난 42년간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이 질문에 응답하려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종 저술과 기고, 강연, 공동건축학교 등으로 활동의 폭은 점점 넓어졌고 이와 함께 고민과 사유도 깊어져 갔다. 그는 정년을 즈음해 오랜 사유의 결과를 『건축강의』(안그라픽스, 2018)로 묶어냈다. 퇴임 후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박성진(박): 우선 퇴임에 대한 소회를 묻고 싶다. 벌써 3개월이 흘렀으니 새로운 일상을 찾았을 것 같다.

김광현(김): 지난 40년이라는 긴 시간 수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던 것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공부한 동료였다. 가르치는 일은 제일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가장 아쉬운 점은 나의 일상에서 가르치고 함께 연구할 학생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자유로워졌다. 현직 교수들은 이 자유로움이 어떤 것인지 무슨 말인지 몰라 과장으로 들릴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자유를 계속 누리고 지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즐겁다. 지금 당장해야 하는 것은 올 3월 초 출간한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이은 두 번째 책의 원고를 고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과 전례』(가칭)라는 교회건축과 전례를 다룬 책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뢰받은 교회건축을 설계하고 있다.

 

박: 정년에 즈음하여 10권으로 된 『건축강의』를 출판했다. 이 책을 시작한 배경과 책이 이렇게 두꺼워진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부족하지만 이 책은 나의 교수 생활을 정리한 작업이다. 원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이상건축」에 15회 기고한 연재로 한 학기에 다룰 수 있는 건축의장 책을 바로 내려고 했다. 그게 벌써 20년 전 일이다. 강의를 하며 부족한 점을 고쳐보려고 했다. 내가 쓴 것으로 내가 강의를 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표현과 내용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새로운 내용을 더하고 문장도 보완했다. 그렇게 한 5년이 지나고 보니 컴퓨터 안에서 누더기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책을 내야지, 내야지 했는데 다른 일에 밀려 늦어지고 말았다. 또한 나 자신도 관심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깊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정년을 3년 앞두고 연구학기 6개월을 얻어 두문불출하며 정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러기에는 양이 점점 늘어났다. 결국 정년에 맞추어 겨우 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책을 내려던 때보다 성장했고 어려운 것을 쉽게 생각할 줄 아는 능력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기쁨이 더 크다. 책을 일찍 안 내고 정년까지 끌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건축강의』는 건축의장과 건축이론을 다룬 책이다. 과거에는 건축의장이라는 과목을 많이 가르쳤다. 그러나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가장 모호한 분야가 이 건축의장이었을 것이다. 토대도 없이 교수가적당히 가르치는 과목이 아니었을까? 연구도 안하고 결속력도 없으며 개인적 언어만을 양산하는 우리나라의 건축 풍토에서는 제대로 된 건축의장과 건축이론이 학부 중심과목으로 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축의장에 대한 중요성은커녕 과목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다. 건축의장은 이를 무엇이라고 부르든 관계없이 건축학의 중심이다. 왜 그런가 하면, 건축의장은 건축설계의 논의를 체계화하는 것이고 건축가로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과 태도에 관한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건축의장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없다면 이는 건축학의 핵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건축학회에서 건축의장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아무 논의도 없이 학회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는 아무런 반성도 없다. 건축의장이 없는 학회가 어떻게 ‘건축학’회가 되는가? 이 책을 두고 두껍다는 반응이 있다. 그런데 건축설계를 하면서 근거도 없이 해 대는 건축가들의 헛소리를 골라 모두 모아 보라. 모으면 50권이 넘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건축강의』 10권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이 10권 말고도 다섯 권 정도가 더 있었다. ‘건축과 도면’ 같은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 ‘도면이 무엇인가’ 할 때 도학적인 설명 이외에 이 도구가 건축가에게 갖는 의미에 대한 것들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2차적으로 10권을 더 쓰고 싶다. 그래서 건축설계와 건축이론과 관련해 허튼소리하는 건축가들이 안 생기도록 하고,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건축학의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다.

 

 

박: 『건축강의』는 한자리에 앉아 천천히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읽히기를 기대하는가?

: 제목 그대로 강의 시간에 가르쳤으면 좋겠다. 담당 교수가 정한 주제에 맞는 책을 선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한 학기에 10권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강의 시간에 다루어주기를 바란다. 어차피 이 책은 대학 한두 강좌에서 다 가르칠 내용이 아니다. 한자리에 앉아 읽을 책이 아니고, 두고두고 보면서 반성할 대상으로 읽어야 할 책이므로 ‘천천히 보는 책’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대학원 강의에서도 이렇게 사용되기를 바란다. 바라는 점이 더 있다면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하는 젊은 건축사들과 그 스태프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자기만의 설계 방법을 고민하기 위한 책으로서만이 아니라, 실무를 하면서 점차 커져가는 자신의 주제를 위해 이 책은 좋은 바탕과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건축강의』를 통해 젊은 건축가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건축강의』는 한 출판사에서 출간돼 유통되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계속되는 진행형으로 건축계에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이 사회에서 건축하는 젊은 사람들 모두를 내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가르치면서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다. 정년을 맞았는데, 이번 상반기는 쉬고 준비하면서 ‘김광현 공동건축학교’의 일환으로 9월부터 『건축강의』를 제1권부터 3주에 한 권씩 가르치려고 한다. 수강 대상은 구분 짓지 않겠으나 30~35세 사이의 젊은 건축가가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이 일을 하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가르치는 것이지만 목적은 그들에게서 반론을 포함한 여러 의견을 듣고 싶어서다. 그리고 설계와 이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 함께 이루어지는 것임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과대표도 뽑고 아주 적게라도 수업료를 내며 수료증도 수여하는 제대로 된 학교로 운영하고자 한다. 그리고 전국 대도시 5~6곳에서 이틀씩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도 있다.

 

박: 2018년에는 아직 공동건축학교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끌어갈 생각인가?

: 공동건축학교에 뚜렷한 틀을 두지 않았다. 누구나 선생으로 나서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공동’건축학교라고 이름 지었다. 학생도 교수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면 건축계에서 좋은 위치를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누구나 공동으로 가르치고 배우자는 것이 목적이므로, 출신과 소속이 다른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동건축학교가 최종적으로는 젊은 건축가들, 지향점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과 건축계를 위해 생산적인 일을 하는 판이 되었으면 한다. 설계대가, 사무실 업무 조건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될 것이다.

 

                     42년간의 교단에서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마지막 강의


박: 그동안 한국 건축계를 위해 이런저런 쓴소리를 해왔다. 이러한 발언들이 때로는 과장되거나 협소하게 이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축계와 후학들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먼저 이제부터는 그 ‘쓴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아름답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떤 사람의 주장도 때로는 협소하게 때로는 과장으로 들린다.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건축가들과 건축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들은 각자 열심히 일하고 기량 면에서도 출중하지만, 그들은 모여도 자기 이야기만 하지 밖을 향해 발언은 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작업만 잘하면 된다, 굳이 나까지 남에게 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식이다. 생존이 급급할 때는 개인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10년, 20년 해봐라. 건축계는 약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현대건축에 관한 진지한 주제가 안 보인다.

 

김광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로 약 42년간 재직했다. 건축의 공동성(共同性, commonness)에 기초한 건축의장과 건축설계를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지금은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교육원장과 공동건축학교 교장으로 있다.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건축강의』 등을 썼다.

 
tag.  건축 , Architect , 김광현
       
월간 SPACE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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