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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7 / 05
북한 건축계와의 교류, 어떻게 시작할까?
       

북한 건축계와의 교류, 어떻게 시작할까?

 

인터뷰 황두진(한국건축가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위원장), 박현진, 임동우(부위원장), 김유빈, 변상욱(상임위원)×김정은 편집장 | 진행 이성제 기자 | 사진 임동우

 

남북,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상상조차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고조되고, 사회 각 분야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교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건축계는 어떨까? 각종 경협사업에 건축이 동원되고 있지만 건축계 차원의 교류는 그간 미미했다. 최근 일부 건축 직능 단체에서 교류위원회를 만들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들을 만나 건축 분야의 남북 교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량각도에서 본 대동강과 중구역

 

김정은(김): ‘한국건축가협회 남북교류위원회’가 출범했다. 그간 개인 연구나 개별 건축 프로젝트와 달리 건축계 차원의 교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황두진(황): 올해 취임한 한국건축가협회의 신임 회장단 내부에 남북 교류 활동을 위한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조직됐고, 다른 건축 단체나 건축설계사무소에서도 대북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를 시작하는 걸로 안다.
임동우(임): 북한 건축에 대해 개인 차원에서 호기심이 있거나 관련 실무를 했던 건축가들처럼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많이 있다. 이번 위원회를 조직하면서 흩어져 있던 분들이 모이게 됐다. 북한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인 셈이다.

 

김: 한국건축가협회 남북교류위원회가 북측 파트너로 염두에 두는 단체가 있는가?
황: 지금까지 개별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남북의 건축계가 직접 교류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특별하게 전해지는 이야기도 없는 듯하다. 북측이 우리를 카운터파트로 여기는지는 나중의 일이고, 우선 우리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 승인 없이 교류가 이뤄질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교류가 된다는 가정하에서 준비하고 있다.

변상욱(변): 남북 관계가 보다 진전됐을 때 ‘당신들의 상대는 우리’라고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현 단계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황: 교류하려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이해가 필요하다. 북측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방법으로, 개인들의 경험들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생각해보았다. 책자 등 출판물의 형태, 더 나아가 논의한 걸 위키피디아에 올리는 방식도 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정보로 북한에서 건축이 수행되는 방식, 즉 실무에 관한 지식과 관행, 제도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은 과거 경협을 했던 이들과 탈북민들을 통해 가능할 것 같다.
박현진(박): 과거에 평양과학기술대학교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면서 북한 건축과 그곳의 실무자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면 고맙게 여기지만, 북측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다. 공산주의 체제의 영향인지 받는 것에 익숙한 듯하다. 또한 북측에서는 공동체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정의, 자유 등 추상적이고 대의적인 것에 삶을 헌신하는 걸 높게 평가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위원회를 조직할 때 전제한 사항이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도 살아온 체제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 분단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언어도 많이 다르다.
임: 이 때문에 위원회에서는 북측을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콜로키움을 준비하고 있다. 투 트랙으로 계획 중이다. 하나는 북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분들을 매회 초청해서 그때의 경험이나 절차, 노하우 등을 나누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탈북민들을 모셔서 북측 사회에 대해 배우고자 한다. 올해는 6월부터 12월까지 7회 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황: 이러한 과정을 협회의 이름으로 하는 이유는, 공익성을 가지고 사회적인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건축가 개인이 모여 기회를 모색하는 거라면 그냥 ‘우리끼리’ 모여서 하면 된다.

 

 

주체탑에서 본 동평양의 전경. 주택소구역계획이 잘 적용된 지역이다.

 

김: 북한 건축에 대한 건축가 개인의 관심도 클 것 같다. 어떤 이슈에 흥미가 있는가?
김유빈(김): 개인적으로 DMZ라는,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이율배반적인 공간에 관심이 있다.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 공간을 건축가의 관점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할지, 통일 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궁예도성’으로 불리는 후고구려의 도시가 DMZ 내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DMZ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발굴과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도시에 대한 발굴과 연구를 유도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적 질서와 경험적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유연하고 점진적으로 형성하는 데에 관심을 두어왔다. 이러한 건축가의 활동이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하며 평화적으로 실행해 볼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박: 북측의 관심사는 경제일 것이다. 도시화가 진전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각종 개발이 난무하게 될 텐데, 북측은 토지 공개념이 강해서 국가에서 도시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계획의 밑바탕이 깔려 있다. 우리보다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우리가 도시를 개발할 때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임: 건축가들마다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북한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할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건축, 개발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이 저곳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선한 의도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실수는 사회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한 동유럽 도시에서도 발견된다. 공공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주거가 완전히 자본시장으로 넘어가는 일들이 벌어졌다. 북측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우리가 당면한 과제 중 에너지 문제처럼 북측에서도 관심 높은 것이 있을 텐데, 실질적인 부분을 얘기하다 보면 우리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변: 개성공단은 북측 영토에 있지만 남측의 방식으로 지어졌다. 만약 개성 이외의 지역에 투자가 활발해지면, 개성공단에서 그랬듯이 우리의 방식을 따라 개발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지만 북측의 경제사정을 생각해보면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싱가포르가 중국에 열개 정도의 특구 개발을 자문하거나 직접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일곱개 정도를 직접 개발하는데,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적보다는 경험을 쌓고 도시 행정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황: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다른 두 개의 사회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보편성이 확대될 것 같다. 우선, 우리는 한국성, 한국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남한적 특성만을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문화를 편협하게 대한 건 아니었을까? 북측과 접촉하면서 한국이 굉장히 다양한 세계였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관심은, 보편적 도시건축의 유형에 관한 것이다. 한반도에 지어지는 수많은 아파트가 보편적 도시건축으로서 타당성, 합리성, 범용성을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에 도시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주거 건축물이 지어져야 할 텐데, 보편성 있는 건축
유형을 개발할 기회가 아닐까 싶다.


김: 남북교류위원회가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황: 이번 위원회에 참여한 분들 대부분은 남북관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다.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진행될 것 같다. 다만 위원회의 활동으로 플랫폼이 잘 형성됐으면 좋겠고, 건축은 호흡이 길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변: 최근 북한 관련 세미나를 가보면, 우리의 경험을 전수하기만 하면 북한이 성공할 거라는 인식이 보인다. 우리의 문제도 비판적으로 반성하면서 접근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박: 동감이다.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제3의 방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북측이 개방됐을 때 그곳을 돈벌이 공간으로만 본다거나 개발자들이 난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tag.  건축 , 북한 , 북한 건축 , 남북 교류 , 남북교류위원회
       
월간 SPACE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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