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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03 / 12
감각의 건축
       

<공간을 감각하다: 다시 상상한 건축>
 
영국왕립미술원
Jan. 25–Apr. 6, 2014
 
나탈리 페리스(옥스퍼드대학교 박사과정)
 
 
Installation by Álvaro Siza
 
영국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공간을 감각하다: 다시 상상한 건축>전에서 모든 예술은 놀이가 된다. 4개 대륙에 걸친 6개국의 7개 건축사무소가 ‘건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관람객은 중앙 갤러리에 맞춤 제작된 설치작업을 관람하고, 관통하고 배회하며 움직이고, 만지고, 적응하고, 점유하고, 올라타고, 앉고, 대화하고, 걷고, 탐색할 수 있다. 예술원 내 보자르 갤러리에서 각각의 설치작업은 전시장 내부를 극단적으로 재창조해 공간을 ‘감각’하기 위한 새로운 반응과 경험, 그리고 방법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나 그 범위는 실로 대단하다. 일차적인 의도는 어디에나 있는 ‘공간’과 일상생활 곳곳에 있는 복합적인 구조물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기이다. 나아가 기존의 건축 전시의 흔한 전형에 대한 반문도 엿보인다. 세밀한 설계도나 환상적인 형태의 모형, 세심하게 고안된 애니메이션은 전시장에서 건축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오인되기 마련이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공간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벌집 모양의 입면에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빨대 뭉치를 꼽아놓고, 갤러리 천장에 있는 신고전주의 금빛 처마까지 다다르기 위해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전시장 가득 나뭇가지로 제작한 미로를 직접 풀어나간다. 관람객은 각 전시실의 특색에 따라 공간을 다시 탐색하고 경험하면서 재구성한다. 전시는 역으로 관람객에게 ‘건물은 우리에게 무얼 느끼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일순간 건축에 대한 감상을 느낌이나 감각의 영역에 온전히 맡겨도 될지 의문이 든다. 건축을 감상할 때 공간의 본질과 특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강요하는 것은 우리에게 공간을 감각하라는 억압이자 개인의 공간인식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닐까?
전시장을 걸으며 중앙 갤러리의 겉과 속이 모두 바뀐 것을 알아챘다. 리셉션 홀과 중앙 갤러리를 구획하던 문을 제거해 입구와 전시실을 통합한 친숙한 공간을 구성했다. 이런 통합은 중요한 것을 암시한다. 개인의 경험은 특별하게 포장된 특정 개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상호작용의 한 종류로 일상생활의 영역까지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눈길이 가는 대로 중앙 갤러리의 첫 번째 전시관을 보니, 바닥부터 천장까지 세 겹의 정교한 투명필름으로 벽 전체를 덮어 전시관의 고유한 장식을 가리고 있었다. 스크린을 이용해 공간을 중성화했고 특정한 건축 사조나 시대와의 연계성을 없앴다. 화이트 노이즈 같은 공간은 일상을 지배하는 공간과의 인간적인 교류나 인류 보편적인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 관람객이 지나갈 때마다 날리는 투명필름 위로 각종 인용구와 비평 글이 번갈아 투영된다. 첫 번째 방에는 전시 소개를 위한 허브로 건축가가 제시한 경험과, 포트폴리오, 설치작업 의도를 담은 서문과 관람객의 코멘트와 궁금증이 담긴 영상이 있다.
스크린 위에 글귀는 포르투갈 건축가 에두아르두 소토 드 무라나 중국 건축가 리 샤오둥의 인용구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과 현대주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처럼 다양한 인물도 포함한다.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는 그런 인식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시했다면 유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고인이 된 처칠과 스트라빈스키를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어떤 지배적인 논리도 제시하지 않으며, 인용구의 내용도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밝힌 것에 그친다. 연도나 이런 생각의 발현을 가늠할 만한 감각체계에 대한 언급과 어떤 표기도 없다. 정보 결핍으로 인한 혼란은 전시 전반으로 이어진다. 각 설치작업의 캡션은 지극히 간추린 건축가의 한 줄짜리 생각이나 기술적인 정보만 제공한다. 재료, 날짜, 설치 장소와 방식만 전달해 예술작품의 캡션처럼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분명 건축가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거나 또는 자재의 기술적 잠재력을 확인하거나 건축과 신입생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바로 지극히 보편적이고도 개인적인 공간의 경험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이기 때문에 관람객은 인상 깊은 설치작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전시에 선정된 건축가 7명(디베도 프란시스 케레, 쿠마 켄고, 리 샤오둥, 페소 폰 엘리치샤우센, 그래프턴 아키텍츠, 에두아르두 소토 드 무라, 알바로 시자)은 달콤한 꿈과 악몽이 혼재하는 놀이동산을 창조했다. 빛과 어둠, 냉기와 온기, 엄숙함과 장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일부는 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감각체계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켰다.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는 2개의 전시실에 걸쳐 정교한 목구조를 만들었다. 섬세하게 짜놓은 대나무 넝쿨은 일본 교토에서 수입한 후 3~4년간 기른 후, 4mm 지름이 될 때까지 껍질을 깎아냈다. 쿠마는 재료의 물질적 특성이 지닌 아름다움뿐 아니라, 향기를 흡수하는 습성을 활용했다. 첫 번째 어두운 전시실에 진입하자 쿠마가 ‘파빌리온’이라고 명명한 거대하게 대나무 구조물에서 일본 삼나무의 달콤한 향이 진동한다. 두 번째 전시실에도 같은 방식으로 곱게 마름모꼴로 짠 목재 구조물이 있는데, 이는 다다미의 차분한 향기를 머금은 ‘동굴’로 관람객을 감싼다. 각 모듈이 바닥과 접촉하는 지점마다 LED 조명을 삽입했고, 위로 비춘 불빛에 의해 2개의 또렷하고 지극히 가벼운 수직의 세공 구조가 형성된다. 하나는 관람객을 구조체 안으로 들어오도록 반기는 반면(쿠마의 표현에 의하면 ‘어머니의 건축’ 또는 ‘비움’), 또 다른 하나는 현실(‘아버지의 건축’)로 우리를 주변부에 머물게 한다.
 
©James Harris
Installation by Kengo Kuma
 
쿠마는 감상을 돕기 위해 후각을 선택했지만, 그 외에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별다른 특색이 없다. 유일하게 감각체계를 직접 도입해 ‘파빌리온’에서 ‘동굴’로의 미세한 전환을 위해 후각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들인 것 이외에, 쿠마의 작업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겹겹이 쌓인 깊이와 경이로움은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 이외에 다른 감각을 사용한 것은 쿠마가 유일하다. 예를 들면 소리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지만 청각을 노골적으로 사용한 설치작업도 없다. 물론 아프리카 건축가 디베도 프란시스 케레가 만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형형색색의 설치작업은 환경 적응을 위한 촉각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곡선형 반달 구조 안으로 진입하면 전시장에서 전시장으로 모자이크 구조물을 통과하며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벌집 구조로 짜인 플라스틱 패널에 다채로운 플라스틱 빨대를 꼽을 수 있다. 케레는 우리가 구조의 구성 요소인 패널 자체를 직접 만지고 변형시켜 창조물의 일부가 되길 소망한다. 입면의 작은 구멍에 빨대를 땋기도, 찢기도, 묶기도, 꼬기도 하면서 우리가 진화하는 존재가 된 구조물에 물리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자선 모금활동가, 시민운동가, 건설업자로 역할이 쉽게 뒤바뀌는 케레의 모든 작업에 공동체 의식이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전시 관람객의 ‘일손’을 강조해 폭발적인 색깔을 이룬 것이다.
감각을 이용해 공간을 인지하는 방식을 일부 다루는 반면, 어떤 설치작업은 건축에 대한 왜곡된 관점에 집중한다. 알바로 시자는 노란색 기둥 하나를 3개로 분리해, 하나는 벌링턴 하우스의 팔라디오풍 입면 앞에 늘어뜨리고, 또 다른 하나는 아넨버그 광장에 높게 세우고 나머지 하나는 눕혀 놓았다. 그래프턴 아키텍츠는 빛과 그림자를 두 가지 공간으로 표현해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나의 공간에는 하얀색 아치형 천장의 처마 사이로 빛을 여과한다. 다수의 거대한 고체 형태로 천장을 가로막아 빛의 유입을 최소화한 공간이 있다. 에두아르두 소토 드 무라는 건축을 반추하면서 건축은 조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왕립예술원에서 발견한 문 두 개를 완벽히 복제한 후 예술원의 원작인 2번 문과 6번 문에 45도 각도로 병치시켰다. 정밀한 거푸집에 주물한 후 구조적인 힘과 세밀한 디테일을 확보하기 위해 최신형의 유한 요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관람객은 전시장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거대하고 폐쇄적인 아치형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경로를 조정한다.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전형적인 유형이 낯설게 느껴지도록 만든 훌륭한 사례다. 새롭게 분절된 개구부는 원작이 얼마나 웅장한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 타협하는 공간에 대한 의식을 증폭했다.
모든 설치작업 중 전시 초입에 등장한 구조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칠레 건축가 페소 폰 엘리치샤우센의 작업으로 공간에 대한 지각을 완전히 전환한다. 별도로 장식하거나 제조하지 않은 노출된 나무판자로 단순하게 구축한 구조물이다. 칠레에서 사전에 조립한 후 더 정교하게 다듬어, 런던에 모듈로 실어왔다. 기념비적인 목재 구조물의 단순하고 ‘원시적’인 건축언어가 돋보인다. 4개의 거대한 실린더 위에 큰 목재 무대를 설치했다. 실린더 안에 은폐된 4개의 나선형 계단은 두 층 위에 받쳐진 무대를 향해 꼬리를 물듯이 올라간다. 예술원 아치형 천장의 호화로운 장식에 접근을 가능하게 한 이례적인 일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기둥에 풍성하게 장식된 금빛 몰딩과 천장의 반짝이는 유리를 엿볼 수 있었다. 천장의 목재 테두리가 일반적인 어른의 눈에 정확하게 들어오도록 제작했다. 공간 속에 펼쳐진 눈부시게 장엄한 풍경이 펼쳐져,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형이상학적인 작업은 유일하게 감각을 자극해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과 새로운 건축적인 메시지, 그리고 공간 감각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가변적인 목재 전망대 위에서는 모든 감각이 증폭된다: 유리 아트리움은 두둥실 떠 있는 듯하고, 먼 아래 관람객의 목소리와 발소리는 아득하다. 설치작업 뒤 갈지자 모양의 경사로를 거쳐 일층으로 내려오고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왜 이번 전시가 그토록 극찬을 받았을까? ‘평화를 가져오는’,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의 가능성’ 등 비평가들은 앞다퉈 극찬했다. 반면 나는 전시가 건축의 물리적인 현실에 관람객을 참여시킨 것을 높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관람객에게 자유롭게 구조물을 경험할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전시는 어떤 상징체계나 지시사항, 심지어 간단한 전시설명서도 없는 백지처럼 느껴진다. 출구에 설치한 건축가 인터뷰마저 간단명료하다.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건축가가 운을 띠기도 전에 인터뷰는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건축의 현황이나 영국 건축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진부한 전략을 생략한 한낮의 전람회다. 심지어 영국 건축가도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어떤 메니페스토는 있다. 큐레이터 케이트 구드윈은 이 전시가 ‘건축 감각에 대한 의식을 높여 더 나은 건조환경의 창조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전시는 건축 전시의 가능성과 그 가능성 속에 내제된 인간적인 상황을 피력한다. 일부 작업은 건축을 경험하기 위한 무대장치나 시뮬레이션 또는 게임같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모든 설치작업이 본질적으로 건축 모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신체의 감각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이번 희귀한 전시가 얼마나 용감한지 볼 수 있다.
 
©James Harris
Blue Pavilion, Installation by Pezo von Ellrichshausen, above
 
나탈리 페리스는 작가이자 비평가며, 월간 「SPACE(공간)」 영문에디터다. 영국왕립예술대학교에서 예술디자인 비평 석사를 취득한 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2014 아이단 멜러 미술비평상을 수상했다.
 
 
자료 제공 영국왕립미술원(별도표기 외)
 
tag.  디자인 , 전시 , Sensing Spaces: Architecture Reimagined
       
월간SPACE 2014년 3월호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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