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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10 / 02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정체성의 구축과 해체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정체성의 구축과 해체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는 서로 다른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구축되는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일시적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표현해 왔다. 아트선재센터에서 7월 26일까지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 <자가해체 8: 신병>은 201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 파리, 런던 등에서 진행해 온 ‘자가해체’의 여덟 번째 작업이다. 이 전시에서 그는 재개발 지역에서 수집한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사물들에 전혀 다른 모습을 부여한다. 지난 4월 2일 전시 설치에 한창인 그를 만나 전시의 부제 ‘신병’과 작업 전반의 근간이 된 개인적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우현정 


Abraham Cruzvillegas, Reconstrucción3: Sinbyeong, Banner of Jorge Cuesta, diverse photocopied documents related to the project, interview video of Sociologist Cho Uhn, plant in pot, 2015
 
우현정(우): 당신은 작업을 설명하며 “집이 지어지는 것과 파괴되는 것은 동시에 발생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자가구축’과 ‘자가해체’는 꽤 유사한 개념으로 다가온다. 의미상 상반된 두 용어를 최근 전시에서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나?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크루스비예가스): 내가 말한 “집이 지어지는 것과 파괴되는 것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개념은 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스미슨의 말이다. 그는 엔트로피에 대해 언급하며 이 말을 했다. 과학 용어인 엔트로피는 존재의 물리적 현상에 대한 것으로 모든 것이 변형된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자연, 인간, 건축, 풍경, 조각 등 모든 것은 살아있다. 그의 말은 마치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을 묘사하는 듯하다. 나의 옛 집엔 아직도 부모님이 살고 있고 여전히 지어지는 중이다. 이 집은 용도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낡아서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변형과 파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경험의 한 부분이 됐다. 그래서 내가 자가구축을 말할 때 집을 언급한 것이다. 자가구축은 하나의 개념이다. 내가 살았던 곳의 사람들은 재개발 구역에 아무런 계획이나 건축적 기술, 자본 없이 무허가로 집을 짓는다. 공식적으로 내 작업은 건축과 무관하지만 내가 사용한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 말이 매우 중요하고 최근엔 재구축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가구축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정체성을 구축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자라면서 갖게 된 어떤 가치에 대항해야 할 때가 있는데 종교, 교육, 정치, 경제 등이 포함된다.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 일부분을 재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 자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상위 단계의 영적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톨릭 신자일 필요가 없다고 느낄 뿐이다. 종교는 없지만 신발, 식물, 바위, 예술, 건물 등등 모든 것에는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내가 이전에 파괴했던 어떤 가치 일부를 화해나 조화를 통해 재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자가혼돈’이라고 일컫는 새로운 시리즈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중이다. 왜냐하면 나는 완전한 혼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 변화는 자가구축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말했듯 정체성 또한 변형을 일으키는데 이런 끝나지 않는 과정에서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나? 당신의 작업이 정체성의 불안정과 연관이 깊지만 보기에 따라서 당신 작업에 줄곧 등장하는 유머나 긍정주의는 정체성의 고유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 같다.
크루스비예가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 자신이 완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진정한 안정이란 없다고 본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경제, 정치, 역사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성 또한 없다. 오직 순수한 불안정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상화된 자연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을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자연은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다. 우리가 자연을 도덕화한 것이 문제이다. 생태계에서 뱀이나 쥐를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나 또한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성숙하지 못하고 어린이의 성향을 갖고 있다. 작업할 때 이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사회적 시선에서 어리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Abraham Cruzvillegas, Autoconstruccion: A Dialogue Among Angeles Fuentes and Rogelio Cruzvillegas, Two-channel HDV video, color with sound (Spanish) and subtitles (English), 34 min 21 sec, two wheelbarrows, 2009
 
우: 이번 전시 제목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 <자가해체 8: 신병>에 나오는 ‘신병’을 어디에서 찾았나?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샤머니즘에 대한 개인적 관심인지 알고 싶다. 
크루스비예가스: 전시장에 있는 물건은 베개, 파이프, 콘크리트 벽돌, 연탄 등 재개발 지역에서 가져온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쓰인 베개는 베개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물에서 각각 삶이 느껴진다. 모든 것은 생의 주기가 있는데, 일종의 애니미즘이다. 한국에도 이런 개념이 고대에서부터 존재해 왔다. 모든 생각과 경험, 소소한 것은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엄성의 문제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기 때문이다. 신병과 같은 샤머니즘에서 나온 개념은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며 내게는 변형을 뜻한다. 변형이 이뤄질 때, 어느 지점에서는 고통과 아픔이 뒤따르는데, 영어에서 말하는 ‘중간’에 해당한다. 변형은 중간에 있는 어떤 것으로 중간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의 내릴 수 없고,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 마음 바깥에 있는 것으로 연금술이나 마법에 가깝다. 나는 대체로 변형을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랑에 빠져도 고통을 받으며 연인들은 샤먼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멕시코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다른 단계의 의식에 도달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이 고통에 놓인 것처럼 보이나 실상 사람들은 다른 리얼리티에 접근하기 위해 자각의 상태에 빠져든다. 어제 시장에서 발견한 아홀로톨이라는 물고기를 신작에 사용했다. 매우 흥미로운 생명체로 겉보기에는 성장이 덜 끝난 십 대처럼 보인다. 어떤 상태로 변모하는 과정 중에 놓여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물고기는 그 상태로 평생을 산다. 영생의 샤먼으로서 이 물고기는 이번 전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Abraham Cruzvillegas, Autodestrucción8: Sinbyeong, Found objects from redevelopment areas in Seoul, Dimensions variable, 2015
* Made with the help of Yun Choi, Gain Kim, Jinyoung Kim, Rayeon Kim and HaeAhn Kwon

우: 당신은 재개발 지역과 미술관에서 나온 폐기물을 작업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신이 직접 찾은 것이 아니다. 이런 사실이 전시에 영향을 미치는가? 
크루스비예가스: 당연하다. 한국에 자주 방문했고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곳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이번 전시의 객원 큐레이터인 배은아에게 폐기물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도착할 때까지 어떤 것들이 수집되었는지 몰랐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 사용했다. 이게 내 방법론이다. 어떤 것도 제외하지 않는데 이는 차별이 없는 사회를 은유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모든 재료는 설치의 일부가 되며 이 부분은 마르셀 뒤샹과 관련이 있다. 그는 관심을 배제한 채 물건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사물이 자기를 선택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나는 사물들을 골라내지 않는다. 어떤 방향성만 있을 뿐이다. 나는 재개발 지역에서 나온 폐기물을 선호하지만, 알루미늄이나 스티로폼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객원 큐레이터는 이런 것들도 다 가져왔고, 결국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일시적 건축물에 사용되는 합판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재료들은 개성이 없다. 사물에 정체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 작업은 사회, 정치, 역사적으로 내가 누구인지, 또 어디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에 대한 문제의 결합이며 공간 속에서 형태를 갖춰 나타난다. 조각을 만들 때 사물의 발전 과정 안에서 이치에 맞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Installation view of Autoconstrucción at Museo Jumex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rimanzutto, Mexico City, 2014-2015 ⓒAbigail Enzaldo
 
우: 기존의 비평가들은 당신을 마르셸 뒤샹과 종종 비교한다. 다수가 참여하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당신의 역할이 궁금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가까워 보인다. 바로 이 점이 그와 당신의 차이점이 아닐까? 
크루스비예가스: 모든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것을 즐긴다. 나 자신을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과 놀며, 내가 가진 것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지휘자라는 표현으로 간결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게 신뢰를 주는 사람과 위험을 함께 나누길 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청중이라고 해도 좋다. 나와 마르셀 뒤샹과의 관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20세기 후반의 모든 예술가는 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오브제를 찾아 사용한다. 따라서 그와 나 사이의 특별한 연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를 매우 좋아한다.


우: 전시가 끝나면 작품은 어떻게 되나? 아카이브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크루스비예가스: 나는 매우 무질서하고 게으르다. 내 작업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사물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며 작품에 특별한 유대감을 갖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떤 것을 축적하는 것은 좋아한다.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똥을 굴려서 크게 만드는 곤충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는 많은 것을 모으지만, 그것들을 수집하지는 않는다.
 
 
Installation view of Autoconstrucción at Museo Jumex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rimanzutto, Mexico City, 2014-2015 ⓒAbigail Enzaldo
 
자료제공 아트선재센터(별도표기 외) | 사진 김태동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는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1987년부터 1991년까지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2010년에 문을 연 비영리 거리 미술공간, 라 갈레리아 데 코메르치오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2013년 워커 아트 센터에서 기획한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자가구축 스위츠>를 비롯해 201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광주 비엔날레, 2010년 미디어시티 서울, 2009년 쿠바 하바나 비엔날레,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다. 2012년 양현미술상을 받았으며, 오는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 내 터빈 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tag.  미술 , 설치미술 , 아트 , 전시 , 작가 ,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 개념미술 , 멕시코 작가 , 아트선재센터 , 재개발
       
월간SPACE 2015년 6월호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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