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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8 / 29
마탈리 크라세: 리플렉시티, 2015, 언플러그드 디자인
       

마탈리 크라세: 리플렉시티, 2015, 언플러그드 디자인 
 
마탈리 크라세 x 김승덕 (공동 감독, 르 콩소르시움,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left) Matali Crasset, Reflexcity: welcome island, Metal structure, 6.1×5m, 2015 / (right) Matali Crasset, Reflexcity: tree nest, Metal structure, 5.8×5m, 2015
Photographed by Jeon Byung Cheol/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마탈리 크라세를 보면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Carl Theodor Dreyer)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1927)에서 황홀경에 빠진 르네 팔코네티(Renee Falconetti)의 얼굴이 떠오른다. 둥글고 짧은 머리의 마탈리 크라세는 르네 팔코네티 만큼은 아니지만 자의식이 강하고, 늘 무언가 준비된 전형적인 프랑스 동부 사람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 웃고 있지만 수긍하는 척 하지 않고, 그가 이해한 대로 행동한다. 항상 답할 준비가 되어 있기에 상대의 말에 지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어나간다.
산업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는 미학과 일상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기반 시설과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직접 디자인한 안경과 스웨터를 입은 그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더해져 톰 보이 같은 중성적 캐릭터를 이루고 있다. 그는 최소한 두 번은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문은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때문이었는데 이때 한국의 장인정신과 음식에 눈을 떴다. 두 번째는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프로젝트를 위한 것으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큰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적은 ACC의 1, 2층 로비에서 마탈리 크라세는 편안하게 교류하고,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냈다. 이는 사람들 사이의 공유와 교류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을 반영한다. 알루미늄 골조, 가죽, 빛과 같은 재료와 색감을 이용하면서 작가는 설치작품과 가구, 인테리어 범주를 오가는 이번 장기 프로젝트로 ACC를 위한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
마탈리 크라세는 1993년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톰슨(Thomson)사의 새로운 전자 제품 제작에 참여한 뒤 1998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었다. 현재는 중국인 거리로 탈바꿈한 파리 시내 벨빌(Belleville)에서 살고 있다. 쿨한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대중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도 외진 곳을 찾아내듯, 그가 사는 공장지대의 작은 골목은 야외 가구와 대나무로 그늘이 드리워져 안전하고 따뜻한 섬으로 뒤바뀐다. 자료제공 마탈리 크라세 프로덕션 (별도 표기 외) 
 
김승덕: 최근 광주 ACC를 위한 대형 공공 미술 작업을 의뢰 받았다. 그 작업은 미술작품이자 환경, 공공 가구의 복합체이다. 이런 상황과 주어진 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마탈리 크라세: 나는 산업 디자이너의 교육 배경을 갖고 있다. 로버트 필리우(Robert Filliou)가 고안한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만드는 무엇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디자인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실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기능적인 문제를 넘어선, 필리우가 말한 교역처럼 산파의 역할로 점차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학의 문제를 구체화하는 일이 점점 축소되는 대신 목적과 공통의 가치들 주변에서 통용되는 사회성, 기술의 연결과 조직화를 연합하고 끌어내는 부분이 더 중요해졌다. 오브제 역시 디자인하지만 사물 자체가 핵심은 아니며 창조 과정의 최종 목적도 아니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보다 넓은 사고 체계에 있는 건축, 배경, 전시 사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작업 중 하나이다. 나는 작품을 의뢰하는 ‘주문자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항상 작업을 시작한다. ACC에 설치한 ‘리플렉시티’는 픽션의 이야기가 발전하는 놀라운 시공간에 자리한다. ‘우크로니아’라는 영화 속에서의 여정처럼, 나는 거주할 있는 구조체에 관한 생각의 연장선으로 이 작품을 바라봤다. 원래부터 이것은 유리 건물의 정면에서 보이도록 종합적으로 설계되었고, 외부에서도 인식되는 설치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비율에 벗어나는 청각 안테나 접시는 공간으로 뻗어나가며 1층이나 그 사이의 중층에 놓여있다. 각기 다른 지름과 색을 띤 큰 스케일의 이 안테나 접시들은 메시지를 수신하거나 외부로 송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여러 가지 회색 빛과 금속의 표면은 자연광과 만나 어른거리고 그 빛이 다시 작품 안으로 통합되기도 한다. 공간에 들어서면, 작품들이 인간적인 ‘센서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센서들은 그들의 원형꼴에 매혹이라도 당한 듯 특별한 의례에 따라 그 위로, 안으로, 주변으로 무리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센서는 입구에서부터 당신을 멈춰 세운다. 주변으로 솟아오른 둥그런 형태가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 같은 공간에 두개의 층으로 된 센서가 있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 위에 얹혀져 기둥 위에 캡슐 형태를 만들었다. 계단 옆으로 이어지는 숨겨진 통로가 있기 때문에 2층으로 올라가야만 캡슐 쪽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로써 전체 층에 대한 정확한 관람이 가능해진다. 중층에 있는 세 번째 센서는 경사로를 통해 올라설 수 있는 단상이 되었다. 반사면은 빛나는 아치로 이루어져 색이 덧입혀진 안락한 중심부에 앉기 위해서는 여기를 건너게 되어 있다. 네 번째 기울어진 센서는 큰 식탁 테이블을 갖추고 있어 관객을 보호하는 동시에 빛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독립된 방에 있는 센서 또는 등신대 크기의 산광기(빛을 만들어내는 장치)는 대나무 숲이 자라는 외부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 혼자 와서 반쯤 누운 채 자연을 마주하면 곧 명상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함께 존재하기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추구하며 누구나 받아 들일 수 있는 알기 쉬운 형태로 일상성과 특이성을 끌어낸다. 기술(청각 안테나 접시)을 상징으로 전환시켜 사람에 대해 재조명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도구나 장치의 중심에 인간 존재를 두는 것은 나의 모든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공통된 질문이다.
 
Installation view of Matali Crasset’s Reflexicity from the first floor at ACC
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photographed by Matali Crasset
 
김승덕: 이 작품은 건축에서 디자인과 미술로 이어지는 당신의 기량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ACC의 작품은 의자, 소파, 손잡이 의자, 탁자 시리즈이지만 거대한 환경 자체라 할 수 있다. 예술 작품, 공공 가구, 2층에 걸쳐 로비 공간을 채워야 하는 환경 등 서로 다른 요구들을 어떻게 통합했는가?
마탈리 크라세: 나는 퐁피두 센터의 디자인 위치가 가진 문맥에 개입하여 그로부터 도출된 반향에 반동을 주고 싶다. 각 시대는 특정한 공간적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형태에 부합한다. 최근 수십 년간 우리는 인테리어/실내장식에 과도한 투자를 해왔다. 유일한 기준이 된 안락함에 따라 그 에너지는 가정 위주의 생활양식적 논리를 증진시켰다. 반면 실외, 외관에 관해서는 마치 그것을 바꾸고, 논의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이임해야 할 임무처럼 여기고 우리는 그 분야를 무시해왔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행위와 생각, 비전의 영역이 움츠러들었다. 동시대의 개개인은 자신의 생활 주변 환경과 삶을 만드는 데 자율적이라 착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내부에는 극도로 엄격한 등록 대장이 있어 각자 주어진 코드대로 부속품들을 고른다. 인간의 모든 인테리어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극미한 변이로 실추되고 말았다. 1960년말 70년초에는 바닥에 놓여진 콩 자루와 같은 퍼프 의자 위에 앉거나 바닥의 매트리스에서 잠자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 당시 실내 장식가들은 개개인들 사이에서도 허물없는 관계를 선호하여 아파트에 구덩이처럼 움푹 파진 곳에서 대화를 펼쳐나가기도 했지만, 이런 모든 인테리어를 고려한다 해도 신체에 적합한 형태적 비율로 표현했다고는 볼 수 없다. 지성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우리 사회와 인테리어에서 신체를 존중하는 전통을 재정립하려고 하는 문화는 굉장한 모순덩어리다. 곡선들은 가구에 맞게 제한되고 군사 태세를 갖춘 듯 신체를 정렬하도록 속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신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는 이런 장식물들은 카메라의 대물 렌즈에 적합하도록 스스로를 유지하는 것처럼 기이한 조성을 내뿜는다. 아파트는 표상적인 공간이나 더 이상 무엇도 남지 않았다. 이런 공간은 기본 등급, 아니 어떤 등급조차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변화하는 욕망, 거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행위들을 느끼고 여러 가지 운명을 경험하거나 다양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인테리어는 불안정하고, 다원적이고, 다형적이며, 부서져 내린 정체성의 자아를 위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는 자기 참조적 공간을 기초로 삼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들은 서로를 더욱 닮아간다.

김승덕: 이번 작품에서 안테나, 수신기, 포물선 형태의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가?
마탈리 크라세: 포물선은 소통의 도구에 관한 탐닉이 더욱 강해 보이는 아시아에서 정확한 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다. 인공위성 안테나를 소통의 아이콘으로 삼아 그것을 현실, 즉 ACC의 중심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곳에서 전용하고자 했다. 작품의 형태는 상호 연관된 응축기로서 쇳물을 녹이는 도가니처럼 보인다. ‘리플렉시티’는 교류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요청하는 플랫폼으로서 디지털 시대에 만남을 주선하는 물리적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front) Matali Crasset, Reflexcity: welcome island, Metal structure, 6.1×5m, 2015
(behind) Matali Crasset, Reflexcity: tree nest, Metal structure, 5.8×5m, 2015
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 photographed by Matali Crasset
 
김승덕: 당신의 전반적인 작업을 살펴보면 산업 디자이너로 출발해 프랑스에서 필립 스탁과 일한 뒤 개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초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마탈리 크라세: 프랑스 파리 국립산업디자인학교 마지막 학기 때 밀라노에 있는 데니스 산타치아라(Denis Santachiara)를 찾아가 그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예술가에서 디자이너가 된 사람으로 나는 기술을 명시하는 그의 감수성과 양식을 매우 친근하게 느꼈다. 그 후 프랑스로 돌아와 필립 스탁에게 두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운이 좋았던 게 당시 그는 톰슨사의 전자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데니스 산타치아라로부터, 학창 시절 그랬듯이, 자율적인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을 배웠고 모든 제약에서 벗어난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일만이 온갖 정성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한편 필립 스탁에게?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디자인계에서 일이 더 힘들었을 텐데?글로벌적 접근으로 매우 복잡한 프로젝트를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김승덕: 시각 예술가와 다르게 디자이너로서 주로 의뢰 받은 작업을 한다. 즉, 고객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고객을 끌어내며 폭넓은 작업의 범위를 보여주는가? 당신은 ‘새로운 주문자들 (new patrons / nouveau commanditaires)’이라는 새로운 커미션 제작 과정에 참여해왔다. 시민들(사람, 집단, 기관)에 의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절차와 성격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마탈리 크라세: 프랑스 재단의 ‘새로운 주문자들’ 프로그램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나는 예술 기관 아트꼬넥시옹(Artconnexion)과 함께 프랑스 북부에 자리한 꼬드히(Caudry) 레져 공원에 교육적 용도의 비둘기 장을 만들었고, 두 번째는 이터널 네트워크(Ethernal Network)와 함께 밀 밭 학교(Le Ble en Herbe)를 피니스테르(Finistere) 주의 트레베당(Trebedan)이라는 작은 마을에 지은 것이다. 심사위원을 통해 진행되는 공공 작업의 방식과 반대로, 이 프로그램은 중개자(mediator)들이 만든 제안서를 보고 후견인들이 우선적으로 예술가를 채택하고 그들끼리 의견을 모으는 게 강점이다. 프로젝트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인간적 모험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이 당신을 그곳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내 부모님은 농부였고 나는 마른(Marne) 주의 작은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모순적이게도 지루함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처음 파리를 갔을 때, 신선한 공기를 느꼈고, 주어진 공동체에서 벗어나 나만의 것을 만들어냈다. 주변에 별로 할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은 매우 지루했지만 지금은 시골에서 온 제안서를 받으면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열정으로 작업에 임하게 된다. 어쩌면 이는 어린 시절의 지루함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시골에서 작업하는 것은 내 자신이 가진 망설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함께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것처럼 집단적인 모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도시보다 시골의 환경이 동시대를 위한 욕망을 더 붙들어 맬 수 있다.
 
 
(left) Matali Crasset, Reflexcity: workshop cell, Metal structure, 7.5×7.5m, 2015
(right) Matali Crasset, Reflexcity: dream island, Metal structure, 5.6×2m, 2015
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 photographed by Matali Crasset

김승덕: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당신보다 앞에 있는 하나의 로고이자 브랜드로 생각본적 있는가? 당신은 마탈리 크라세를 국제적으로 인식 가능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는가? 지금의 당신은 브랜드인가?
마탈리 크라세: 이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적은 없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고 그곳은 자체적으로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 않는 일반적인 곳이었다. 내게 부여된 규범을 항상 거부했지만 그건 반항이라기보다는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도 나룰 여성성의 규범 안에서 인식한 적은 없다. 나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 단지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내 몸과 마음이 일치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만약 내가 브랜드였다면 바구니를 만드는 짐바브웨 출신의 여성과 교육용 비둘기 장을 고안하면서 함께 일하거나, 뫼즈(Meuse) 주의 장인과 작업하는 데 이처럼 자유로움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증명할 것도, 쌓아야 할 이력도, 내가 믿는 이상향이나 공동체의 감각을 지탱하는 모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이외에 갖춰야 할 자세 같은 것도 없다. 작업을 할 때는 매우 적은 수로 팀을 꾸린다. 나를 포함해 총 4명이며 앞으로도 5명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건 삶과 일에 대한 생각, 제한 없이 프로젝트를 하는 것에 대한 선택에서 비롯한다.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디자인 분야를 선택했다.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도시에서 통용되며 사람의 논리가 자리잡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애착이 생기는 곳 말이다. 개인의 자율성은 현대적 삶에서 기준이 되는 가치로 남았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전문가로 실재할 수 있는 기초 자원이 부족하다. 우리는 독립적인 개인으로 태어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집단의 질서를 구성하는 자원과 보살핌 덕분에 법적, 사회적, 정치적인 형성을 거쳐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성장케 하는 자원은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것은 다수의 개인을 해방시키는 사회적 적절성의 구조를 말한다. 개개인이 사적인 물건의 소유자는 될 수 없지만 자신들의 사회적 자주성은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잔인한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상징적이고 상상력의 측면의 중요성을 재주장하고 생각과 행위의 교차점에서 지성적인 문화를 지지해야 한다.

김승덕: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흥분시키는가?
마탈리 크라세: 튀니지의 ‘다르 하이’(Dar Hi)나 ‘바람 숲’(Vent des Forets)과 같이 특수한 맥락 안에서 구체화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는 확실히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이케아와 협업한 것처럼 보다 산업적 규모 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위력을 경험하는 것도 좋아한다.
같은 틀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더 깊이 파고드는 것보다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는 것을 선호하며, 그렇게 만들어주는 제안들로부터 놀라움을 느끼고 싶다. 나는 브루노 무나리(Brono Munari)의 사상적인 자유로움에 꽤나 동조한다. 그는 예술가로 여겨지기엔 어린이와 작업을 많이 하고 디자이너로 보기엔 가구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뿜어내는 다양성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그의 생각에서 나온 생동감, 끊임없는 새로움, 그리고 영민함에 눈이 부실 수 밖에 없다.
 
 
Matali Crasset, Reflexcity: dream island, Metal structure, 5.6×2m, 2015
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 photographed by Matali Crasset
 
김승덕: 어떤 프로젝트를 최고라고 생각하는가?
마탈리 크라세: 그런 말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다수의 프로젝트는 집단적이고 협업의 측면을 끌어낸다. 그 예로 파리에서 진행한 ‘104 작은 집의 거실’ (Maison des Petits au 104) 프로젝트나 뫼즈 주 몽트(Mont)의 나무 집 작업 ‘바람 숲’, 프랑스 재단과 함께한 브르타뉴(Brittany)의 트레베당의 ‘밀 밭 학교’, 튀니지 네프타의 ‘다르 하이’를 들 수 있겠다. 그 프로젝트들에는 내게 더 큰 흥미를 주는 지역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동시대적이라는 게 더 이상 도시의 특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있다.

김승덕: 당신은 다른 문화권과 교류하고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런 활동에 깊게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뜻에서 전 세계의 수공예는 당신에게 매우 중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마탈리 크라세: 디자인은 주르당(Mr Jourdain)의 산문과 약간 닮았다. 사물은 제작의 유형과 관계해서 탄생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반향과 사고에 관한 것이다. 네프타 사막의 주변의 생태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지역의 제약들과 자원 내에서 실행 되었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아무것도 수입하지 않아 튀니지의 관계자들도 놀랐는데, 우리는 이탈리아가 아닌 튀니지 파우사나(Foussana) 지역의 대리석을 골라 민족 디자인의 일환으로 마을 여성이 만든 욕실의 표면을 덮었다.
 
 
Matali Crasset, Reflexcity: face to nature, Metal structure, 2.7×2.6m, 2015
curated by Seungduk Kim & Franck Gautherot, Le Consortium /courtesy of Asia Culture Institute/ photographed by Matali Crasset

마탈리 크라세는 프랑스 파리 국립산업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디자인을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추적하는 탈 중심적 위치에서 행해지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크라세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데 그 중에는 장인, 새로운 삶의 시나리오를 찾는 개인, 실험을 할 준비가 된 산업가, 니스의 하이 호텔이나 네프타의 다르 하이처럼 새로운 개념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호텔리어,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역동성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작은 마을의 공동체,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의 스테델릭 미술관처럼 변화를 꾀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이 있다. 크라세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공예에서 전자 음악, 직물 산업에서 공정 거래까지 다방면의 분야와 협업을 해왔다. 디자인, 가구, 건축, 그래픽 프로젝트를 실현하며 예술가들, 젊은 가구 제작 회사, 지방 자체 단체, 공동체들과 함께 일한다.
김승덕은 유럽에서 거주하며 삼성문화재단(현 삼성미술관 리움) 자문 큐레이터(1993~2000)와 파리 퐁피두 센터 객원 큐레이터(1996~8)를 지냈다. 2000년 프랑스 아트센터 르 콩소르시움에서 국제 전시기획 감독을 시작으로, 현재 공동 감독이다. 플라워 파워 문화수도 릴 전시(2004), 발렌시아 비엔날레(2005),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2007), 야요이 쿠사마 순회전(2008~9), 린다 벵글리스 순회전(2009~11)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프로젝트의 공동 커미셔너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카타르 도하 도시 계획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파리 팔레 드 도쿄의 프로그램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2015년 이래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공용 공간의 예술감독으로 (후랑크 고트로 감독과 함께 르 콩소르시움팀으로) 일하고 있다.
 
 
 
 
 
tag.  디자인 , 미술 , 설치미술 , 작가 , 마탈리 크라세 , ACC , 리플렉시티 , 김승덕
       
월간SPACE 2016년 4월호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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