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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7 / 26
움직이는 예술
       

움직이는 예술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1980~오늘: 아랍에미리트의 전시들>
마치 미팅 2016: 교육, 개입, 그리고 참여 
 
샤르쟈 아트 파운데이션 
 
Mar. 12 – June 12, 2016
Feb. 13 – May 14, 2016
Mar. 12 – 13, 2016 
 
호경윤(아트 저널리스트) 
 
 
Radouan Mriziga, Performance of ~55, ‘The Time is Out of Joint’, 2016/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Photographed by Alfredo Rubio 
 
샤르자는 아부다비, 두바이, 라스 알 카이마, 아즈만, 움 알 카이와인, 푸자이라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다. 샤르자의 마치 미팅(March Meeting, 이하 MM)은 2008년부터 매해 3월마다 작가, 큐레이터, 저널리스트, 연구자 등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대상으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 행사다. MM은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달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교육, 개입, 그리고 참여’라는 주제로 열렸다. 첫날 아침 샤르자 아트 파운데이션(이하 SAF)의 대표 셰이카 후어 알 카시미의 개회사로 시작되어 초청 강연자와 공모로 선정된 강연자 40여 명이 발표했다.
 
 
Melissa Karmen Lee (Slought Foundation, USA) presents “Life on the Screen: Communities, self and world in a digital arena” at March Meeting 2016: Education, Engagement, and Participation./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Photographed by Alfredo Rubio
 
특히 올해는 두바이에서 아트페어와 글로벌 아트포럼이 MM과 비슷한 시기에 열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국제 미술계 유명 인사들이 아랍에미리트에 모여 들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점차 아랍에미리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부다비의 뮤지엄 콤플렉스 ‘샤디야트 문화 지구’가 완성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 장 누벨의 루브르, 자하 하디드의 퍼포밍 아트센터, 안도 타다오의 해양박물관 등, 페르시아만 위에 떠 있는 이 대규모 콤플렉스는 크기와 예산 면에서 가히 전무후무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특히 루브르의 경우 아부다비 정부가 2007년 계약 당시 ‘루브르’라는 명칭 사용권만으로 5억2,000만 달러(약 5,535억 원)를 냈고, 30년간 작품을 전시하는 조건으로 10억 유로(약 1조 3,514억 원)를 지불했다. 한국 역시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하는 작금에 더욱 눈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행복의 섬’이란 뜻의 샤디야트의 건립 과정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듯하다. 특히 건설 현장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학대 문제도 끊임없이 대두되는 가운데 개관도 예정보다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에 구겐하임미술관 공사 현장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미술가 그룹 ‘걸프 레이버’가 결성됐고, 그 주요 멤버이자 지난해 MM의 모더레이터와 강연자였던 인도 작가 아쇼크 수쿠마란과 레바논 작가 왈리드 라드는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입국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Uriel Barthelemi and Taro Shinoda, Lunar Reflection Transmission Technique, 2016
 
샤르자는 서울의 1/3 정도 크기로 인구는 1백만 명 남짓하며 여타의 아랍에미리트와 마찬가지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등에서 온 노동자가 샤르자 토착민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두바이와 샤르자의 도심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두바이에는 현존하는 빌딩 중 가장 높은 부르즈 할리파가 우뚝 서 있는데 비해 샤르자의 야경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관람차 정도다. 아랍에미리트의 행정수도 아부다비, 경제 중심지 두바이와 달리 샤르자는 ‘문화와 교육의 수도’라고 불리며 1998년 유네스코가 ‘아랍의 문화수도’로 지정한 바 있다.
전 세계의 10%에 해당하는 수의 타워크레인이 들어와 있다는 두바이에 비할 바 아니지만, 샤르자 역시 지난해보다는 공사 중인 곳이 자주 눈에 띄었다. 도시 전체에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와 망치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SAF의 전시장이 있는 샤르자전통지구에는 ‘샤르자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심 재정비 프로젝트가 2025년 완성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고급 아라비안 리조트의 공사 펜스에 적혀 있는 홍보 글귀인 ‘A Style to Remember’에 시선이 머물렀다. 재개발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공사장의 모습은 오늘날 비서구권에서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지만, 샤르자는 조금 다르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콘크리트 아래에 과거를 통째로 매몰시키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화롭게 가꾸어 나가려 한다.
 
 
Sharjah Art Foundation Art Spaces, Sharjah Heritage Area/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비엔날레 때 주요 전시장으로 사용하며 이번에도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등의 전시가 열리는 SAF아트스페이스는 이러한 샤르자의 건축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유수의 미술관이 그러하듯이 브랜드 네임이나 스타 건축가의 명성에 힘입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건축가를 통해 중동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샤르자전통지구 내에 2009년에 건립한 SAF아트스페이스는 1,895의 그리 넓지 않은 면적으로 단층 혹은 복층 정도의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락의 풍경을 이룬다. 주변의 알 자라 모스크와 같은 기존 건물을 배경 삼아 하얀색 정방형의 건물 6개를 짓고 마치 도성 안에 있는 듯 포근한 인상을 준다. 별다른 입구나 출구도 없이 중간중간 산호초로 만든 전통 벽돌로 올린 낮은 담장으로 구획만 나누었다. 전시장들 사이에 있는 정원과 너른 마당은 관객들의 쉼터로, 때로는 퍼포먼스의 무대로 사용된다. 그중 가장 넓은 공터는 밤이 되면 ‘미라지 시네마’라는 이름의 야외극장으로 운영되는데 관객들은 아랍식 카펫 천으로 된 소파에 걸터앉거나 누워 편안하게 스크리닝 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of ‘1980 - Today: Exhibitions in the United Arab Emirates’, 2016/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Photographed by Alfredo Rubio
 
장소와 문화, 그리고 역사와 전통에 대한 SAF의 진지한 접근 방식은 이번에 열린 또 다른 전시 <1980~오늘: 아랍에미리트의 전시들>과 이 전시의 장소로 쓰이는 플라잉소서에도 유사하게 드러난다. SAF의 대표 셰이카 후어 알 카시미 공주가 지난해 기획한 바 있는 2015 베니스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관의 전시를 다시 각색해 선보인 이 전시는 지난 40년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렸던 현대미술 전시를 회고하는 아카이브 형태로 꾸몄다. 또한 전시장 한 켠에는 플라잉소서의 연표를 과거의 기록 자료들과 함께 정리해놓은 <플라잉소서 수집품>이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마치 UFO 같은 모습의 현대적 양식의 이 건물은 1978년 프랑스 식당으로 처음 세워진 이래, 이런저런 요식업장으로 사용되다가 서서히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해 샤르자비엔날레 때 이집트 작가 하산 칸의 작업 장소로 활용된 것을 계기로 SAF는 ‘플라잉소서 수집품’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나 관련 자료를 모았고, <1980~오늘: 아랍에미리트의 전시들>전이 끝나는 올 5월부터 SAF의 전시장으로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Ali Cherri, The Disquiet, Video still, 2013, ‘The Time is Out of Joint’, 2016/ Courtesy of the Artist and Imane Fares
 
이번 MM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타로 시노다와 유리엘 바르텔레미의 협업 퍼포먼스 ‘Luna Reflection Transmission Technique’도 중동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전에 공지된 퍼포먼스 장소는 위도 N25.1163467°, 경도 E55.826726°로 표기되어 있었다. 전문 운전사가 딸린 SUV 차량 수십 대가 줄지어 도심을 떠나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여 동안 달리자 모래산 중턱에 다다랐다. 사막 한가운데에는 이미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스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막 너머 아름다운 일몰이 지고 완전히 어두워지자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보스턴, 이스탄불, 샤르자 등의 야경과 달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스크린을 배경으로 즉흥 전자음 공연이 45분간 진행됐다. 퍼포먼스 후에는 베두인 천막에서 아랍식 저녁이 제공됐다. 한편 이날 SAF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프로덕션 그랜트의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올해는 20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양혜규와 에릭 보들레르를 포함한 10명(팀)이 선정됐다. 비엔날레와 MM이 해외 사람들을 샤르자로 오게 하는 것이라면 프로덕션 그랜트는 세계 곳곳에서 SAF가 후원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기회이다.
 
 
Cao Fei, Rumba II: Nomad, Video still, 2015, ‘The Time is Out of Joint’, 2016/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SAF가 과거 자국을 중심으로 비엔날레만 운영해오다 점차 국제 무대로 시각을 넓히기 시작한 시기는 2003년 당시 영국에서 미술대학을 갓 졸업했던 셰이카 후어 알 카시미 공주가 합류하면서부터다. 지금도 그녀는 샤르자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누비며 인스타그램에 문화예술 소식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특히 지난해 샤르자비엔날레는 한국계 미국인 큐레이터 주은지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김범, 믹스라이스, 임흥순 등 한국 출신 작가 7명이 참여하면서 한국 미술계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아랍의 과거와 현재를 세계인과 공유하고, 미래를 향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하는 SAF의 비전은, 두바이나 아부다비가 하드웨어에 힘을 빼는 것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샤르자 문화의 국제화를 실천하려는 후어 알 카시미 공주의 지략에서 비롯한다. 이는 마치 사막에서 별을 따라 옮겨 다니며 베두인 천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처럼 가장 중동다운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땅과 건물은 물리적으로 옮길 수 없지만 사람과 문화는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e Time is Out of Joint’, curated by Tarek Abou El Fetouh, 2016/ Courtesy of Sharjah Art Foundation/ Photographed by Alfredo Rubio
 
이번에 샤르자에서 열린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역시 SAF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예술극장이 공동 제작한 결과물로 이를 위해 두 기관은 사전에 오랜 시간 동안 긴밀하게 소통해왔다.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는 이번 MM과 함께 SAF에서 선보였고, 곧이어 ACC에서 지난 4월 9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이집트 출신의 큐레이터 타렉 아부 엘 페투가 전 세계의 미술가, 무용가, 평론가, 연구가 등과 함께 이끌어온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시와 퍼포먼스, 출판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타렉 아부 엘 페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활동했던 아랍 철학자 이븐 아라비가 제시한 ‘시간은 유동적인 공간이며 공간은 얼어붙은 시간’이라는 개념에 착안, 세 가지 공간과 시간을 프로젝트의 기본 축으로 삼는다. 그리고 1974년 바그다드에서 열린 제1회 아랍예술비엔날레, 1989년 베이징 국립 중국미술관에서 열린 <차이나/아방가르드> 전시, 오는 2022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적도 컨퍼런스>를 세 방점으로 삼아 유라시아의 새로운 아트로드를 그려 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 작가 쿄헤이 사카구치는 샤르자의 전시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이용하여 집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조촐하지만 침실, 주방, 응접실 등이 갖춰져 있고, 건물 하단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움직일 수 있다. 그의 ‘Zero Dirham House’는 마치 SAF의 비전, 혹은 이 시대 글로벌 노마디즘의 가장 명쾌한 해답 같았다. 자료제공 샤르쟈 아트 파운데이션(별도표기 외) 

호경윤은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큐레이터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대한항공 기내지 「Beyond」 등의 매체에 비정기적으로 기고한다. 미술 전문지 월간 「아트인컬처」 편집장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부커미셔너(2013)를 역임했고, <출판_기념회> (갤러리팩토리, 2008)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www.sayho.org
 
 
 
tag.  미술 , 아트 , 전시 , 비엔날레 , 샤르쟈 아트 파운데이션 , 중동 , 호경윤
       
월간SPACE 2016년 5월호 (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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