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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7 / 29
랩[오]: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는 기술의 잠재력
       

랩[오]: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는 기술의 잠재력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 랩[오]의 작품은 기하학, 빛, 색, 움직임 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합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근저에는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이를 디지털 기술로 재기술하는 전위적인 시도, 그리고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 간결한 시각언어 뒤에 자리하는 논리적 사고는 예술의 자유분방함과 정교한 기술력을 결합하는 랩[오]의 특징이기도 하다. 건축, 디자인, 공공 설치를 넘나드는 그들의 활동을 뒤따라가 보자. 인터뷰 우현정 | 자료제공 랩[오]


우현정: 랩[오]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3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전문 분야는 무엇이며 그에 따라 작품을 만들 때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결합하는지 궁금하다.
랩[오]: 마누엘 아벤드로스는 브뤼셀의 라 캉브르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학생 시절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건축을 전공한 제롬 드콕을 만나 개인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약 20여 년 전, 게르하르트 메르츠, 밍겔란젤로 피스톨레토, 한네 다보벤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전시 코디네이터로 몇 년 간 일했다. 음악과 건축을 전공한 엘스 베르망은 2003년 랩[오]에 합류했다. 예술, 건축, 음악 등이 중첩되는 이런 배경은 콘셉트와 제작과정 전반에서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내며 그 비중은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진다. 마누엘은 기술(재료 구현, 설치, 워크숍 코디네이션), 제롬은 엔지니어링(기계, 전기), 그리고 엘스는 운영(프로덕션)을 주로 담당한다. 한편 우리는 각자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따로 있는데 마누엘과 엘스는 ‘소시에떼’라고 부르는 전시공간의 디렉팅과 큐레이팅을, 제롬은 기술적인 부분을 돕는다. 작품에서 콘셉트(스토리텔링)와 재료(기술)는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체와 객체 사이의 관계는 그 둘 사이의 대화이다. 우리는 재료에서 벗어나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화해왔지만 두 측면 모두 랩[오]를 구성하는 주된 축이다.

우현정: 기술과 인지에 대한 랩[오]의 설명에서 기존 미술사를 재해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개념미술, 시스템예술, 구체예술 개념을 기술과 접목해 작품의 골조도 튼튼하다. 하지만 동시에 색채에 대한 기존 미술사를 기술로 재기술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접근법으로 관객은 기존의 미술과 다르게 어떤 사유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랩[오]: 지난 50년간 산업화 사회에서 기술발전은 점차 신체, 물질,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정의하고 동시대 미술의 어휘와 문법을 확장시키는 탈산업 정보화 사회로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술은 이 새로운 어휘(기술)와 문법(방법론)이 결합될 때 비로소 동시대적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디지털 아트는 예술에 내재한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던질 때에만 예술일 수 있다. 하루의 특정 시간과 장소를 인상주의 논리 안에서 채색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튜브 물감의 발명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를 가능케 했다. 이처럼 특정한 장소에서 하루의 상대적 길이를 특정 논리에 따라 색을 입힐 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코노그라피’ 시리즈가 되는 것이다.

우현정: ‘모자이크15×26’ 작업 설명에도 등장하지만, 예술과 건축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는가?
랩[오]: 랩[오]의 설치와 통합 작업의 공통 주제는 ‘공간’이다. 이는 우리가 건축가로서 교육받은 결과이며 색, 빛, 움직임과 같은 주제를 통해 더욱 발전한다. 통합 작업이라 부르는 것들은 공공 및 반공공 공간을 위한 영구 프로젝트로서 어떤 맥락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며 강렬한 건축적 각인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주된 초점은 예술과 건축, 또는 도시 사이의 시너지를 제시하여 공간과 맥락적 체제 안으로 예술적 제안을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안시 르 비유에 있는 ‘메종 메카트로니크’를 위한 키네틱 작업 ‘모자이크 15×26 rgb’는 (기계 전자공학 연구소) 건물 로비를 구성하는 기계적이고 전기적인(기계 전자공학적) 시스템이며, 움직임을 통한 빛과 공간을 연구하는 시각 프로젝트다. 설치 작업은 사적인 공간을 위한 한정적이고 자체적인 커미션 작업이다. ‘모자이크 4×4×4 rgb’와 ‘모자이크 4×4×4 bw’는 공간과 맥락을 배제한 색, 빛, 움직임을 탐구한다. 이 작업은 공간의 3차원적 구조를 캔버스의 2차원으로 치환하고 다시 그 본질로 환원시킨다.

우현정: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된 암호처럼 보이는 제목이 많다.이는 핵심이 되는 알고리즘을 함축하는 것인가?
랩[오]: 문자, 숫자, 기호는 의미론을 구성하는 요소다. 언어에서 감각 대 비감각에 관한 탐구는 이러한 이유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토론을 끌어낸다. 의미론과 기호론은 우리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signalToNoise’ (512개의 스플릿 플랩으로 이루어진 키네틱 설치, 2012), ‘하나님의 놀라운 업적?’(20개의 주문 제작 전신기로 구성된 자동생산적 설치, 2016), ‘365’(16 조각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2개가 결합한 빛 작업, 2016)와 같은 작품에서 특히 중요하다. ‘데이터’(정보)에서 ‘디노테이터’(의미)로의 치환은 조합과 함축을 통해 탐구된다. 보통 문자, 숫자, 기호의 사용은 형식이 아니라 개념적인 선택이다.
‘수많은 날 중 하루’(16조각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와 10장의 검정 A4 프레임, 2015)는 문자, 숫자, 기호를 그것을 이루는 요소, 즉 선으로 축소한다. 이 작품은 10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영문자와 숫자로 가능한 조합을 시각화한다. 각 글자는 16부분과 2개의 점을 기반으로 하며, 2e18(또는 262 144)라는 독창적인 조합을 가지고 있다. 10개의 문자 디스플레이는 2e180(또는1532495540865888858358347027150309183618739122183602176)의 조합이 가능하다. 만약 10초마다 새로운 조합이 표시된다고 할 때, 하루 24시간 동안 8,640개의 결과값이 생긴다. 이 계산에 의하면 가능한 조합을 모두 표시하기 위해 수십억 일이 걸릴 것이다. ‘수많은 날 중 하루’ 는 이 무한성의 극소한 부분을 발췌하여 보여준다. 18개 원소를 조합하는 구조가 어떻게 변형을 끝없이 생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나아가 이를 시간과 정보의 관계 안으로 밀어 넣는다.

우현정: ‘종이접기’처럼 한 가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몇 년에 걸쳐 발전시키는 시리즈 작업에 대한 랩[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랩[오]: ‘수많은 날 중 하루’에서 볼 수 있듯 시리즈 작업은 보는 이가 독자성에 대해 재인식하게 도와준다. ‘종이접기’는 기하학, 색채, 움직임의 조합으로 작동하는데 기하학, 색채, 그리고 움직임(정형 대 비정형)뿐만 아니라 배치(수평 또는 수직), 빛과의 상호작용(굴절과 반사)은 독자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다양성을 충족시킨다.
이 시리즈 작업에서 기하학은 정형과 반정형의 타일로 표면을 채우고 작품의 커다란 형태를 결정한다. 모자이크식 패턴을 따라 보여주는 ‘비정형’ 윤곽/등고선은 사각 형태에 담긴 것과 비교하면 ‘자유 형태’라 할 수 있다. ‘종이접기’에 등장하는 패턴들은 최소 두 가지 이상의 기하학적 특징에 기반을 둔다. 타일이 접히지 않은 상태에 호응하는 것이 양성 형태이고 이들이 접힌 결과물이 음성 형태이다. 양성-음성적 기하학의 정도, 즉 타일 해상도가 작품의 제목에 표시되는데 이 ‘패턴 안의 패턴’ 논리는 색채에 의해 보완된다. 타일 뒷면의 색이 흰색 표면에 반사되면 ‘간접적’으로 보이지만 타일을 접으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이접기’ 시리즈는 형상기억합금이라고 알려진 스마트 금속을 이용한다. 합금은 그 원형을 기억하고, 형태가 변형될 경우 열을 가하면 본래 상태로 돌아간다. 두 개의 SMA 스프링은 타일을 접는 레버와 연결되어 있다. 스프링 하나가 가열되면 한쪽의 레버를 당기면서 반대쪽 스프링의 형태를 변형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 변형된 스프링이 열에 의해 당겨지면 다시 반대쪽 스프링을 변형시키는 동작이 반복된다. 타일의 움직임은 유사 무작위 논리를 따라 ‘양성’과 ‘음성’적 기하학적 형태,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색채들, 2차원과 3차원의 형태, 그리고 첨단 기술과 저차원 기술 사이에서 구동된다.

우현정: 기술을 작품의 매체로 본다면, 최근 관심을 두는 분야나 기술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작품에 어떻게 접목하고자 하는지?
랩[오]: 집단기억의 일부로서 흔히 사용되는 기술적 인공물을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건 이런 사물과 사람들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요즘 우리는 20개의 맞춤형 조판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업적?’이라는 작품을 제작 중이다.
 
‘…이 시스템은 전신 시스템의 수신자 쪽 끝에 있는 전자석에 의해 제어되는 전선을 따라 파동을 전송한다. 암호는 오직 이러한 파동을 사용한 자연어와 그 사이의 공백을 이용하여 전송되어야 했다. 따라서 모스가 발전하였고……’
(자료: 위키피디아)
 
‘전보문체’라고 알려진 축약언어를 사용하는 전보는 19세기에 발명되었고 궁극적으로 ‘lolspeak’라는 축약어를 사용하는 21세기의 디지털 메시지 전달 기술로 발전했다. 이 작품은 모스 오케스트라(메시지 수신 시 생기는 기계 장치의 독특한 사운드)와 엔트로피 기계(디바이스가 메시지를 전송할 때 생기는 변환 부호 오류)로 구성된다. 이 작품은 자동생산을 통해 감각과 비감각의 관계뿐 아니라 정보가 생산되고 전파되며 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랩[오]는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그룹이다. 랩[오]의 작품들은 현대적 재료, 테크닉, 포맷으로 구현된 개념미술, 시스템 예술, 구체 예술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환원주의적, 연속적이고 기초적인 언어에 대한 경향을 강하게 띠며 색채, 기하학, 빛, 움직임의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랩[오]는 알고리즘적 논리로 현대의 미학에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참여한 주요 전시로는 베니스 비엔날레 (단체전 , 2013), 뉴욕현대미술관 (단체전 , 2014),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단체전 , 2014), 런던 ABPS의 메이어 갤러리 (개인전 , 2016), 갤러리 드니즈 르네 (개인전 , 2013, 아트 바젤 그룹 부스, 2015, 아트 브뤼셀 솔로 부스, 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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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SPACE 2016년 8월호 (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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