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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11 / 23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듀얼리티로 바라본 물질과 비물질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July. 27, 2016 – Feb. 5, 2017

 

올해로 3회째인 <국립현대미술관(이하 MMCA) 현대차 시리즈> 2016년 주인공이 발표됐다. 2014년 이불, 2015년 안규철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김수자다. 뉴욕, 파리, 서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국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김수자는보따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간헐적인 프로젝트 전시를 제외하면 2000년 로댕 갤러리 이후 16년 만에 한국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갖는 그는 신작을 독려하는 현대차 시리즈의 기획 의도에 맞게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방한했다. 그런데 새로워도 너무 새롭다.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과 시각적으로 맥락을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 우리에게 남겨진 유의미한 실마리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단어뿐이다. 단어의 사다리에서 독해한 신작의 의의를 공유해 본다.

전종현 | 자료제공 MMCA 서울관


Archive of Mind, 2016



독해를 자극하는 새로운 작업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김수자는바늘이자보따리였다. 다양한 천을 바느질로 이어 붙인 초기작부터 이국적인 패턴과 색을 지닌 사각 천(실제로는 이불보)으로 헌 물건을 감싸 만든 보따리 뭉치, 그리고바늘이 곧 나 자신이란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지나가는 행인의 틈바구니 속에 미동 없이 서서 세상을 직조하는 모습을 촬영한바늘여인’(2009)까지.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는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특수 필름을 건물 유리창에 붙여 다채로운 빛을 내부공간으로 끌어온 장소특정적 작업호흡은 레이나 소피아 뮤지엄의 크리스탈 팔래스(2006),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2013), 메츠 퐁피두 센터(2015) 등 굵직한 국제 무대에 오르며 호평 받았다. 놀랍게도 김수자는 30여 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작가로서의 삶 동안 한순간도 변화를 겁내지 않았고 작가로서 그가 내보인 성장의 증거들은 거대한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자의 흔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이렇게 다양한 자가발전적 레퍼런스를 구축한 그이기에 이번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에 발표한 작업들이 보여주는, 다소심하다싶을 정도로 새로운 조형적 결은 관객 모두를 미지의 세계로 빠뜨리면서 동시에 독해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

 

30여 년 동안 이어온 물음: 듀얼리티

사물의 내적 구조에 푹 빠진 김수자는 그동안 세상을 수직-수평 관계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려 애써왔다. “1978년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을 관찰하는데 규칙적으로 밀려오고 부수어지는 그 모습에 수직-수평 구조가 내재되어 있었다. 수직-수평 구조를 택한 인공 구조물 이전에 이미 우리 주변 자연 속의 내적 구조가 그렇게 기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1983년 작가는 어머니와 이불보를 꿰매면서 뾰족한 바늘이 수직 수평으로 직조된 천을 꽂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가 온몸을 관통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캔버스와 물감 대신 천과 바느질을 작업의 재료로 선택하게 된 중요한 계기다. 수직-수평 구조가 찾아낸 바느질은 곧 30여 년 간 작가의 물음을 지속시키는 개념인 듀얼리티(duality)와 연결된다. “양면성, 양성성, 동시성 등 듀얼리티를 정의할 수 있는 말은 많다. 보통 음양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스테레오 의미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듀얼리티라는 단어로 통일하고 있다.” 김수자에게 듀얼리티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물질성과 비물질성, 매스와 보이드, 현실과 가상, 위와 아래, 극과 극의 상반된 지점을 오가면서 밸런스를 유지한다. 듀얼리티에는 중간 지점이 있다. 이를 규정하는 기준점, 이 경계야말로 두 양자 간에 존재하는 중성 지대로서 그 경계를 계속 넘나드는 행위는 김수자의 작업에서 계속 나타나는 화두다.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보따리도 이 듀얼리티의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들의 체취, 경험, 개인적 역사가 담긴 헌 물건(ready-used)은 그 특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터라 지극히 비물질적이다. 이를 우리 몸과 삶의 평면적 터전인 이불보로 감싸고 중앙에서 수직-수평으로 묶으면 그제야 보이지 않던 인간의 삶의 흔적은 보따리의 모습으로 물질화된다. 이런 단어의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야 이번 전시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마음으로 물질을 변화시키는마음의 기하학
입구부터 펼쳐지는 장대한 설치 작업마음의 기하학은 최대 19m에 달하는 거대한 타원형 테이블을 평면 삼아 찰흙으로 구를 빚는, 작가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불특정 관객을 위한 참여 작업이다. 체험 방법은 간단하다. 데스크에 마련된 네 종류의 찰흙(실제로는 총 여덟 종류를 준비했다)에서 원하는 양을 떼어낸 후 타원형 테이블에 배치한 의자에 앉아서 구를 만든다. 이 단순한 작업에서 작가는 듀얼리티의 여러 장면을 포착해낸다. 구를 빚는다는 건 한 극과 다른 한 극에 모두 힘을 주는 행위다. 이런 양극성의 대립은 점점 손 안에서 팽팽해지며 구의 모습을 닮아간다. 물아일체라고 하던가. 아무런 생각 없이 시작한 구 만들기는 손과 찰흙이 만나는 감각과 팽팽한 힘의 대결 속에서 중용점을 찾으며 서서히 물질이 아닌 마음과 일체를 이룬 채 비물질화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비물질성으로의 전이는 구를 감싸는 손에서 시작하고 진행되다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비물질화된 구는 실체를 가진 손으로 감싸진 채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상징적인 보따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마음과 일치된 공을 동그랗게 빚으면 빚을수록 마음의 모서리도 점점 깎여간다. 시간과 반복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한 편의 마음 수행을 연상시키는 구 빚기는 시간과 기억과 손, 몸의 흔적, 개인의 감정이 더해지면서 결국 비물질도, 물질도 아닌 물체로 변이된다. 사운드 퍼포먼스인구의 궤적은 배경으로서, 그리고 단독 작업으로서 마음의 기하학과 함께 존재한다. 젖은 찰흙을 말리면 중력 때문에 약간씩 찌그러지는데 이를 테이블에서 굴리면 모서리와 평면이 만나면서 소리를 낸다. 기하학적인 특성을 띄는 비정형의 물체가 굴러가는 소리는 일상의 작은 소리일 수도 있고, 천둥번개처럼 침묵을 깨는 커다란 소리로 확대하면 우주적 깊이의 소리로 다가온다. 즉 타원형의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여러 찰흙 구들이 하나의 작은 우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구가 구르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작가의 가글링 퍼포먼스 또한 물의 표면에서 중력에 반하는 힘을 주면서 수많은 버블을 만들어낸다. 작품명인구의 궤적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비물질을 극으로 추적한호흡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는 작가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고민한 주제다. 이는 보따리뿐 아니라바늘 여인등 여인 시리즈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는데 비물질에 대한 극적인 접근은호흡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소특정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마드리드, 베니스, 메츠의 경우처럼 대규모로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호흡은 지금까지 프로젝트 단위로 소개했던지수화풍이나실의 궤적시리즈와는 달리 국내에 처음 선보이기에 놓칠 수 없는 작업이다. 가로세로 1cm의 사각형 면적에 수직-수평으로 각각 1,000개의 스크레치를 낸 특수 필름을 전시 마당을 에워싼 창문에 연속적으로 붙인호흡은 한마디로 빛의 캔버스다. “바느질의 연장선상에 있는 호흡은 우리의 모든 행위가 숨의 리듬 속에서 행해진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좀 더 본질적인 요소라 볼 수 있다. ‘호흡은 비물질성을 극도로 추구한 결과다. ()를 밀어내다 못해 아예 장소의 표면까지 간 경우다. 빛은 순간의 각도와 방향에 따라 공간을 무지개색으로 다채롭게 물들인다. 페인트가 가장 비물질화된 상태인 셈이다. ‘호흡이 설치된 장소는 비물질화의 한계에 도전한, 빛과 소리로 채운 보따리라고 보면 된다.”

 

물질과 비물질 관계를 다시 정립한연역적 오브제

흥미롭게도 이런 물질성과 비물질성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이번 전시에 나온연역적 오브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연역적 오브제는 작가의 팔을 캐스팅한 작업과 미술관의 전시 마당 바닥에 거울을 설치한 후 그 위에 오방색으로 색을 채워 넣은 타원형 구조물을 세운 작업까지 총 두 개다. 이들 모두 뚜렷한 구상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면을 탐구하고 실험하던 작가의 성향에 반하는 특질을 가진다. 하지만 이런 구상성의 출현은 작가가 계속 의문을 품고 극으로 몰아가던 비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단초다. 인도에서 우주의 알이라고 불리는 브라만다의 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전시 마당의 구조물을 보자. 오방색으로 촘촘히 색칠한 타원형 구조물은 아래에 규칙적으로 깔린 거울과 함께 기하학적 느낌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보따리를 셀 수 없이 만들었는데 이번 오방색 구조물은 이런 행위의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오방색 띠의 방향성, 모이는 접점, 보따리가 가지고 있는 사각형 형태와 연결되면서 대각선, 사선의 기하학이 생기고 … 이렇게 단순하고 원초적인 행위는 논리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연역적 오브제는 만드는 행위의 결과로 나온 게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다.” 작가의 말을 한 번 더 풀어내보면 기하학적 오방색 구조와 오브제가 만나 하나의 보따리가 됐는데 그 보따리는 구상성을 가진 물체를 만든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 보이는 오브제는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에게 꺾임으로 다가선 서울전

비물질을 나타내는 행위가 빛과 소리까지 왔는데 여기서 어디로 내 자신이 더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이제 물질로 재정립할 수밖에 없다. 물질과 비물질은 하나니까. 이건 그냥 물질이 아니다. 모든 물질은 비물질과 경계를 공유하므로 이제 비물질을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물질을 배치해야 한다. 그 물질 둘레에 있는 모든 허를 정의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허를 찾기 위해 걸어왔는데 그 한계까지 오니 이게 다시 물질화됐을 때의 허를 바라보게 됐다.” 다른연역적 오브제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엄지와 검지를 닿아 동그라미를 만든 채로 캐스팅을 한 팔은 그 자체의 물질성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엄지와 검지가 닿지 않았을 때 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엄지와 검지가 만들어낸 동그라미를 통해 허를 유추할 수 있다. 비물질성이 그 허 자체뿐 아니라 물질을 통해 그 존재가 재규정되는 것이다. 더불어 보따리가 된연역적 오브제와 이를 감싸는호흡을 일컬어보따리의 보따리라고 명명한 것 또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표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여러모로 이번 MMCA 개인전은 작가 김수자에게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준 듯싶다. 작가 스스로도작업 세계에서의 꺾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니까. 16년 만에 고국에서 연 대규모 개인전에서 얻은 작업 세계의 확장의 실마리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흥미진진하게 관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A Study on Body, 1981


Installation view of Deductive Object, 2016


Installation view of To Breathe, 2016


Installation view of Archive of Mind, 2016


Installation view of Deductive Object, 2016



김수자는 뉴욕과 파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학제적 개념 예술가이다. 그의 작업은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를 넘나들며 가장 첨예한 회화적 질문에서부터 예술과 삶의 조건들을 연계하여 다루어왔고 이 시대를 치열하게 직면해왔다. 메츠 퐁피두 센터(2015), 구겐하임 빌바오(2015),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13), 밴쿠버 아트 갤러리(2013),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크리스탈 팔래스(2006), 뉴욕PS1/현대미술관(2001)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주요 국제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에 30여 회 참여했다.


 
tag.  미술 , 설치미술 , 아트 , 전시 , 미술관 , 작가 , 김수자 , kimsooja
       
월간SPACE 2016년 9월호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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