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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02
매개기억
       

매개기억

 

김병호

 

Project director / artist: Byoungho Kim
Mechanical design: Dongju Kim
Curatorial advice: Namhee Park, Sieun Lee
Location: Songgwangsa Temple (100, Songgwangsaan-gil, Songgwang-myeon, Suncheon-si, Jeollanam-do, Korea)

Bronze casting & CNC machine work: Daehan Nonferrous Metals
Construction: Studio Sungshin
Work title: Mediated Memory | 3SBCP
Work size: 3,660(H)x1,080x1,080mm
Exhibition period: Oct. 2016 ─ Oct. 2017
Support: Amorepacific Museum of Art, Songgwangsa Temple

 

관념과 구축의 풍경

 

박성진 편집장 | 자료제공 김병호

 

산중을 깨우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신호에 맞춰 승려들이 흰색 천을 조심스레 걷어내자 마침내 형상이 드러난다. 이내 황금빛 광채가 가을 산자락에 가벼운 파장을 일으킨다. 이에 감응하듯 등산객들과 신도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이 이채로운 존재를 조용히 눈으로 어루만진다.
김병호의 작품 ‘매개기억’이 지난해 10월 순천 송광사 초입에 설치되던 순간이다. 그간 설치와 사운드 작업을 이어오던 그의 통사에서 이번 작품과 오프닝은 그리 크거나 떠들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이번 작품이 화이트큐브를 벗어나 현실세계와 마주한, 진정한 의미에서 본인의 첫 작품이라고 담대하게 언명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이후 달라질 작품에 대한 자기선언처럼 들린다. 이 작품의 무엇이 작가를 다른 세계와의 조우로 이끌었을까? 지난가을 조촐하게 치러진 제막식과 ‘매개기억’ 주변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 본다.

© Moon Soyoung

The audience would accept and recognise the piece, each with their own unique personal interpretation. Regrets of the past, expectations for the present, wishes for the future are all contained in the eyes and hands of those who encounter the work.

관념의 풍경_ ‘매개기억’은 탑의 형상이다. 탑은 인간의 주술적-신화적-정신적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형식이자 상징이며, 특히 불교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탑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이 형식의 보편성을 종교라는 협의 안으로 함몰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1년간 자리할 송광사라는 맥락에서 이 작품은 불탑이 되고, 그 의미가 불교의 교리 안으로 진입한다.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로 압축되는 불교의 공간론은 우리와 같은 세계 1000개가 모인 소천세계, 1000개의 소천세계가 모인 중천세계, 또 1000개의 중천세계가 모인 대천세계로 무한 확장한다. 세계의 무한한 확장 속에서 개체의 존재와 질서가 증명되는 것이다.
‘관념’은 본래 불교 용어에서 비롯되어 철학과 일상에 스며든 언어로, ‘부처나 진리를 관찰한다’는 뜻이다. ‘매개기억’은 불교의 관념이 형상을 얻은 모습이다. 작가는 단위체가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작품의 물리적 구조를 불교의 개념적 공간론에 비유하면서 설명하였다. 종교적 사고관이 이 작품의 출발점은 아니더라도 장소와 형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불교적 색채가 계속 쌓이고 결부되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탑이라는 형식과 송광사라는 장소가 이렇게 꾸물꾸물 관념적 풍경 속으로 사람들을 잡아끌어 당긴다.

 

구축의 풍경_ 기본적으로 돌을 쌓아 만드는 탑은 구축적이다.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라는 형식 요소가 석탑을 이룬다. 하지만 ‘매개기억’에서 탑의 요소들은 이미지의 실루엣으로 해체?환원되었다. 직경 72mm, 높이 250mm의 원뿔대칭형 청동 유닛 1907개가 옆으로 결구되고, 위로 쌓이면서 형상을 만든다. ‘반중력의 미학’을 표현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직관적인 개체들의 연결은 감춰야 한다. 그동안 김병호의 작품이 모듈과 유닛이라는 방법론을 보여왔지만 부분과 전체가 이루는 관계는 물리적으로 아주 긴밀하거나 구축적이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탑의 그림자라는 선존재 때문인지 그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매우 구축적이다.
4345개에 이르는 개별 부재들을 용접 없이 연결하기 위해 상하좌우로 볼트 이음 구조가 내부에서 응집력을 발생시킨다. 판재 없이 유닛들을 연결해 나갔기에, 이론적으로 ‘매개기억’은 얼마든지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모듈은 방법일 뿐 결국 이로써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하다.

The form is made by piling and framing 1907 pieces of symmetrical bronze cones that are 72mm wide and 250mm high.

관계의 풍경_ ‘매개기억’의 오프닝은 일반 작품의 전시와는 전혀 달랐다. 7명의 승려가 고불식을 진행하며, 신중청(神衆請)으로 주변의 자연과 땅에 새로운 존재가 왔음을 정중하게 알렸다. 작품을 앞에 두고 외는 승려의 반야심경은 행인들의 발을 붙잡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했다. 의식이 끝난 후에도 산을 오르는 행인과 신자들은 ‘매개기억’을 각자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과거에 대한 회한, 현재에 대한 기대,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아 작품을 눈과 손으로 닳도록 어루만진다. ‘매개기억’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이다. 이는 초월과 현실 사이, 자연과 인공 사이, 관념과 이성 사이, 예술과 종교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그리고 시간과 공간 사이를 매개하는 풍경이다. ‘매개기억’이 갖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형식과 내용이 서로 다른 층위의 관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송광사 경내가 아니기에 양식적 충돌의 쾌감은 덜하지만 이 낯선 존재는 미술과 종교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개기억’은 일회성 작업이 아니다. 이후 일련의 다른 작품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탑의 형상일 이유는 없다. 장소와 매개의 대상에 따라 아마도 형상과 구법, 규모, 재료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매개기억’은 그 장소의 기억과 시간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지금처럼…….

 

The collision of style is lesser because it is not located inside the temple, but it still creates new scenery between art and religion.

 

김병호는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정원 속의 정원>(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2013)을 비롯해 총 8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참여한 주요 기획전으로는 <인조선경(人造仙境)>(쑤저우금계호미술관, 쑤저우, 2015), <코리아 투모로우>(DDP, 서울, 2014),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아트 프로젝트 APMAP>(서광다원, 제주, 2014), <징안국제조각프로젝트>(징안조각공원, 상하이, 2012), <코리안 아이>(사치갤러리, 런던, 2012)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서울국제금융센터, 조니워커하우스 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일신문화재단, 선화문화예술재단, 세종정부청사 등에 영구소장되어 있다.

 
tag.  디자인 , 미술 , 설치미술 , 아트 , 작가 , 김병호 , 매개기억 , 순천 송광사 , , 불교
       
월간 SPACE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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