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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02
최우람: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세계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세계

인터뷰 최우람 × 우현정 기자 | 자료제공 대구미술관

 

Choe U-Ram, URC-1,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um radiator, DMX controller, PC, 332(h) × 312(w) × 296(d)cm, 2014

기계생명체. 최우람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말로 이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것이다. 2006년 일본 도쿄에 있는 모리미술관에서 ‘어바누스’가 전시되었을 때, 유리창 너머로 낮게 내리 깔린 대도시의 불빛은 이 인공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원천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틸 라이프>전(2016년 11월 1일 ~ 2017년 2월 12일)에서 최우람은 그가 창조한 기계생명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기계를 벗어나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 과거를 복기하고 동시에 미래를 예견한다. 과학자적 탐구심은 철학과 종교, 사유로 확장하는 가운데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어두운 전시장의 대기 속에서 천천히 유영하는 작품의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가상의 세계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우현정(우): <스틸 라이프>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의 내러티브를 구성했는지 궁금하다. 이와 더불어 전시 제목 <스틸 라이프>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최우람(최): 넓은 공간에서 관객이 어떤 스토리와 순서로 작품을 마주하게 될지 고민하면서도, 작품이 지닌 설치 시간과 한정적인 공사 시간 등 물리적인 제약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뒤돌아본다는 개념에서 회고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전시는 전시장 크기가 충분해 작품 간 필요한 여유 공간을 최대치로 반영하여 보여줄 수 있었고 덕분에 작품 자체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스틸 라이프>는 금속이나 정지된 것들의 삶을 다루고 생명을 불어넣는 이중적인 의미로 활용할 수 있어 흥미로운 전시 제목이다. 이 단어를 한글로 소리가 나는 대로 써서 각자 원하는 대로 상상하게끔 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주장하기보다 열린 제목을 정함으로써 다채로운 생각이 한 단어에 묻히지 않도록 했다.

: 전시를 보면 2012년을 기점으로 작품이 큰 변화를 보이는 듯하다. 재현의 대상이 기계생명체에서 인간으로 넘어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 초기부터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제를 갖고 작업했기 때문에 관심 주제가 인간과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첫 개인전에서는 테크놀로지가 도구가 아닌 생명을 지닌 존재가 되면서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면 얼마나 막강한 결정체가 될 것인지 고민했다. 관심 주제를 인간 사회 틈에서 살고 있는 욕망이 독립해서 스스로 생명체가 되는 이야기로 풀며 이를 인간과 연결했다. 그러던 중 2012년 팟캐스트 같은 개인 매체가 등장했다. ‘나는 꼼수다’와 같은 채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지금까지 살던 패러다임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걸 보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류 언론이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는데 그런 사고 속에 있던 사람 중 하나이고, 그 시기가 학생운동과 사회적 이슈가 많이 줄어든 시기였다. 동시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변화가 있었다. 나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직접 만드는 행위 속에서 작품과 아이디어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행위가 선행되는 게 중요한데 한예종은 사고의 영역을 더 우선하여 가르쳤기 때문에 큰 공부가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비판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서 두 방식이 섞이면서, 어느 순간 예술가가 되고 난 다음 고민하지 않던 부분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다. 사고가 열리고 정치적인 사건들이 혼재되다 보니 주제도 은유적인 기계생명체보다 더 직접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다양해졌고 용기도 생겼다. 그 이후 역사나 정치, 우리 사회에 대해 기계생명체를 통해 이야기했던 것을 배제하고 그 자체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Installation views of Choe U-Ram’s solo exhibition ‘stil laif’ at Daegu Art Museum

: 인간에 대해 집중하기 전까지는 생명체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교한 기술이 작품의 중심이었다. 자연에 가까워지고자 할수록 불완전한 요소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계생명체에 대해 작가 스스로 느낀 한계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 기계생명체에서는 자연에 가까워지는 기계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 인공 사물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여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즉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과 연구가 필요했다. 초기에는 작품을 구상하면 그걸 구현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기초적인 백지부터 지식을 채우고 전문가를 만나 물어 보고, 어떤 장치가 있는지 연구하고, 설계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새로운 형태, 형식, 구조, 기계장치 등 쓰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과학자적 탐구 자세가 있어 기계생명체에 빠져 있었고, 2012년 즈음 기계에 대한 탐구는 여기에서 끝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알아서 끝낸다기보다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면이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전에는 드러나는 부분이나 개념만큼 작업 과정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사고가 더 중요해지면서 기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예를 들면 ‘우로보로스’에서 예전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쓰지만 예전처럼 드러내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생각이 돋보이도록 이런 장치는 숨겨두었다. ‘허수아비’나 ‘이마고’도 로봇공학의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작품에서 기계는 크게 중요하진 않다.

: 기술의 진보 대신 사유와 철학에 대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작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달라졌는데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스튜디오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스케치와 설계를 하며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설계한 뒤 부분별로 나눠 공장에 의뢰하고 도면을 보내는 일을 쉬지 않고 했다. 작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설계만 하는 것에 지쳐갔다. 큰 기계장치의 일부처럼 내 일도 고착되어 버렸다. 하지만 작업실의 노유리 실장 덕에 스튜디오의 효율성이 커졌고, 큰 그림을 못 보고 눈앞에 있는 것만 하는 경향이 있는 나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주었다. 이후 나는 설계와 제작에 적절히 시간을 배분할 수 있게 되었다. 멤버들은 서로의 역할을 완벽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나와 생각을 공유하고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 가지만 담당할 수 없고 때에 따라 역할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두 명은 조각을 전공했고 한 명은 디자인을 전공했다. 작품의 파트 조립을 해보지 않으면 작품에 대한 계획을 짤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업무도 직접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태윤 팀장과 일한 지는 십 년이 넘었다. 스튜디오를 운영되는 방식이 바뀐 것이지 작품 제작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Choe U-Ram, Pavilion, Resin, wood, crystal, 24K gold leaf, plastic bag, metallic material, fan, motor, custom CPU board, LED, 244(h) × 132(w) × 112(d)cm, 2012

: 기계(무기체)와 자연(유기체)의 차이를 무엇으로 보는가?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
: 인간과 기계는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기계는 인간의 욕망이다. 기계는 인간의 욕망을 확장해 가는 도구이기에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기계가 욕망에서 분리되어 떨어져 나갈 때를 상상하면 무섭다. 이제는 물리적 실체를 지닌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의 문제라 생각한다. 정보 네트워크의 망으로 되어가는 현상은 그런 시설에 투자하는 특정인의 의도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GPS 위성이나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모든 인간의 삶을 전산화하는데 여기에는 편리라는 이름 뒤에 통제가 존재한다. 기계 세계도 여전히 지속하겠지만 정보를 통제, 판독하여 인간이 사용할 수 있게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NSA의 불법 감청을 폭로한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GPS 위성이 지구상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고정 위성으로 있으며 지구 회전에 맞춰 움직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에 인공위성이 GPS 신호를 보내준다. 엄청난 자본이 투자된 이 기술을 왜 무료로 제공할까? 사생활 침해는 고려 대상도 아니다. 이런 데이터를 지배하는 계층과 우리 같은 일반인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다.
인류사에 문자가 생기고 책이 나오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지식이 쌓이게 됐다. 인간의 뇌가 발달하면서 축적된 지식에 테크놀로지가 결부되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예전엔 처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정보를 다루게 되었는데 그 양을 인간 진화의 속도로 판단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개개인은 어떤 정보를 취해야 할지 모르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휩쓸려가는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통제하는 쪽과 개인들의 간극은 점차 커진다. 오랜 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통제를 주도하는 자들을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인공지능 컴퓨터가 탄생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나 사건은 무엇인가? 최근 작품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은 어떤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가?
: 촛불 집회가 최근 관심을 두는 이슈이며, 매주 참여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걸 보며 그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집회에 가면 위안을 얻고 멋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에 힘을 얻는다. 젊은이들이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보며 이전 세대가 이 정도는 일궜다는 안도감과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드러나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저들이 크면, 좀 더 힘을 가지면 차차 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작품과의 접점이 있을지 연구 중이다. 이와는 별개로 타이중에 있는 국립대만미술관에서 2017년 6월에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Choe U-Ram, Custos Cavum, Metallic material, resin,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220(h) × 360(w) × 260(d)cm, 2011

Choe U-Ram, Scarecrow,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 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 370(h) × 500 (w) × 240(d)cm, 2012

 

최우람은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였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도시에너지>(모리미술관, 일본, 2006), (프리스트 센터 포더 비주얼 아츠, 미국, 2010), (아시아 소사이어티 뮤지엄, 미국, 2011), (존 커튼 갤러리, 호주, 2012), <스틸 라이프>(대구미술관, 한국, 2016)가 있다. 이외에 그룹전에는 <상하이 비엔날레>(상하이, 2006), (영국, 2008), (프랑스, 2015), (중국, 2016) 등에 참여했다.

 

 
tag.  미술 , 전시 , 작가 , 최우람 , 스틸 라이프 , 기계생명체 , 테크놀로지
       
월간 SPACE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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