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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3 / 02
경험의 간극에서 성장의 의미 찾기: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
       

경험의 간극에서 성장의 의미 찾기: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

글 이지윤 기자 | 자료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 284(별도표기 외)


Installation view of ‘1988 &2018 Olympic & Paralympic’ at the Culture Station Seoul 284


올림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에 이어 한국에서 올림픽이 두 번 개최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30년 만에 다시 개최된 올림픽을 기점 삼아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한국에서 열 렸던 올림픽의 의미를 비교하는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전을 3월 18일까지 연다. 이 전시는 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우리에게 무언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긋히 재촉하는 듯하다. 우리는 두 번의, 두 개의 올림픽이라는 경험을 문화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서울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 평창 동계패럴림픽 

근대 올림픽의 기원은 머나먼 고대 이국땅에서 시작되지만 한국인 공동의 기억 속 올림픽은 1988년 서울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있다. 두 번의 올림픽은 각각 서울과 평창에서 1988년, 2018년에 개최된 올림픽을 의미하며, 두 개의 올림픽은 2018년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이어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을 의미한다. 전시는 크게 세 흐름으로 구성된다. 1988년 올림픽을 다루는 2층부터 2018년 올림픽을 다루는 1층까지는 과거와 현재의 수직적 시간 흐름을, 1층 중앙 양옆의 두 공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평창 동계패럴림픽이라는 수평적 흐름으로 씨줄과 날줄을 교차하며 전시의 틀을 짜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수직적, 수평적 흐름을 이어주는 매개로 전시 중앙의 ‘더 볼런티어’ 섹션에는 2018년도와 1988년도에 활동했던 2천 7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영상 약 40여 개와 그들이 30년 넘게 간직하고 있던 물건들도 있다. 이 부분은 개별적인 각자의 시각으로 개인 경험 안에 중첩된 공동체의 역사를 읽게 한다. 전미연(문화역서울 284 팀장)은 “우리는 특별함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제는 충분한 여유와 성숙된 자아가 생겼다는 걸 좀 더 보여주고 싶다”고 이 공간의 의미를 설명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입구에 위치한 ‘더 볼런티어’는 올림픽의 시작이자 올림픽 이후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산책과 구획, 대조된 언어

전시는 ‘더 볼런티어’, ‘올림픽과 포스터’, ‘동계 올림픽대회 & 동계 패럴림픽대회, 2018 평창’, ‘88 서울올림픽대회 예술과 마주하다’, ‘1988: 장면과 국면’, ‘수집가의 방’ 등 총 7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더 볼런티어’ 공간이 있는 1층 입구를 살펴보자.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전시장 1층 입구부터 적지 않은 공간감과 무게감 그리고 높이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몇 겹의 태백산맥이다. 관람객들은 첩첩산중의 고개를 넘듯 교차하는 태백산맥의 가벽 사이사이 골짜기를 따라 걸으며 가벽에 적힌 올림픽 개최에 참여했던 예술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기록을 읽어간다. 이 경험의 기록에는 우선순위가 없어 관람객들이 겹겹이 쌓인 길 사이에서 언제든 길을 잃고 돌아다닐 수도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다음 섹션인 ‘올림픽과 포스터’로도 이어진다. 태백산맥의 가벽은 방과 방의 경계를 침범하기도 하는데, 앞면에 전시된 예술 포스터에 대한 설명을 벽 뒤에서 간신히 발견하기도 한다. “(섹션으로 구획된) 방마다의 전시가 아니라 이 방과 저 방이 하나의 공간으로 엮여 전체 공간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루어지도록 고려했으며, 산책하듯이 전시를 둘러봤으면 좋겠다”고 윤한진(푸하하하프렌즈 대표)은 설명한다. 올림픽과 포스터 섹션은 기은, 하동수, 김예슬, 김재영, 김종욱, 김주성, 박성희, 전창현, 홍현정, 황수홍이 제작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 포스터에서 시작해 1896년 올림픽부터 현재까지의 올림픽 포스터의 변천사를 연표로 보여주는 전시실 뒤쪽의 넓은 복도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김민정, 성지영, 윤여종, 김경조가 제작한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예술 포스터로 이어져 전체를 이루고 있다. 특히 평창 올림픽 포스터 중 반복적인 훈련을 창조적인 행위로 전환하기 위해 화폭 위에서 줄넘기를 한 흔적을 포스터로 나타낸 김예슬의 ‘극기산수화’는 스포츠를 통해 인간 완성의 가치에 도달하고자 하는 근대 올림픽 정신의 은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패럴림픽의 예술 포스터로 겨울이라는 배경과 여백을 강조한 윤여종의 ‘평창의 비상’은 강원도라는 산골, 극복의 정신을 나타내는 데 적절하다. 전시는 예술가들의 포스터에서 이석우(SWNA 대표)의 메달 목업 작업, 디자인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영상 자료로 이어진다. 2층의 공간은 1층과는 다른 언어로 접근한다. 1층 공간의 키워드가 벽을 허무는 전체와 개방이라면 88올림픽을 다루는 2층은 ‘중심과 분류’를 키워드로 뽑을 수 있다. 2층의 첫 공간은 ‘88 서울 올림픽대회, 예술과 마주하다’로 1988년도의 올림픽을 만든 예술가들의 작품과 공식 포스터, 2018년도의 엠블럼, 픽토그램, 호돌이 등 디자이너들의 작품, 올림픽에 담긴 이야기와 과정들이 칸칸이 구획된 패널에 영상 아카이브로 전시된다. 1층의 넓은 판과 개방된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포스터와 물품과는 대조적이다. 전시된 포스터 역시 자유로운 선과 추상적인 형상이 주요 분위기를 형성하는 1층과는 달리 1988년도의 포스터는 기하학적 선으로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1층의 ‘더 볼런티어’ 공간이 관람객에게 아카이브된 구술 내용을 자유롭게 읽도록 하는 자율권을 준다면 2층의 ‘수집가의 방’에서는 기념물들이 마치 박물관처럼 전시함에 담겨 1988년도 올림픽을 겪었던 시민들이 모은 볼거리를 직접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조적인 보여주기는 전시의 기획 의도가 두 올림픽의 차이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성장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 적절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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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lay of Seoul 1988 Summer Olympics posters


성장의 가치

물론 전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각 전시물 간의 평등성을 암시하고 관객들의 참여 가능성을 높였으나 전시를 관통하는 뚜렷한 내러티브가 보이지 않는 점은 전체적인 메시지나 의도전달을 유보하게 되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어쩌면 현재 진행 중인 행사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일 수도 있겠지만, 전시의 전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올림픽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완성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 정신이 스포츠와 승패에서만 주목받는 게 아니고 완성형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전시는 성장의 가치는 우리가 향해 가야 할 곳의 의미를 탐색하는 일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카이브 전시가 기록을 통해 현재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을 떠올릴 때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은 두 번의 올림픽과 두 개의 올림픽을 끝낸 후에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며 어떤 성장을 꾀해야 할지 다시금 묻게 하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tag.  미술 , 아트 , 전시 , 미술관
       
월간 SPACE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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