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장소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공간: 영도 복합문화공간, 캐노피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글
황현혜, 신주영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진행
김보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영도는 섬으로만 이루어진 부산의 자치구로, 출토된 조개무지와 토기 등으로 비추어 보아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섬이다 보니 “한번 들어가면 못나온다”거나 “이사 갈 때는 삼신할매 몰래 밤에 나와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이 많고 지역색이 강한 곳이다. 19세기 말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가 세워진 이래로는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고, 배 표면을 망치로 두드릴 때 나는 소리를 가져와 이름 지은 깡깡이 마을은 오늘날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선산업의 흔적과 이색적인 해안 마을의 풍경으로 누구나 수시로 드나드는 영도가 되었다지만 영도 복합문화공간, 캐노피가 있는 동삼동은 이러한 북적거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다. 부지는 영도 사람이면 안 타본 사람이 없을 시내버스의 출도착지인 차고지였다. 2000년대 중반, 차고지로 쓰이지 않게 된 뒤에는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꾸려온 중리 오일장의 장터로 쓰이며 바다와 인접한 시골 장터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다양한 가정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동네 주민과 함께 하는 플리마켓이라든가, 유독 인구소멸이 가파른 영도이기에 턱없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미술체험 공간이라든가. 이렇듯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무상에 가까운 비용으로 오일장에 공간을 내어주는 등 한결같았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 장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었던 의지가 있다.

우리는 새로 지은 이 건물에 커다란 지붕이라는 의미의 캐노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벼운 철골 기둥에 양철 지붕을 얹은 듯한 단순하고 투박한 첫인상은 천막 하나 펼쳐 장을 열면 사람이 모여들었던 이곳의 분위기를 이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부지의 전면은 영도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절영로의 시작점으로 일방통행로를 따라 버스와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고 소란스럽다. 부지 안쪽에는 봉래산 아랫자락의 경사를 따라 자연경관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어 부지와 아파트 단지 사이를 채우는 완충 녹지가 되어준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주변 환경을 품기 위해, 1.5m가량의 미세한 경사를 깎아내고 옹벽으로 처리하기보다 경사를 계단으로 치환해 공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여기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다.

건물을 중심으로 부지의 서쪽 한 켠에는 남향의 따뜻하고 편안한 마당을, 다른 한 켠에는 꽤 넓은 면적의 주차장을 두었다. 그리 넓지 않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 외부 공간은 각자의 역할과 분위기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안에서 보면 유리창을 사이로 높이가 다른 바닥이 한 공간인 것처럼 이어져 있다. 위치마다 바닥과 천장의 높이가 달라 별다른 구획이나 안내가 없어도 공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바깥 풍경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먼저 선점해야 할 더 좋은 공간 없이 올 때마다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매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사를 따라 기울어진 천장은 바닥보다 더 잘게 쪼개진 계단 모양을 하고 있어, 대지가 가진 미세하게 다른 풍경들을 더 극적으로 느끼게 한다. 

 

 

 

 

 

 

영도 복합문화공간, 캐노피는 작지 않은 규모에 단순하다. 단번에 느껴질 중량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최대한 정제된 톤으로 다듬으려 했다. 지붕은 오래된 마을 집들의 슬레이트 지붕과 같은 느낌을 주고자 골강판으로 마감했고, 지붕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는 벽까지 철재 마감재가 이어지게 해 다소 생경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건물 남측에 경사 지붕 아래로 꺾여 내려와 사람의 눈높이 부근까지 낮게 떨어지는 뜬 벽은 작지만 다른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전면의 어수선한 도로에 면해서 시멘트보드 마감의 담장을 만들고 살짝 물러난 선상에 지붕을 끌어내렸다. 있는 그대로 노출한 철골 기둥과 지붕에서부터 내려오는 우수관 그 아래로 이름 모를 야생화와 들풀 그리고 영도에서 흔한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작은 잎과 멋진 수형을 가진 애기동백나무를 식재했다. “여기가 영도다” 하고 말하는 듯한, 복잡한 영도 골목골목을 걷다가 만나는 기분 좋은 어느 순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담장과 벽 사이에 사람 한 명 섬 직한 틈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이 더해져 마당과는 다른 분위기의 바깥 공간이 되었다.

주차를 하고 지붕 아래 처마를 따라 거닐다가, 마당과 기존의 옹벽 사이 외부 계단을 오르면 2층의 전시 공간에 다다른다. 2층은 전시는 물론, 강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비워두었다. 마당에 면한 오래된 옹벽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을 관통하는 골목을 지나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구성을 위해 추가로 계획한 별동이 있다. 

영도 복합문화공간, 캐노피는 현대적 미감의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만큼은 오래전 영도 어느 마을에서 느꼈던 그것과 닮아 있기를 바란다.​ 

 

 

 

 

 

 

 

월간 「SPACE(공간)」 706호(2026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건축사사무소 엠오씨(황현혜, 신주영)

설계담당

안희윤

위치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638m²

건축면적

610.48m²

연면적

716.14m²

규모

본동 ‐ 지상 2층 / 부속동 ‐ 지상 1층, 지하 1층

주차

5대

높이

7.73m

건폐율

23.14%

용적률

24.5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골강판, 스터코

내부마감

도장, 라인타공흡음판

구조설계

플러스구조이앤씨(주)

기계설계

토탈이엔지

전기설계

(주)광명토탈엔지니어링

시공

건축 ‐ 디케이와이주식회사 / 인테리어 ‐ 오씨오디자인스튜디오

설계기간

2024. 1.~12.

시공기간

2025. 1.~2026. 4.

건축주

남부여객자동차(주)

조경

보타


황현혜
황현혜는 국립부경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에서 실내건축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를 거친 뒤, 2018년 신주영과 함께 건축사사무소 엠오씨를 설립하여 건축과 실내건축 전반에서 본인만의 미감을 구축해오고 있다.
신주영
신주영은 국립부경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건축역사이론을 공부했다.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와 사무소효자동을 거친 뒤, 2018년 황현혜와 함께 건축사사무소 엠오씨를 설립하여 다양한 스케일과 용도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부산다운건축상(2024, 2025)을 수상했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컨셉부문 베스트오브더베스트(2026) 수상 및 루미너리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