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사이트
처음 사이트에 도착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동두천 시내에서 차로 5~1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완전히 다른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도심의 밀도와 소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순간 어떤 선을 넘은 것처럼 공기가 바뀌었다. 그 선이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지금도 짚어내기 어렵다. 다만 그 순간을 경계로 도시의 감각은 뒤에 남고, 전혀 다른 밀도의 공간이 시작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대지는 그 숲 한가운데 너른 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숲에 난 틈이라기보다, 숲이 스스로 비워둔 자리 같았다. 주변 수로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쓸리는 풀소리가 겹겹이 들려왔고, 그 소리들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 속에 완전히 놓여 있다는 감각이 다가왔다.


이곳을 처음 걸으며 느꼈던 것—안으로 들어올수록 깊어지는 감각, 경계를 넘는 순간의 전환—은 이후 설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가 되었다.
중정에서 보이드로, 보이드에서 프로그램으로, 다시 숲으로 이어지는 시선의 심도(深度)는 결국 그때 몸으로 느꼈던 경험을 건축적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건축주의 요구 조건은 의외로 단순했다. 카페와 스테이가 기능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하나의 작은 리조트 건축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분리하면서도 어떻게 하나의 장소로 묶어낼 것인가. 동시에 소비의 공간인 카페·레스토랑과 스테이라는 체류의 공간을 한 건축 안에 녹여내어, 그 경계를 흐릴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했다.


전복된 공간의 질서
루이스 칸의 주공간(served space)과 봉사 공간(servant space) 개념에서 봉사 공간은 본질적으로 부차적인 것, 주된 프로그램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그 위계를 뒤집는 데서 출발했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사이트의 조건은 이 전복을 당연하게 느껴지게 했다. 모든 시선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도록계획했고, 서로 다른 네 개의 프로그램(카페 1실, 스테이 3실)은 각각 외부의 숲을 향해 대지의 외곽으로 배치되었다. 그 결과 중정형 건물의 배치가 자연스럽게 도출되었다. 중정에서부터 바깥으로는 하나의 레이어가 아니라 겹겹의 레이어로 구성된다. 중정-보이드-프로그램-숲으로 이어지는 여러 겹의 시퀀스는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시선의 심도를 축적하는 장치다. 각 레이어를 통과할 때마다 외부를 향한 시선은 한 겹씩 깊어지고, 그 깊이만큼 자연이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풍경이 아니라 서서히 지각되는 대상이 되도록 설계했다.
여러 겹의 공간을 하나의 조형으로 엮어주는 기능은 지붕이 담당했다. 각 레이어를 반영해 지붕의 연결과 분절을 통해 자연의 심도를 수직적으로도 확장했다. 주공간과 봉사 공간은 위계가 아니라 관계로 존재한다. 주공간이 프로그램의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라면, 봉사 공간은 그것의 작동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포레149는 이 관계를 뒤집는다. 각 보이드는 자연을 향한 시선을 만들어내는 실질적 역할을하면서도, 프로그램처럼 매스로 표현되지 않고 여백으로 남는다. 그렇게 보이드는 프로그램을 보조(servant)하는 동시에, 프로그램이 내어준 자리에서 주(served)가 된다. 주공간과 봉사 공간이 서로를 향해 순환하는 것이 주요 의도였다.


공간의 구조
목구조는 부재 하나하나가 하중을 전달하는 경로를 숨기지 않는다. 기둥과 보, 가새 및 벽이 맞물리는 지점은 마감 뒤로 감춰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이 건축이 어떻게 서 있는지를 사용자가 읽어낼 수 있게 한다. 구조는 각 프로그램의 공간구성에 맞춰 선택했다. 카페는 진입로 쪽에 배치하여 사용자의 시선이 중정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이를 위해 중목구조를 적용하고 사방을 유리로 마감해 공간을 투명하게 열었다. 반면 스테이는 투숙객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공간이므로 경량목구조 벽으로 둘러싸 공간을 구성했다. 두 공간을 잇는 지붕은 카페 부분은 중목구조의 대들보가 2층 슬래브를 떠받치는 구조를 취해 실내의 개방감을 높였고, 스테이는 경량 벽체가 대들보를 지지하고 보이드들의 지붕을 뚫어 하중을 줄였다. 지붕면을 형성하는 서까래 구조는 건물 전체에서 드러나며 일률적인 리듬을 만들어내어 통일감을 형성했다.


공간의 질료
목구조 건축물의 외장재는 처음부터 목재를 염두에 두었다. 사계절 변화하는 주변 자연에 대응하고 각 공간의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재료를 고민했다. 카페와 스테이 모두 주변의 자연색과 대비되는 무채색을 고려했고, 자연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검정색 탄화목을 외장재로 선정했다. 불로 표면을 태워 탄화시킨 목재는 외장재로서 내구성을 얻는 동시에, 깊고 어두운 질감으로 주변 수목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국내에서는 원하는 질감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일본의 탄화목 공장을 수차례 직접 찾아가 불의 세기와 브러시 강도를 조절하며 포레149만의 독특한 표면을 만들어냈다. 삼나무를 태운 껍질은 인위적으로 뜯어내지 않고 최대한 보존했다. 비와 햇빛, 계절의 습도와 건물의 형태에 따라 탄 껍질이 자연스럽게 탈락되도록 했다. 10년, 20년이 지나며 표면이 변해가는 그 흔적 자체가 시간의 기록이 되고, 건축물은 주변 자연과 점점 동화되어갈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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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건축사사무소(최성식)
박형국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 149
근린생활시설(카페), 단독주택(스테이)
1,631㎡
324.76㎡
420.07㎡
지상 2층
3대
7.32m
19.91%
25.76%
목구조
탄화목
목재, 도장, 석재
프레임캐드, (주)금나구조기술사사무소
지엠이엠씨
티씨엠종합건설(주)
2024. 4.~2025. 4.
2025. 1.~12.
15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