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산업이 만들어낸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은 일상 풍경을 변화시켰다. 극명해진 존재감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예술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본 논문은 ‘레디-메이드(ready-made)’와 ‘레디메이드(Readymade)’ 용어를 구분하며 시작한다. 전자가 산업화로 대량생산된 공장 제품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마르셀 뒤샹의 표기 방식을 따라 그가 시도했던 예술을 특정한다. 안드레 브루통의 정의에 따르자면 레디메이드는 “예술가의 단순한 선택에 의해 예술 작품의 신성함으로 승격된 일상 오브제”이다. 하지만 이 예술은 뒤샹에 의해 순수하게 창안된 것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했던 시대 현상을 그가 발견하고 각성하며 비롯된 것이다. 본 연구는 레디메이드 예술 자체와 그 건축적 영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전제 조건인 레디-메이드 오브제 현상 자체에 주목하고자 하며 같은 시대의 건축도 예술과 별도로 이 현상에 대해 독자적 대응을 전개했을 것이란 가정을 던진다. 대표적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집중 분석되는데, 동일한 나이의 뒤샹 그리고 레디메이드 예술과의 개념적 비교가 불가피하다. 뒤샹이 레디메이드를 ‘오브제’와 ‘작가-예술가’ 간의 “만남”이라 설명한 것처럼, 본 논문은 르 코르뷔지에를 산업 오브제들과 적극적으로 맞닥뜨리고자 한 ‘작가-건축가’로 조명한다. 산업이 대량생산한 오브제에 대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식과 대응을 레디메이드 예술과 비교해 분석하고, 그의 ‘건축화하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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