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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물과 이야기로 만든 낯선 형상

exhibition 2020.11.04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 O2 & H2O〉가 9월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중진 작가 한 명을 조명하는 연례전의 올해 주인공은 양혜규다. 그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예술가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설치 작품을 만들면서 이주, 전통, 세계화, 전쟁 같은 거대한 서사를 이야기해왔다. 전시 제목인 ‘O2 & H2O’는 2002년 독일에서 열린 개인전 이름과 동일한데, 양혜규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기와 물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사물을 기존 맥락과 다른 곳에 배치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그의 작업 방식이 잘 드러나는 제목이다.

이번 전시는 경계, 애니미즘, 설화 등을 주제로 제작된 그의 근작을 소개한다. 미술관의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 들어서면 7.8m 높이의 설치 작품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2017)을 마주하게 된다. 양혜규는 흔히 창문 옆에 매다는 블라인드를 겹겹이 이어서 이 원통 모양의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산업용 저장시설처럼 보이기 위해 작품을 원통형으로 만들었고, 이것을 통해 우리가 산업화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관람객이 그 공간 안에 있으면 과거, 바깥으로 나오면 현재에 있는 셈이다. 5전시실에는 벽 하나를 가득 채운 그래픽 작품 ‘디엠지 비행’(2020)이 전시되어있다. 작가는 비무장지대의 철책, 마지막 휴게소를 안내하는 간판, 수력 발전 댐, 바람개비 등의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남북정상이 만났던 시기의 평화로운 한반도를 표현했다.

양혜규는 작은 방울을 엮어 어느 집에나 있는 다리미, 마우스, 헤어 드라이어, 냄비도 만들었다. ‘소리 나는 가물’(2020) 연작은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내면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낯설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소리 나는 동아줄’(2020)도 방울을 주재료로 하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설화를 재현하고자 했다. 미술관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방울들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주인공의 탈출을 돕는 오브제를 연상시킨다. 짚을 엮어 만든 ‘중간 유형’(2017) 연작은 몇 개의 와이어에 매달려 구름을 불러오는 설화 속 이무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은 입장 후 두 시간 동안 가능하다. 전시는 2021년 2월 28일까지.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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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양혜규 - O2 & H2O〉 전시 전경 / ​Images courtesy of 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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