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가 낮은 전시장에 벽, 바닥, 천장마다 꽃, 나비, 동물, 파도, 지형 등 자연이 수놓아져있다. 사슴이 걸어다니는 벽에 다가가 손을 대면 사슴은 소리를 내며 서서히 사라지고, 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도 발로 건드리면 자리를 피해 옮겨간다. 사람 키보다 큰 거대한 꽃이 전시장 벽면을 빼곡히 채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 다시 새롭게 싹을 틔운다. 생명의 힘을 주제로 한 전시 <팀랩: 라이프>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그룹 팀랩의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들로 구성됐다. 팀랩은 2001년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룹으로 세계 각국의 예술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400여 명로 구성된다. 팀랩은 그동안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 베이징, 도쿄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인간과 자연, 개인과 세계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종류의 경계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예술을 통해 감각을 확장하며, 개인과 세계의 경계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인지의 경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전시장은 총 여덟 공간으로 나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영상 ‘생명은 생명의 힘으로 살아간다’가 벽에 설치되어있다. 한자 생(生)이 디지털 공간에 붓글씨로 쓰이듯 입체적으로 구현됐는데, 이는 팀랩이 초기부터 이어오던 작업 방식이다. 입체의 붓글씨는 영상 속에서 하나의 지형이 되어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을 지나고 동시에 입체와 평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다음 공간에서는 꽃들로 뒤덮인 동물들, 움직이는 협곡과 대지가 이어진다. 벽과 바닥에 투사되는 형상은 사전에 기록된 영상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그려내는 장면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바꿔가며 같은 동일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획됐다.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가면 바다가 펼쳐진다.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장면이 전개된다. 파도를 미디어아트로 다루는 방식은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이스트릭트>에서 에이스트릭트가 선보인 작품 ‘스태리 비치’(참고 월간 「SPACE(공간)」 2020년 10월호 참고)와 유사하다. 다만 에이스트릭트는 사실적이고 공감각적으로 파도를 구현한 반면, 이번 전시에서 팀랩이 선보인 ‘검은 파도: 거대한 몰입’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판화를 떠올리게 하는 회화적인 파도로 표현했다. 다음으로 꽃밭을 지나, 수천 마리의 나비 떼가 날아다니는 공간에 들어서면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나비가 바스러져 떨어지고 또 어딘가에서 새로운 나비가 날아온다. 마지막으로 물 입자를 연속체로 표현한 우주와 같은 분위기의 작품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1년 4월 4일까지. <최은화 기자>


<팀랩: 라이프> 전시 전경 ⓒChoi Eunhwa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