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Kukje Gallery
어둑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키를 훌쩍 넘는 파도가 굉음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들은 넓게 펼쳐진 푸른빛 바닷가에서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며 도심 속 짧은 피서를 즐긴다.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마치 해변에 있는 듯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에이스트릭트〉가 국제갤러리 3관에서 8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렸다.
〈에이스트릭트〉는 디지털 기술로 제작된 파도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로, 이 거대한 파도를 만든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다. 에이스트릭트는 디지털 디자인 기업인 디스트릭트의 사내 콘텐츠 제작팀으로 영상 디자이너, 시스템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의 대형 야외전광판에 파도가 투명 박스 안에 갇힌 듯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웨이브’(2020)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국제갤러리에 설치된 ‘빛나는 해변’(2020)은 LED 전광판을 통해 재생되는 전작과 달리, 3D프로그램으로 만든 파도를 6개의 프로젝터로 전시장 곳곳을 나누어 투사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프로젝터로 상영되는 3분 길이의 영상은 바다를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12개의 시점을 고려하여 제작됐고, 영상이 재생되는 너비 13m, 높이 4m의 전시공간은 거울 패널로 마감됐다. 에이스트릭트는 4개월 동안 파도의 물성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분석하고 그 특성을 그래픽 작업에 반영했다. 파도 소리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바다에서 녹음한 뒤 파도의 리듬에 맞게 편집했다.
에이스트릭트는 “파도가 벽에 부딪혔을 때 튀는 입자나 전시장 바닥에 파도가 묻은 흔적이 마르는 모습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고, 그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해변이 “코로나 블루로 우울해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재확산으로 인한 입장객 제한 조치가 시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지 못했지만, SNS로 관련 영상이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의 기획의도가 전달됐다.
국제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종료됐으나, ‘빛나는 해변’은 제주에 위치한 아르테 뮤지엄 개관전에서 다시 관람할 수 있다. <김예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