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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이라는 건축적 실험

exhibition 2020.10.27


 

에스티피엠제이, ‘디졸빙 아크’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도만사에서 전시 <파빌리온 실험실>이 8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건축가의 파빌리온으로, 전시에는 삶것(양수인),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에스티피엠제이(이승택, 임미정),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치훈, 강예린)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파빌리온이 어떤 기획하에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는지를 소개하기 보다는, 건축가들이 파빌리온을 통해 어떤 건축적 실험을 시도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삶것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자이로이드 트리폴’을 선보였다. 무한하게 연결되는 삼차원의 곡면인 ‘자이로이드’ 구조와 삼엽 매듭이라고 불리는 ‘트리폴’을 교집합시키는 개념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단위 구조체인 파이프의 반지름, 휘는 정도, 위치, 회전 등의 변수를 조절해 5,000개 이상의 모듈을 도출했다. 심미성,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해 최종 형태를 결정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삶것은 “창작자의 영감에 의존해 디자인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디자인 자체보다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이용해 어떤 실험에 조건을 디자인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임리스 건축이 선보인 작업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D파빌리온이다. 고등학교의 언덕에 위치한 작은 쉼터이자 야외무대로, 다각형의 수직 구조체들이 평평한 콘크리트 지붕을 받치고 있도록 설계됐다. 하나로 타설된 구조물이 아닌 들어 올려진 구축 방식으로, 지붕과 수직부재가 만나는 접점에는 틈이 있다. 네임리스 건축은 “파빌리온이 갖고 있는 성질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하면 불완전함”인데 오히려 “그 불안함이 건축가에게는 가능성”이라고 말하며 파빌리온은 건축가가 “자신만의 언어를 실험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언급했다.

에스티피엠제이는 ‘디졸빙 아크’ 작업을 소개했다. 소금 벽돌을 사용해 만든 볼트 구조의 이 파빌리온은 여름에 제작되었는데 덥고 습한 여름 날씨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금 벽돌은 점점 녹아 사라지고 모르타르만 남게 된 작업이다. 에스티피엠제이는 파빌리온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건축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건축에 비해 파빌리온은 비교적 “구조, 재료 등의 변주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건축과 파빌리온이 서로 양쪽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발산”된다고 했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는 서울 만리동에 위치한 창작자들을 위한 열린 플랫폼 ‘윤슬’, 신촌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신촌 청년문화 전진기지’를 선보였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는 “건축물은 용례가 있는 공간을 제안해야 하는데 파빌리온은 그 지점에서는 자유롭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윤슬처럼 “경험, 날씨를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시도 등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파빌리온의 흥미로운 지점들을 짚었다.

이렇듯 재료적 실험, 구조적 실험, 건축 경험의 실험 등을 통해 파빌리온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건축의 이야기로 발전되는지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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