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위치한 세화미술관의 전신인 일주아트하우스는 2001년, 개관 1주년을 맞아 전시 <상어, 비행기를 물다>를 선보였다.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미디어 아트로 해석한 작가들의 작업을 한데 모은 자리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팬데믹을 겪으며 ‘일상’의 의미는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기존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는 참여작가 중 다섯 명을 다시 소환해 질문을 던진다. 지식의 보고인 책이 지닌 상징성을 ‘디지털 북 프로젝트’로 보여주었던 강애란은 여전히 ‘지식’에서 괴리된 일상을 꼬집으며, 여성주의 책으로 둘러싸인 디지털 서재를 만들어 사회문제를 직면하고 숙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홍구는 선망하던 빌딩에 입성해 개처럼 일하다 양처럼 번아웃되는 회사원의 모습을 담은 2001년 출품작 ‘빌딩’ 시리즈와 함께, 도시에서 개발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녹지를 촬영한 ‘녹색연구-서울-공터’ 시리즈를 병치하여 일상 공간에 투영된 욕망의 틈을 조명한다. 기술의 발전 속에 세계와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를 탐구해온 양아치는 탈중앙화된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기 위해 가상화폐에 착안한다. 이번 전시 작가료로 구입한 이더리움 채굴기가 전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작동되는 광경은 노동 없이 가치가 발생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참여작가 중 한 명이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 리덕수는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로서 북한 선전용 문구와 그래픽을 차용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춘다. 이번 전시는 어느덧 팬데믹에 적응해가고 있는 일상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배의 출항 소식을 뒤늦게 들은 무용수가 해변에 주저 앉아 좌절하다 관람객을 향해 다급하게 다가오는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김해민, 2021)의 한 장면은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은 아닐까. 전시는 2022년 2월 27일까지.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전시 전경 / 사진제공_세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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