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이 설계한 사직동 주택(1983)의 현재 모습 / 사진제공_목천아카이브
“도시의 문턱을 낮추고 건축을 만나다”라는 모토 아래 이어져온 도시건축축제 오픈하우스서울이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렸다. 여덟 번째를 맞은 올해는 ’고쳐 쓰는 집’을 주제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에 백여 곳을 방문했던 본 행사는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해에는 세 곳을 답사하는 한편, 영상 스튜디오인 기린그림과 협업하여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팬데믹 상황이 조금 완화된 올해는 그 숫자를 열일곱 곳으로 늘려 현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외 주요 건축물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건축가가 설계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집을 원형에 가깝게 고쳐 집의 수명을 연장한 수졸당, 재개발 속에서 방치된 다가구주택을 사무실과 스튜디오로 고친 페이스-리프트 상도와 전봇대집, 윤동주가 머물렀던 연세대학교 핀슨홀을 리노베이션한 윤동주기념관 등이 영상으로 공개되었다. 한편, 최소한의 규모로 진행된 현장 프로그램은 현재 김중업의 사직동 주택을 비롯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해방촌 갤러리 더 월 등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을 직접 방문했다. 특히, 사직동 주택은 치과의사였던 박시후의 의뢰로 1983년 지어진 김중업의 후기작이다. 사회주택 건설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매입했던 이곳은 서울특별시 집수리지원센터의 ‘빈집 프로젝트’ 전시 준비 과정에서 김중업의 작품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이에 오픈하우스서울와 협력하여 ‘빈집의 재발견’ 프로그램이 꾸려졌다. 강연에 나선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와 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은 주택 곳곳에 투영된 시대상과 김중업 건축의 특징을 독해했다. 건물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롭게 조명한 이번 행사는 사직동 주택의 철거를 둘러싼 논의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 밖에 현장 프로그램에서는 특수학교인 밀알학교와 서울서진학교를 방문해 지역의 인프라가 되는 교육 공간의 의미를 되짚고, 고가도로 하부를 개조한 한남 뜨락과 종암스퀘어, 도심 속에 버려졌던 사찰 건물을 공공 공간으로 바꾼 여담재 등 공공성을 띤 건축물을 소개하며 프로젝트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 ‘건축가 특집’에서는 절제된 기하학을 통해 건물의 내외부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정재헌의 작업이 소개됐다. 운종 디바인-1 주택, 운중동 친구네 집, 디파이 사옥이 영상에 담겼고, 그의 건축 세계를 탐색하는 오픈스튜디오도 마련됐다. 건축가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던 오픈스튜디오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총 20개 세션에 다양한 건축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작업과 건축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건축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건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오픈하우스서울이 더 넓고 깊게 그 지평을 넓혀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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