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스케치에 담긴 건축 철학과 불안의 흔적, 승효상 건축스케치전: <소울스케이프>

exhibition 한가람 기자 2022.03.29



<소울스케이프> 전시 전경, 승효상의 책상 / 사진제공_갤러리 508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508에서 개최한 승효상 건축스케치전 <소울스케이프>가 약 한 달간의 일정을 끝으로 3월 12일에 막을 내렸다. 전시는 도면과 사진 대신, 벽면에 가득 걸린 스케치와 작은 모형으로 공간을 채웠다. 작업에 관한 설명도 건축물 이름과 준공연도, 위치가 전부다. 빈 땅을 마주한 건축가가 빈 스케치북에 숱한 고민이 담긴 선을 그어 내려간 것처럼, 관람객도 소산물의 정보를 뒤로한 채 건축의 첫 시작으로 돌아가 건축가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기를 의도했으리라 짐작한다. 이는 전시 서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승효상은 “건축가의 드로잉은 생명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그리는 소심한 제안서이고, 그렇게 설정하는 대본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 스케치를 보는 그림이 아닌 삶에 관한 대본으로 여기시고 찬찬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12개 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의 작업 중 영성의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별한 것이다. 성 베네딕토 왜관 피정의 집 ‘경계 위의 집’(2021), 경상북도 군위의 사유원(2013~2021), 노무현 대통령 묘역 ‘추방당한 자들을 위한 풍경’(2009) 등과 같은 종교, 명상, 죽음과 관련된 건축 외에도 커뮤니티센터와 근린생활시설 등 일상의 건축에서도 영성을 꿈꾸는 건축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승효상이 영성에 관심을 두게 된 바탕에는 그의 건축철학 ‘빈자의 미학’이 깔려 있다. ‘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바르고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 더 쉽다’는 믿음을 건축에 녹여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그의 작업은 작은 스케치북에서 출발하고, 스케치 속 구불구불한 선과 메모에는 공간구성, 빛, 디테일에 관한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다. 전시장 가운데에 재현한 승효상의 책상과 이를 둘러싼 스케치들은 건축가가 종이를 앞에 두고 고뇌하는 모습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책상에는 연필과 색연필, 트레이싱지, 스케일자, 책, 문진과 안경 등이 올려져 있었다.

승효상은 전시 도록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건축만큼 큰 게 없습니다. 건축은 한번 지으면 오랫동안 그 속에 사는 이들뿐 아니라 이웃의 삶에 깊고도 깊게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건축가는 설계할 때 주저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과 이에 대한 믿음의 흔적을 기억할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