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거나, 인문학적으로 다루는 책들은 많다. 그런데 김시덕이 쓴 『서울 선언』은 좀 다르다. 문헌학자인 저자는 서울을 걸으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단지와 상가, 골목, 공단과 종교시설, 주택가와 빈민가, 유흥가와 집창촌 등 얼핏 보면 볼품없는 공간에 저자는 주목했다. 그는 이 장소들을 “무수히 많은 책이 꽂힌 도서관”이라고 칭하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어쩌면 진짜 서울의 역사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과 4장에서는 풍납동과 풍납토성, 은평 뉴타운과 은평 한옥마을에 초점을 맞췄다. 이 두 지역을 앞뒤 축으로 삼아 저자가 40여 년 동안 살아온 서울 이곳저곳에 대한 이야기를 2장에 담았고, 저자가 서울을 답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곳을 북쪽에서 남쪽 순서로 3장에 실었다. 독자들은 다른 책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서울의 공간을 살펴보는 이 책을 통해 서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옛 기록사진보다는 저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찍은 서울의 모습은 멋스러워 보이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담고 있어 익숙한 느낌이 든다. 저자가 배치한 순서대로 『서울 선언』을 읽어도 좋지만, 독자가 관심 있는 지역부터 읽어도 좋다. <편집부>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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