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리움미술관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시아 기획전 〈구름산책자〉가 내년 1월 8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틀에서 벗어나 지역을 넘나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는 제목에도 드러나는데 ‘구름(cloud)’은 기후, 공상, 하이퍼링크를 내포하는 은유이자 지정학 경계를 횡단하는 가상의 플랫폼이다. 주제는 ‘사려 깊은 물질’, ‘이상한 서프 모프 워프’, ‘공감각적 몰입’이다. 참여 작가도 주제에 맞춰 ‘실천가’, ‘산책자’, ‘공상가’로 성격을 나누었다. 실천가에는 지속가능한 재료(물질)를 발견하고 삶에 적용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산책자에는 웹 공간을 돌아다니며(surf) 데이터를 자유롭게 재편집하여(morph) 시공간을 초월해(warp) 낯선 설계를 펼쳐내는 문학가 및 예술가가, 공상가에는 상상을 통해 공감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작가들이 속한다.
전시장에는 주제, 분야, 작가, 국가 등이 서로 뒤섞이며 넘나든다. 예를 들어 베트남 건축가 돈 탄 하(H&P 아키텍츠 공동대표)의 작업과 중국인 루 양의 영상이 함께 전시되는 식이다. ‘물 위의 대나무집’은 돈 탄 하가 베트남 남부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려 고안한 수상 가옥이다. 대나무 표준 규격(3m, 6m)에 맞춰 구조를 짜고 풀과 페트병으로 겉을 감쌌다. 한편, 수많은 작품 사이로 ‘고요의 틈’이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다. 검은 탑을 쌓듯 펠트를 한 장 한 장 쌓아올린 에스티피엠제이(공동대표 이승택, 임미정)의 작품은 재료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한다. 펠트의 뛰어난 흡음성은 좁은 입구를 통과할 때부터 빛을 발한다. 검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서면 소음이 잦아지더니 코너를 돌자마자 독서 공간을 마주한다. 그 순간에는 마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착용한 듯 먹먹함이 느껴진다. 관람객은 잠잠하고 어둑한 이곳에서 스탠드 조명 아래에 놓인 소설가 김초엽의 「사모나」 연작을 읽는다. 이 SF 소설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사모나 행성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는 공간 속에서 홀로 이 소설과 마주하는 경험은 사모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렇게 45점 작품 사이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시작점으로 되돌아온다. 구마 겐고(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 대표)가 미세먼지 흡수 천을 이용해 만든 설치 조각 ‘숨(SU:M)’을 다시 한 번 감상하며 미술관을 나섰다. 미래를 앞서 걷는 이들을 통해 아시아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얻은 채로. (한가람 기자)

‘고요의 틈’ 설치 전경

‘물 위의 대나무집’ 설치 전경 / Images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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