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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으로서 조각: <on my way, baby>

exhibition 이화연 기자 2022.10.27


 

정소영의 개인전​ ​가 10월 14일부터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렸다. 정소영은 그간 일상 속 사물과 장소에 대한 경험을 자신만의 조각 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시 제목 ‘on my way, baby(가는 길이야, 내 사랑)’는 경험에서 나아가 사물과 소통하려는 태도에서 따왔다. ‘만나러 가는 길’이란 사건과 ‘사랑’의 정서는 사물을 매만진 흔적이자 조각이 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벽체의 껍질을 벗기다 만 듯 얇은 금속판들이 둥글게 말려있는 ‘항해자’(2022)가 그렇다. 구부리고 피면서 원치 않았던 사물의 반응을 받아들이며 만든 형태다. 왼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잠수함 창문 프레임 속에 해양 광물처럼 보이는 영상이 재생되는 ‘미드나잇존-이사부’(2021-2022)가 있다. 이사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해양탐사선의 이름이다. 작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소유하고 있는 ‘돌’을 요청해 수집하고 이를 컴퓨터로 초밀착 스캔해 영상으로 만들었다. 마치 깊은 바다나 우주를 창문 너머로 보는듯한 풍경이 연출되면서 전시 공간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잠수함 내부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맥락이 끊어진 채 사건의 흔적들만 남아있는 공간은 어떤 경험을 불러일으킬까? 흔적은 정답이 아닌 상상을 촉발시키고 결국 관객 스스로 이야기를 끝맺게 한다. 작가는 이탈로 칼비노의 『모든 우주만화』(1963)에서 지극히 상식적이며, 과학적으로 자명한 사실을 토대로 비상식적인 환상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 전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 “사건의 흔적이 모여 ‘반죽’된 것이 공간이라고 본 관점은 전시장에 흔적을 조각한 ‘공간의 행위’와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의도적인 공백에 다양한 사람들의 상상을 채워 작품을 완성시키려는 실험적인 이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이화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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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ourtesy of CR Collective

 

ⓒImage courtesy of​ CR Collective

 

ⓒ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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