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건축가 이일훈(「SPACE(공간)」 646호 참고)이 타계한 지 약 1년 5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15일, 이일훈의 기념전시 공간 지벽간이 강서구 신월동에 개관했다. 이일훈의 작업실 이름이기도 했던 지벽간은 얇은 종이 두 장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뜻한다. 그는 생전 인터뷰 영상에서 지벽간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가장 가볍고, 가장 깊고, 가장 그윽하고. 아직 그런 건축을 만들지는 못했는데, 종이 두 장 사이에 모든 걸 담고 싶은 소망 때문에 지벽간이라는 이름을 혼자 되뇌이고 있죠.” 이일훈의 소망이었던 지벽간은 기념전시 공간의 이름으로 남아 그의 건축 작업에 대한 연구, 모임 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벽간은 두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일훈이 35년간 살았던 연립주택 일부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인들은 이일훈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다 그의 집 아래에 비어 있는 두 개 층 공간을 발견하고 이곳에 기념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주변 지인, 유가족, 건축계 선후배들의 후원과 모금으로 지벽간은 마련됐다. 1층에는 이일훈의 작업실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건축 작업 사진이 전시됐으며, 그가 즐겨 읽었던 사전과 시집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층에는 이일훈의 작업인 기찻길 옆 공부방(1998)에서 건축학교 수업을 들은 중고등부 학생들이 만든 건축 모형과 조명들이 자리한다. 학생들의 작품은 거칠고 질박한, 그래서 그 동네와 어울리는 기찻길 옆 공부방의 외관과 닮아 있다. 한 편에서는 『사물과 사람 사이』(2013), 『제가 살고 싶은 집은』(2012) 등 이일훈이 집필한 도서와 앞서 언급한 인터뷰 영상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일훈은 197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실무를 익힌 후 이일훈건축연구소 후리를 열었고, 1990년 초부터 ‘채나눔’ 건축론을 폈다. 채나눔은 집을 세는 단위인 ‘채’와 나누다의 명사형인 ‘나눔’을 합한 말로, 공간을 큰 덩어리로 만들기보다 쪼개고 나누어 늘리고, 또 바깥에서 지내는 곳을 다채롭게 만들면 사람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비의 침묵 수도원(1994/2010 신관 증축), 기찻길 옆 공부방,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성당(2005), 잔서완석루(2007) 등이 있다. 박지윤 기자
©Lee Jungwoo
©Park Jiyoun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