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6월호(통권 667호)
한국 농촌계몽 소설을 대표하는 『상록수』가 건축 보고서였다면? 심지어 보고서의 대상이 초가집이라면 어떨까? 역사적으로 초가집은 평민이 지어 건축가와 건축에 대한 기록이 남겨진 경우가 드물다. 시골로 내려간 심훈은 1934년에 본인의 초가집을 완성하고 ‘필경사’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1년 뒤 『상록수』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면 소설과 필경사와의 관계가 아리송하지만, 저자는 『상록수』에서 한곡리 회관과 청석골 학원을 짓는 과정에 주목한다. 건축 과정을 몸소 경험했기에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식 목수를 찾아가 설계도를 꺼내 펼치는 장면은 심훈이 필경사를 설계한 후 도면을 볼 줄 아는 목수를 구했으리라 유추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심훈의 작품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추적할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를 고려해 건축적 가치를 분석한다. 생활개선·주택개량 운동으로 서양식 문화주택이 등장한 시절에 고심했던 농촌형 문화주택, 담을 대신하는 현관, 수평창 등. 건축가의 눈으로 재해석된 필경사는 심훈의 건축가적 면모를 소개한다. (한가람 기자)
임창복 지음
효형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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