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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주거 공간으로서 쉘터의 확장: 〈홈 스토리즈〉

exhibition 한가람 기자 2023.06.05


「SPACE(공간)」 2023년 6월호 (통권 667호)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 ©Hyundai Motor Company 

 

미래를 상상한 그림이나 영화에는 다양한 탈것이 돌아다니고 떠다니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에 건축물은 외관상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화할지언정 여전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에 기반해 지어진다는 점에서 급진적 변화를 상상하는 데 제약이 있다. 공상 속에서도 생활공간의 급격한 진화가 어렵다면, 이동 수단을 생활공간화 해보면 어떨까? 자율 주행의 발전과 보급은 이동 시 운전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가능케 하니 말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10월 1일까지 열리는 〈홈 스토리즈(Home Stories)〉 전시가 ‘쉘터’라는 주제를 모빌리티로까지 확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위해 진화한 근현대의 주거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비전을 담아 홈(home)의 정의를 모빌리티로 넓혀 새롭게 제시한다. 현대자동차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협업한 두 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하며, 단순히 기존의 순회 전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양사의 공동 비전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근미래에서 현재와 과거로 가는 역순으로 펼쳐진다. 전시의 시작을 여는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은 근미래의 생활공간이 될 모빌리티를 의미한다. 세븐은 자율 주행 기술 기반의 대형 SUV 전기차로 라운지 같은 내부를 갖췄다. 기존에 자동차 시트가 1열, 2열, 3열처럼 고정됐다면, 세븐의 의자는 회전이 가능해 원하는 대로 배치를 바꿀 수 있고 뒷좌석은 마치 소파처럼 차량 형태를 따라 놓여 있다. 자율 주행 기능 덕에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없어 활용 공간이 늘어난 점도 일반 차량과 세븐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선루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비전 루프 디스플레이 등을 갖춘 세븐은 이동과 생활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빌리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홈 스토리즈〉 전시 전경 ©Hyundai Motor Company​

 

다음으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소개하는 20여 개 혁신적 인테리어를 통해 오늘날부터 1920년대까지, 100년의 주거 변천사를 시대 역순으로 되짚는다. 요헨 아이젠브랜드(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는 “시대별 차이를 더 크게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 알고 있던 논리적 방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한다. 집은 개인 취향이 깊숙하게 묻어나는 곳이지만 당시 사회, 경제, 기술 등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한다. 따라서 시대는 사회적 측면을 기준 삼아 변화가 두드러지는 네 단계로 구분됐다. 가령 2000년대가 높은 주거비 혹은 지속가능성에 대응하는 해법을 보여준다면, 1960~1980년대는 멤피스 그룹의 다채로운 가구를 필두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밀라노를 기반으로 한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인 멤피스 그룹은 모더니즘에 반발하며 키치하고 팝아트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떠오르던 당시 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1940~1960년대는 구조, 기술 발전과 함께 모더니즘 건축이 정착함과 동시에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다. 리나 보 바르디가 설계한 까사 데 비드로(1951)가 대표적인데, 건물 일부가 필로티로 떠 있고 3면이 통유리로 설계돼 탁 트인 경치를 담는다. 1920~194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를 받은 시기다. 당시 유럽 최대의 공공 주택 프로젝트였던 뉴 프랑크푸르트(1926~1931)는 급격히 늘어난 전쟁 난민과 턱없이 부족한 주택을 해결하고자 했다. 전시장에 실제 크기로 재현한 ‘프랑크푸르트 키친’(1926)은 주방 시스템의 시초격으로, 합리적 생산 공정을 통해 모듈화된 주방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튜디오 스와인, ‘흐르는 들판 아래’, 유리, 크립톤과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3 ©Hyundai Motor Company​ 

 

이번 전시에서의 시간 여행은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새파란 공간 ‘흐르는 들판 아래’(2023)라는 몰입형 설치 작품에서 마무리된다. 영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듀오인 스튜디오 스와인(알렉산더 그로브스, 아즈사 무라카미)이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담아 제작했고 “우주 속 우리의 유일한 안식처”인 지구를 상징한다. 작가는 “지구는 차가운 진공 공간을 통과하는 모빌리티”라는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의 언급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린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머리 위 수십여 개의 네온 플라스마 튜브에서 나오는 빛줄기는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한쪽 벽에 설치된 대형 거울은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켜 마치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네온 플라스마 튜브의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들판 위 귀뚜라미를 연상시키며 관람객을 다시 지구로 소환하는 듯하다. 가운데 놓인 긴 스툴은 앞서 본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에 사용된 친환경 섬유 소재로 제작됐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모빌리티’와 같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한편 별도로 마련된 아카이브 라운지에서는 전시 기획 단계에서의 스케치와 설치 과정을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거에 대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생각이 담긴 도어 사인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처럼 〈홈 스토리즈〉는 지난 100년과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거주 공간인 ‘쉘터’로서의 ‘홈’의 개념을 모빌리티에까지 확장하며, 미래의 비정형적인 주거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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