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 온(on)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김서울이 국공립 박물관 열 곳을 추려 소개한다. 제목의 ‘소풍’이 암시하듯 박물관을 엄숙한 태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를 권장하는데, 이때 저자의 직업적 역량은 박물관과 유물을 풍부하게 즐기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나무배와 같은 수침 목재를 형태 유지하며 보존하는 방법,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한 신안해저 유물에 담긴 도굴꾼과의 갈등에 대한 내용이 그렇다.
박물관 안내문에서 듣지 못하는 뒷이야기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감상 또한 인상적이다. 저자는 배움이 아닌 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노닐며 그곳에서 천장고, 채광, 동선 등을 고려해 최적의 쉼터 자리를 찾는다. 장세양이 설계한 국립대구박물관은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 공원에 자리하며 로비에서는 쏟아지는 햇빛 아래로 아이들이 집에서 장난감을 가져와 논다고 한다. 이는 교육 공간으로서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 공간으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박물관의 가치를 다시금 부각한다. (한가람 기자)
김서울 지음
도서출판 마티 펴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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