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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를 향한 예술적 상상력: 〈DMZ 전시: 체크포인트〉

exhibition 김지아 2023.10.25


​​「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임민욱의 ‘커레히 ‐ 홀로서서’(2023) ©Lim Minouk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 경계와 흔적’(2023)​ ©IkkibawiKrrr​

 

김홍석의 ‘불완전한 질서 개발 ‐ 회색 만남’(2023) 설치 전경 ©Kim Jia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비무장지대(DMZ)의 장소성을 탐색하는 다양한 행사가 경기북부 DMZ 일대에서 개최됐다. 예술의 시각으로 DMZ를 조명하는 〈DMZ 전시: 체크포인트〉도 그 일환으로, 국내외 작가 27명이 역사적, 정치적, 생태적 관점에서 DMZ를 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남북의 경계와 분단으로 만들어진 DMZ는 국경이지만 국경이 아니고, 누구도 살 수 없는 땅이지만 멸종위기의 동식물은 서식하는 모순의 땅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2012년부터 철원을 중심으로 DMZ의 의미와 예술의 역할을 재고하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전시는 경기도 파주의 도라전망대와 캠프그리브스, 그리고 임진각 평화누리를 전시 공간으로 각 장소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체크포인트라는 전시명이 암시하듯, 민간인 통제구역에 해당하는 세 장소는 사전 허가와 검문의 절차를 거쳐야만 방문할 수 있다.

첫 번째 전시 장소인 도라전망대에서는 DMZ부터 개성공단, 선전마을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총 아홉 점의 작품이 야외 공간과 1, 2층에 걸쳐 배치됐는데, DMZ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업이 두드러졌다. 1층 벽면을 채운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 경계와 흔적’(2023)은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DMZ에서 무성히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흑백 그래피티로 표현했다. 자연 그대로의 색이 아니라 흑백으로 묘사한 점이 의미심장한데,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하기에 식물의 자생이 가능한 역설적 상황을 암시하는 듯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던 캠프그리브스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됐다. 2013년부터 체험 공간으로 사용되어온 맥락을 고려해 기존 체육관과 막사, 화장실 등 공간에 작품이 끼어들어가는 형식을 취했다. 체육관 중심부 천장에 매달린 임민욱의 ‘커레히 ‐ 홀로서서’(2023)는 36장의 군용 모포를 소재로 군대라는 규율의 장소와 잠이라는 무의식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모포의 앞면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몽환적인 페인팅이, 뒷면에는 실제 모포를 사용한 국군의 이름이 적혀 있다. 묵직하게 펄럭이는 모포는, 오늘날 통제 영역인 DMZ가 언제까지나 통제 가능한 영토로 남을지 질문을 던진다. 이외에도 2016년 개성공단의 폐쇄로 한국 기업들이 급작스럽게 탈출한 상황을 사진 콜라주로 표현한 함경아의 ‘리프린트된 시차 17시와 17시 30분 사이, 예시 1-1’(2023) 등 여러 작품은 분단과 남북 대립을 소재로 다뤘다.

마지막으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세 점의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서울 도심 곳곳에 감춰져 있던 군사시설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기록한 최원준의 사진 ‘언더쿨드’(2007-8)와 DMZ의 수풀과 철책 사이 ‘지뢰’라고 적힌 표지문을 포착한 요네다 토모코의 사진 ‘지뢰 ‐ DMZ1’(2015/2023), 그리고 손을 맞잡은 사람의 형태를 텐트 천 소재의 조각으로 구현한 김홍석의 ‘불완전한 질서 개발 ‐ 회색 만남’(2023)이 잔디광장에 놓여 또 하나의 레이어를 더했다. 1부 전시는 9월 23일 파주에서 막을 내렸지만,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2부 전시가 동일한 작품이 재배치된 형태로 연천 연강갤러리와 경원선 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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