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10월 15일,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광화문 월대 복원을 마치고 시민에 공개했다. 길이 48.7m, 폭 29.7m, 높이 0.7m 규모로 육조거리를 향해 뻗은 모습이다. 난간석이 울타리처럼 둘러 있고, 기단의 중앙에는 약 7m 폭의 어도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수상과 해치상, 광화문의 현판도 월대의 복원과 더불어 제자리와 제모습을 찾았다.
월대는 조선시대에 궁궐, 종묘 등 중요한 건물 앞에 설치됐던 높고 넓은 기단으로, 왕의 위신을 상징하는 한편 왕실의 주요 행사를 치르며 백성과 왕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졌던 공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에 복원한 광화문 월대는 1866년, 고종이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조성한 것이다. 창건 경복궁에 월대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재하며, 중건 경복궁의 월대는 1920년대에 일제가 광화문 앞에 철로를 놓으면서 훼철됐고, 오랜 시간 땅속에 묻혀 있었다.
1990년 시작된 경복궁 복원 정비 사업은 30여 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광화문의 복원, 정비 사업인 ‘광화문 제 모습 찾기’ 또한 2006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그 일환으로 2007년 이루어진 경복궁 발굴조사에서 월대의 유구 일부가 확인된 것이다. 이후 경기도 구리의 동구릉, 호암미술관 앞마당 등에서 난간석과 서수상 등이 발견되면서 복원의 퍼즐이 차차 맞춰졌다.
문화재청은 이번 월대 복원을 광화문 복원의 마침표로 보고 있다. 지난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통해 광장 폭과 면적을 넓히고 공원을 조성한 데 이어 월대 복원을 완료, 단절됐던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을 연결하는 중심축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질문이 있다. 그간 월대 복원 사업은 물리적인 증거를 발굴하고 과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5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한 광화문 월대 복원기념 포럼에서 배우성(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직접적, 즉물적 증거의 유무를 묻는 것만으로 장소의 역사성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광화문 월대는 조선의 예제건축, 위민정치의 경험이 계승, 응축된 지점에 있으며 그러한 맥락 위에서 월대의 역사성을 보다 깊이 있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 또한 월대를 포함한 경복궁의 완전성을 물리적으로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근현대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되짚고 재구성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복원된 월대가 현시점에서 역사적, 도시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담론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월대와 해치상의 모습이 드러난 조선시대 광화문 앞 거리 풍경 / Image courtesy of Seoul Museum of History
지난 10월 복원을 마친 월대 모습 ©Youn Ya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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